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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아홉 번째,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아홉 번째,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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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늘봄학교와 관련해 "'국가 돌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같은 자리에서 발표된 교육부의 '2024 늘봄학교 추진방안'에선 국고 예산편성이 0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국가 돌봄이라면서 국고 지원은 0원인 채로, 올해 갑작스러운 늘봄 확대 운영예산을 교육청 돈으로 충당하라는 것은 예산 폭력"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늘봄학교, 결국 특별교부금·보통교부금으로 모두 충당

7일 교육부가 공개한 '2024 늘봄학교 소요 예산'을 살펴봤더니 관련 예산 1조1657억 원은 모두 특별교부금과 보통교부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교부금 2469억 원, 보통교부금 9188억 원을 들여 늘봄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고는 0원이었다.

늘봄학교 관련 예산은 지난해 대비 4672억 원 이상 늘어났다(특별교부금, 보통교부금만 해당). 교육부는 지난 5일 자료에서 "추가 필요(예산)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해당 금액 이상으로 확보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보통교부금은 사실상 교육청 자체 예산이다. 특별교부금 또한 교육부장관이 교육청에 나눠주는 돈 중에서 용도만 정해주는 것으로 국고 예산이 아니다. 특별교부금은 교육청에 최대 3년 한시지원만 가능하며 그 이후는 시도교육청이 자체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

그나마 교육부가 제시한 올해 늘봄 예산안에는 늘봄실무직원(기간제교원 포함), 늘봄전담사(기존 돌봄전담사) 등 인건비는 들어가 있지 않다. 보통교부금에 포함해 별도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돈까지 포함하면 올해 늘봄 실제 예산은 1조8000억 원가량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국회 교육위 관계자의 분석이다.

교육부는 2023년에 늘봄학교 2024년 소요예산이 인건비까지 포함해 모두 1조285억 원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는 사실상 8000억 원가량이 불어난 것이다. '늘봄학교 전면실시를 한 학기 앞당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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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관계자 "교육청 부담 실제 늘봄 예산은 2조 이상"

국회 교육위 관계자는 "이번 교육부 예산에는 아침・저녁 돌봄에 따른 돌봄전담사 추가 확보, 석식제공 인력, 돌봄교실 확충, 겸용교실과 모듈러교실 설치, 지방공무원 증원(2500명), 늘봄지원센터 운영, 교사연구실 확충 등 기본적인 늘봄학교 운영과 관련한 예산은 반영하지 않거나 추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액수까지 다 합치면 실제로 교육청에서 부담해야 할 늘봄학교 예산은 2조~2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7개 시도교육청은 초등돌봄을 운영하면서 모두 8000억 원가량을 썼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엔 이보다 3~4배 가량의 돈을 더 쓰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교육언론[창]에 "대통령은 학부모들을 만나 '국가 돌봄'을 강조한 반면, 정작 국고 지원이 0원이라는 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결국 정부는 생색만 내고 돈은 시도교육청이 대부분 부담하는 일방적인 행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시도교육감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폭력적인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세수결손으로 올해 시도교육청 예산이 10조 원 이상 줄었는데, 늘봄학교 추가 예산까지 감당하면 시도교육청은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고, 정작 정규수업 지원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2012년 누리과정 사태' 재연?
 
지난 5일 오전 서울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한 학생이 길을 건너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한 학생이 길을 건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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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11년 5월, 이명박 정부는 누리과정(유치원・어린이집 통합교육과정) 도입을 2012년 3월부터 만 5세를 대상으로 우선 추진한다고 발표했다가, 총선을 앞두고 2012년 1월 갑작스럽게 '만 3~4세까지 2013년부터 확대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소요비용 4조 원을 모두 교육청에 떠넘겨 교육감들의 집단반발이 벌어졌는데 이것이 바로 '누리과정 사태'였다.

결국 2016년 총선 뒤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자 국가와 교육청이 절반씩 비용을 부담하는 내용을 담은 '유특회계법'이 통과됐다.

한편, 교육언론[창]은 늘봄학교 예산 편성 관련 교육부의 설명을 듣기 위해 관련 부서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태그:#늘봄학교, #교육언론창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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