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오전 8시 30분 미리 앱에 로그인을 했다. 와이파이도 켜고 데이터도 켜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픈이 되는 오전 9시만을 기다렸다.
혹시 잊을까 봐 설정해 놓은 10분 전 알람, 5분 전 알람이 울렸고 지속적으로 로그인 연장을 누르면서 대기하다가 시계가 8:59에서 9:00으로 바뀌는 순간, 쏜살같이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접속이 되지 않는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결국 한 번 튕겨져 나가고 재접속해서야 무사히 구매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도 꽉꽉 50만 원 어치를 말이다. 무슨 비싼 콘서트 티켓이냐고? 아니다. 서울사랑상품권(2020년 1월 17일 서울특별시 주관으로 출시한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이야기다.
서울사랑상품권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은 한 삼 년 전부터였다. 할인율이 꽤나 높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꼭 현금으로 구매해야 한다길래 동네 슈퍼에서 아이 간식비 만큼만 구매한 것이 시작이었다.
꼭 현금으로 구매해야 한다길래 여유가 없어서 조금씩 구매하던 상품권을 풀 매수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가 학원을 다니게 되면서부터였다. 할인된 상품권으로 결재를 하면 학원비를 할인받는 효과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주변에도 아이 학원비 결제를 위해 상품권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네 태권도장, 피아노 학원이나 시장에서 쏠쏠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처음 할인율을 10프로였다. 학원비가 한 달에 20만 원이라면 2만 원을 아낄 수 있어서 웬만한 콘서트 티켓팅보다 어려웠지만 구매에 도전하기를 계속했었다. 쏠쏠했던 상품권의 할인율은 예산삭감의 이슈로 작년에는 7% 할인, 올해부터는 5%로 많이 줄어들었다.
할인이 줄어든 만큼 경쟁도 줄었다. 저번에는 출생연도 수에 따라 짝 홀수로 구매를 시키더니 이번에는 구 별로 쪼개서 구매를 하는 통에 예전만큼 튕겨나가거나 오래 대기하며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생겼다.
할인도 예전만 못한데도 피켓팅(피튀기는 티켓팅)을 하듯 기다렸다가 상품권을 사는 이유는 바로 미리 결재해 놓은 돈의 여유로움 때문이다. 월급 빼고는 다 두 배는 오른 것 같은 고물가시대에 미리 사놓은 상품권으로 결재를 하면 생활이 여유로워진다.
여윳돈이 있는 기분이랄까? 분명히 내 돈인데 내 돈 같지 않은 보너스 받는 느낌이랄까. 뭔가를 사도 통장잔고가 줄어들지 않음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즐겁더라. 그래서인지 상품권은 꼭 현금으로 결재해 놓는다.
월급은 코딱지만큼 오르거나 거의 비슷하고, 돈 들어갈 구멍은 너무 많으니 단 얼마라도 아껴야 하는 주부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할인이 된다면 반가울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나이 든 어르신들은 구매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보를 접하고 앱을 깔고, 휴대폰 인증을 받고, 회원가입하고 날짜에 맞추어 구매를 하는 일이 어르신들에게는 얼마나 큰 허들일까?
외근을 하면서 해장국 한 그릇을 사 먹었더니 한 그릇에 1만 2천 원이었다. 먹고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결재를 하면서 600원(5% 할인 기준) 할인 받았다고 생각하니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600원이 어디냐는 양가감정이 든다.
할인율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다음번 발행일자가 되면 분명히 달려가서 풀매수를 할 것만 같다. 2024년에는 구별로 설 전과 추석 전에 상품권 판매가 예고되었다. 서울사랑상품권은 내일(2024년 1월 31일)까지 구별로 시간대에 맞추어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