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21코스는 종달리에서 하도까지 총길이 11.3km로 소요시간은 3~4시간 정도로 난이도는 하에 속한다. 우도를 바라보며 해안 일출로를 끼고 가다가 종달항에서 마을을 지나 지미봉을 거쳐간다. 종점에서 시작해서 시작점을 향해 거꾸로 가는 역방향 순서일 때다.
쏟아지는 아침 햇살에 잠이 깼다. 창밖 종달 바당(바다)에는 기러기 한 무리가 V 자 대열 이루며 날아오른다. 안개 낀 하늘을 가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물새들은 유유자적 물놀이를 즐긴다. 제주 동쪽 바다는 이렇게 아침을 열고 있다.
종달리 부근에서 우도를 바라보면 동쪽으로 야트막하게 우도봉이 솟아있고, 서쪽으로 중앙부가 이어지다가 섬 끝이 수평선과 합쳐지면서 바다로 잠겨버린다는 우도 8경의 하나인 '전포망도'다. 이번 여행은 우도와 함께 한다.
3월 9일 9시, 제주올레 21코스 걷기는 종달리에서 역방향으로 시작했다. 꽃샘추위일까. 찬 바람에 몸을 움츠린다. 보폭은 크게 하고, 발거음을 빨리 해본다. 도로변 야자수 잎이 한쪽으로 쏠린다. 한기가 스며든다. 마음이 급해 너무 빨리 봄옷으로 바꿔 입은 탓이다.
▲ 제주올레 21코스 종점 올레길 걷기여행에 나서는 사람을 형상화 한 조형물 ⓒ 문운주
종달바당 제주올레 21코스 종점이다. 손 잡고 걷는 부자의 조형물이 서 있다. 함께 걷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곳 종점에서 마지막 스탬프를 찍으면 완주가 끝난다. 하지만 역주행하는 나에게는 이곳이 시작점이다.
잠시 코스를 벗어나 종달항으로 향한다. 방파제를 따라 흰 등대가 서 있는 곳까지 산책한다. 방파제에는 테트라포드라는 마름쇠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인다. 테드라포드는 그 크기가 0.5톤에서부터 70여 톤에 이른다.
테트라포드는 등대, 부표 등과 더불어 해안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위에 올라 낚시를 하거나, 바다 풍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위험하다. 테트라포드 사이에 끼거나 추락하면 자력으로 올라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두문포항이라고도 불리는 종달항은 작지만 아름다운 항구다. 물이 맑고 잔잔하다. 맞은편에 우도, 남동쪽으로는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뒤편으로는 지미봉이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만개하는 수국길로 알려진 곳이다.
▲ 지미봉 제주도의 동쪽에 있는 165.8m의 오름. 성산 일출봉과 우도 등 아름다운 바다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 문운주
▲ 지미봉 표고 162.8m의 오름 ⓒ 문운주
종달항에서 보면 종처럼 생긴 오름이 보인다. 제주섬의 꼬리 부분에 해당되는 곳이라 하여 한자어로 지미봉이라 부른다. 표고 165.8m의 낮은 오름이다. 종달리는 종처럼 생긴 오름 밑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난이도가 하에 속하는 코스라 쉽게 생각했다. 급경사 길이다. 나무계단과 야자 매트길이 이어진다. 단체 등산객인 듯 20여 명이 힘들게 오르고 있다. 몇 걸음 오르다 쉬기를 반복한다. 가파르지만 금방 정상에 이른다.
사방이 트인 풍경, 마음도 탁 트인다
▲ 종달리 앞바다 성산 일출봉과 종달리 앞바다 모습 ⓒ 문운주
▲ 종당리 밭길 올레길은 밭을 가로질러 하도리와 종달리로 이어진다 ⓒ 문운주
지미봉 정상에서 바라보니 사방이 확 트였다. 종달리 앞바다와 성산일출봉, 우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닷물은 성산항과 종달항 사이로 깊게 파고 들어와 작은 만을 만든다. 푸른 밭과 함께 생생하게 그대로 한 장의 그림이 된다.
멀리 아스라히 보이는 한라산, 산속에 하얗게 세워진 풍력발전기까지 그림 속으로 들어온다. 첫날 걸었던 소머리 오름, 우도 등대, 성산 일출봉, 오조리 내수면 등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아득한 과거의 추억처럼.
제주의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지미봉을 뒤로하고, 종달리 밭길을 거쳐 하도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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