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남자 A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지난 3월 남자 A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 대한축구협회

 
64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 무대에 도전을 선언했던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경질이라는 파국을 맞았다. 지난 15일 서울시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렸던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결과를 정산하고 평가하는 자리에서 국가대표팀 전력 강화 위원회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경질의 뜻을 모았다.
 
전력 강화 위원회로부터 경질의 뜻을 전달받았던 정몽규 축구 협회장은 지난 16일, 임원 회의 종료 후 공식 발표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경쟁력을 이끄는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밝히며 경질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경질된 클린스만과 후임 선정, 전북-최강희 사태 기억해야
 
지난 2월,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올랐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만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떠나게 됐다. 부임 이후 잦은 외유 논란을 시작으로 불성실한 업무 태도와 대표팀 장악 실패는 결국 경질이라는 결말을 가져왔다. 이어 대표팀 경질 확정 직전 자신의 공식 SNS에 "모든 선수들과 스태프, 그리고 한국 축구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운을 띄우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12개월간 아시안컵의 준결승까지 13연패라는 멋진 여정을 보내주신 여러분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계속 파이팅 해주세요"라며 끝까지 자신의 단점을 가리고 업적만 치하하는 일종의 자기 회피성 발언을 일삼았다. 부임 초기부터 경질까지 시종일관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던 클린스만 감독이 떠난 한국 축구는 이제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와 감독 구직부터 시작해야 하는 과정에 놓였다.
 
당장 다가오는 3월, 태국과의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을 앞둔 우리 축구 대표팀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 셈이다. 월드컵 예선 일정이 임박한 만큼 대한 축구 협회 역시 빠르게 후임 감독 구하기 과정에 돌입했다. 촉박한 일정 가운데 2차 예선 일정까지 국내 지도자들에게 임시로 지휘봉을 건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기동 FC 서울 감독, 최용수 전 강원 FC 감독, 올림픽 대표팀 감독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황선홍 감독이 유력하게 물망에 오르고 있다.
 
국내 감독과 현역 K리그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인물들이 물망에 오르자, 물망에 오른 팬들은 강력하게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당장 3월 1일, K리그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은 물론 시즌 준비 과정에서 늘 최전선에서 지휘했던 총책임자가 급작스럽게 떠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표팀 감독 구인 시절,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했기에 K리그 팬들의 후임 감독 선정 과정에 있어서 더욱 큰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지난 2012년, 2014 브라질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중동의 복병 레바논 원정에서 1대 2로 충격 패를 당했던 한국 축구는 수장 조광래 감독을 경질하기에 이르렀다.
 
조 감독 경질 이후 대한 축구 협회는 빠르게 후임 감독 선정에 나섰고 당시 전북 현대를 이끌고 있던 최강희 감독(산둥 타이산)을 후임으로 선정하며 진화에 나섰다. 최 감독은 2차 예선 최종전에서 쿠웨이트를 2대 0으로 제압하며 최종 예선 진출에 성공했고 잡음과 경기력 부진 논란이 있었으나 이란에 이어 조 2위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 이후 최 감독은 부임 초기에 말했던 약속처럼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고 전북으로 복귀했고 후임으로는 홍명보 감독이 부임하며 월드컵 본선으로 향했다.
 
선임 과정에서 K리그에서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던 최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으나 소방수 역할에 그쳤고 대표팀은 온갖 잡음과 경기력 논란이 있었으며 후임으로 부임했던 홍 감독은 월드컵 본선서 최악의 부진을 겪으며 무너졌다. 이에 더해 최강희 감독을 떠나보낸 전북은 2년 연속 무관에 그치며 부진의 시기를 겪어야만 했다. 결국 연령별 대표팀과 K리그에서 유능한 지도자로 이름을 알렸던 최강희, 홍명보 감독은 쓸쓸하게 A 대표팀에서 퇴장을 알려야만 했다.
 
소방수보다는 정식 감독 선임 그리고 K리그
 
과거 사례와 함께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8강 탈락을 맛본 브라질 대표팀 사례도 참고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에 밀려 8강 탈락을 기록한 브라질 대표팀은 치치 감독(상파울루)과 즉각 결별 이후 2023년 6월 카를로 안첼로티(R.마드리드) 감독 선임 목적을 두고 임시 감독 체제로 대표팀을 운영했다. U-20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던 라몬 메네제스 감독이 임시 소방수로 대표팀을 운영했으나 안첼로티 감독이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와 재계약을 맺으며 물거품으로 됐다.
 
결국 브라질 축구 협회는 플루미넨세 감독 지니스에게 대표팀을 1년만 겸임해 달라며 대행 역할을 맡겼다. 그 결과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3연패를 당하며 2승 1무 3패로 6위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부진을 겪었고 지니스 감독은 불명예스럽게 대표팀에서 하차해야만 했다. 세계 최강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브라질 대표팀 역시 감독 문제로 시끄러운 가운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역시 감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3월에 예정된 2차 예선 일정이 당장은 촉박하겠으나 급한 소방수 선임은 제2의 클린스만 사태와 최강희 감독 사태를 다시 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정식 감독 선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현역 K리그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감독 선임 역시 지양해야 한다. 허나 이 또한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K리그 개막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 마지막 전술 훈련을 가다듬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 협회가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제의하고 감독이 이를 수락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규정 제12조(감독 코치 등 선임) ②항은 협회는 '제1항(각급 대표팀 감독, 코치 및 트레이너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 전력 강화 위원회 또는 기술 발전 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에 선임된 자가 구단에 속해 있을 때, 당해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요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2024시즌을 앞두고 팀에 갓 부임한 김기동, 김학범 감독처럼 제대로 된 지휘도 못해보고 떠나갈 수 있다는 소리다.

K리그 현역 감독을 선임하는 순간, 결국 또 피해는 K리그 구단과 팬들이 고스란히 떠받게 되는 셈. 결국 이런 악조건과 상황을 만든 축구 협회 총책임자인 정몽규 축구 협회장의 클린스만 선임 선택은 이런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아시안컵 충격 탈락 이후 월드컵을 향해 뛰어야 할 한국 축구는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 축구의 추락과 몰락을 경험했던 지난 1년, 한국 축구는 다시 한번 반등할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클린스만호 K리그1 김기동 홍명보 정몽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