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드라마였다. 조규성의 종료 직전 동점골과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의 선방쇼가 빛났다. 한국이 사우디 아라비아를 물리치고 아시안컵 8강에 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오는 31일 오전 1시(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4-2로 승리했다.

이로써 8강에 오른 한국은 오는 3일 호주와 4강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 회심의 스리백 카드 가동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조규성이 패스를 가슴으로 받아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조규성이 패스를 가슴으로 받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은 기존과 다른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좌우에 정우영과 이강인을 내세웠다. 중원은 이재성-황인범이 섰고, 좌우 윙백에 설영우, 김태환을 포진시켰다. 스리백은 김영권-김민재-정승현,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전반 초반 두 팀은 적극적인 공격 대신 신중하게 접근했다. 첫 슈팅은 전반 13분 사우디의 알 카이바리가 기록했다.
 
점유율에서 밀리던 한국은 전반 중반부터 조금씩 흐름을 빼앗아왔다. 전반 26분 김태환의 롱패스에 이어 손흥민이 오른발 슛으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한국은 전반 40분 상대의 코너킥 혼전 상황 중 두 번의 골대를 맞는 대위기 속에 실점하지 않고, 전반을 마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후반 1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만치니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였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된 라디프의 왼발슛이 조현우 골키퍼를 뚫어냈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12분 정우영 대신 황희찬을 교체 투입, 19분에는 이재성과 정승현을 빼고, 조규성, 박용우를 넣으며 포백으로 변화를 꾀했다. 좀 더 공격적인 승부를 꾀한 것이다. 
 
사우디는 후반 38분 공격의 에이스 알 도사리를 빼면서까지 수비 일변도로 돌아섰다. 한국은 사우디의 수비진을 공략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후반 40분 황인범, 42분 설영우의 연속 슈팅이 모두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조규성,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승부차기 끝에 승리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조현우가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라디프의 단독 찬스를 태클로 저지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조현우가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라디프의 단독 찬스를 태클로 저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 추가 시간은 10분이 주어졌고, 조규성의 헤더가 골대를 맞은 데 이어 황희찬의 슈팅이 골문을 빗나가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 9분 오른쪽에서 김태환의 왼발 크로스를 설영우가 헤더로 패스, 문전에서 조규성이 머리로 받아넣으며 승부를 극적으로 연장전까지 몰고 갔다.
 
연장전 내내 한국이 주도하며 사우디를 압박했다. 연장 전반 6분 이강인의 프리킥에 이은 박용우의 오른발 논스톱 슈팅과 8분 이강인의 코너킥에 이은 김민재의 헤더가 모두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연장 후반에도 조규성, 이강인의 슈팅이 아쉽게 무산되면서 120분의 혈투를 마치고, 승부차기로 들어갔다.

한국은 1번 손흥민을 시작으로 김영권, 조규성이 침착하게 성공시키는 사이 사우디는 3, 4번 키커가 연달아 실축했다. 조현우 골키퍼는 방향을 정확히 예측해 2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한국은 4번 황희찬이 슛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16강서 최대 고비 넘긴 한국

이번 16강전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비관적이었다. 조별리그에서 1승 2무에 그치며, 우승후보다운 경기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3경기를 통해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밀집 수비를 상대로 단조로운 크로스 공격, 넓은 공수 간격으로 인한 미드필드 숫자 부족, 수비 불안을 드러냈다. 심지어 1-0 리드 상황에서 모두 실점을 기록할만큼 경기 운영 능력 또한 아쉬움을 남겼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세계적인 명장 만치니 감독 부임 후 지난해 11월부터 6경기 연속 무패를 내달리고 있어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한국은 예상을 깨고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지금까지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가동하는 전술이라 예상 밖이었다. 전반 중반까지 흐름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중원을 장악하며 슈팅수와 점유율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에 우위를 점했다. 

경기는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였다. 16강 탈락에 머무는 듯 했지만 후반 조커로 투입된 조규성이 살렸다. 지난해 9월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할 때 결승골은 넣은 조규성이 다시 한 번 해결사로 나섰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는 조현우가 히어로로 등장했다. 이번 대회 주전 골키퍼 김승규가 부상으로 중도하차하며 대신 그 자리를 메운 조현우가 비로소 빛나는 순간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16강을 돌파하며 우승 여정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2023 AFC 아시안컵 16강전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카타르 알라이얀 - 2024년 1월 31일)
한국 1 - 조규성(도움:설영우) 99+'
사우디 아라비아 1 - 라디프(도움:S.알도사리) 46'

한국, 승부차기 4-2승


승부차기
사우디 아라비아 2 - 칸노 O 압둘하미드 O 알 나지 X 가리브 X
한국 4 - 손흥민 O 김영권 O 조규성 O 황희찬 O
 
선수 명단
한국 3-4-3 : GK 조현우 - 정승현(64'박용우), 김민재(117'박진섭), 김영권 - 김태환, 이재성(64'조규성), 황인범(104'홍현석), 설영우 - 이강인, 손흥민, 정우영(54'황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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