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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지난 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직권남용에 관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지난 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직권남용에 관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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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3년 전 이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구속전피의자심문 후 구속영장 발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수원구치소에서 마치 죄수 또는 구속자 취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관련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했다.

구속 전 피의자의 구치소 대기를 두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검찰과 법원의 관행을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며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3월 2일 수원지방검찰청은 차규근 당시 본부장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흘 후인 5일 오전 수원지방법원에서 구속전피의자심문을 받은 차 본부장은 오후에 수원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했다. 법원은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고, 차 본부장은 이튿날 새벽 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이 과정에서 ▲ 유사 수의 환복 ▲ 지문 날인 ▲ 사진(머그샷) 촬영 ▲ 독방 감금이 이뤄졌다.

14일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차 연구위원은 "마치 죄수나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처럼 취급되어 모욕감과 수치심을 겪었고, 그 결과 인격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중대하게 침해됐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독방 감금을 두고 "좁디좁은 1인용 독방에 8시간 정도 수용됨으로써 신체의 자유도 극단적으로 제한되어 큰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속영장을 청구한 수원지검 검사, 수원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 수원구치소장을 두고 "헌법상 권리인 인격권과 자기의사결정권, 그리고 신체의 자유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침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피고(대한민국)는 소속 공무원들의 직무상 과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손해배상청구금액은 3000만100원이다.

차 연구위원은 피의자로 하여금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구치소에서 기다리도록 한 형사소송법 조항(71조의2, 201조의2 10항)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결과 대기 유치인'을 장기 구금을 전제로 운영되는 교정시설에 유치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은 인격권 보장에 관한 헌법 제10조에 위반되는 것"이라면서 "'결과 대기 피의자'가 어디에 유치되느냐(교도소, 구치소, 경찰서 유치장)에 따라 완전히 달리 처우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평등의 원칙에 관한 헌법 제11조 위반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청 구치감이나 법원의 피의자·피고인 대기실에 유치하면 얼마든지 '결과 대기 피의자'가 인격권 침해를 받지 않도록 할 수 있었으나 피고는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법원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원고와 같은 '결과 대기 피의자'가 교정시설에 유치되어 인격권을 침해받는 반(反)헌법적 상황에 대하여 종지부를 찍어 주시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차 연구위원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문제의식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오는 3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완성을 앞두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8년 전 인권위도 "가급적 경찰서 유치장에 유치" 권고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5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인근 교도소에서 대기하자 교도소 수용자처럼 취급받아 부당하다고 주장한 피의자들의 진정을 두고 2016년 해당 검찰청과 법원에 "가급적 경찰서 유치장에 유치하도록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교도소나 구치소의 일반수용자와 달리 대우받아야 할 피해자들을 동일한 입소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모욕감과 수치심을 겪게 하였는바, 이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이후 해당 검찰청은 수의가 아닌 운동복 지급, 사진촬영 생략 등 인격권·신체의 자유 침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해당 법원 역시 유치장소를 교도소가 아닌 경찰서 등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관행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태그:#차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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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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