총선 이후 전국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놓고 몸살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학생인권조례가 폐지 의결된 충남과 서울에 이어 2010년 전국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첫 물꼬를 튼 경기도, 그리고 광주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시민·교육단체들은 "총선 민심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개악저지 경기도민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8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교육청이 입법 예고한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아래 학교구성원권리조례)에 대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꼼수"라며 임태희 교육감을 규탄했다.
'구성원권리 조례' 입법예고...학생인권조례 자동 폐기 삽입
경기교육청은 지난 3일 "학교 모든 구성원이 존중받고 존경하는 경기도교육청의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대안 차원에서 마련했다"며 학교구성원권리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향후 공개토론회 일정을 공개했다.
학교구성원권리조례안은 학생, 교직원,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 권리 구제와 갈등 조정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부칙에서 조례안이 시행될 경우,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와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 등의 자동 폐지 조항을 삽입했다.
공대위는 이를 두고 "마치 학교 구성원 모두가 서로 존중하기 위해 필요한 조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학생 인권에 편중되어 교사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문제의식이 전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도승숙 경기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태희 교육감은 언론인터뷰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실상 조례 폐지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학생인권조례 변경이라는 말로 포장하면서 부칙에 폐지 조항을 넣어 사실상 학생인권조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고 성토했다.
"학칙 우선하고, 학생인권 뒷전인 비열한 편법 조례"
이어 학교구성원권리조례에 대해 "학교 현장의 모든 (인권)문제는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책임지우고 사실상 책임을 져야 할 교육감과 학교장에 대한 책임은 어느 곳에도 없다"며 "사회적,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교육감과 교장은 빠져나가고 학생과 교사에게만 책임지우는 것은 폭력이고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했다.
김서희 학생(고3)은 "학칙을 우선시하고 학생인권은 뒷전인 학교구성원권리조례는 학생을 위한 조례가 아닌, 학생을 억압하고,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조례"라며 "학교와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의 책임은 제외되어 있는 편협하고 비열한 책임 전가가 아닐 수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교육청은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학교구성원권리조례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오는 9일 개최한 뒤 6월 중 예정인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의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주민조례안이 추진되고 있다.
8일 광주광역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인권조례폐지 조례안이 접수돼 청구 요건을 충족하면서 지난 3일 주민조례청구 청구인명부를 공표했다. 공표 후에는 10일 이내인 오는 12일까지 시민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이의신청을 받는 과정을 거치게 돼 있다.
광주에서도 학력 저하 등 이유로 조례 폐지 주민청구 추진
지역에서는 사실상 조례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명부에 이상이 없고 이의가 없다면 안건 상정 및 수리될 가능성이 열려있어 처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 2011년 10월 '광주광역시 학생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2012년 1월 1일 시행하면서 12년 동안 이어져 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백성동 정책실장은 "종교단체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의 폐지 이유를 보면, 교권 추락, 학력 저하, 동성애 부추김 등 비합리적이고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4일 충남 학생인권조례에 이어 26일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연이어 폐지 의결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