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의 조별리그 첫 게임 포메이션과 주요 기록

사우디 아라비아의 조별리그 첫 게임 포메이션과 주요 기록 ⓒ 심재철

 
이제부터는 뒤를 돌아볼 겨를 없는 토너먼트 외나무다리다. 상대 팀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덤볐다가는 후회조차 소용없는 단판 게임일 뿐이다.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주장 살렘 알도사리를 빼고 사우디 아라비아 축구를 말할 수 없지만 그는 이제 겸손한 조력자 역할을 해내고 있기에 16강 상대 한국 수비수들이 더 주목해야 할 선수들은 따로 있다고 봐야 한다. 먼저 사우디 아라비아 공-수 연결 고리라고 말할 수 있는 윙백 움직임을 경계해야 하며, 살렘 알도사리의 파트너로 결정된 공격수를 위험 지역에서 단단히 밀어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1월 31일(수) 오전 1시 카타르 알 라얀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음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와 만나 8강행 티켓을 놓고 실력을 겨룬다.

[경계 대상 ①] 붙박이 쓰리백과 오른쪽 윙백 '압둘하미드'

이탈리아의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맡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번 대회 F조 1위(2승 1무 4득점 1실점)로 16강에 올라왔는데 조별리그 세 게임 중 승점 3점을 챙긴 두 게임 모두 3-5-2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오만과의 첫 게임 극적인 역전승 드라마를 만들 때 내준 페널티킥 골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유일한 실점 기록일 정도로 수비 조직력이 매우 뛰어나다. 만치니 감독이 3-5-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준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조별리그 두 번째 게임 포메이션과 주요 기록

사우디 아라비아의 조별리그 두 번째 게임 포메이션과 주요 기록 ⓒ 심재철

 
쓰리백의 왼쪽은 알 불라이히, 가운데는 알리 라자미, 오른쪽은 탐바크티가 맡는다. 이들 셋 조합은 조별리그 1, 2차전 두 게임 모두 일치했다. 탐바크티가 약간의 부상이 생겨 키르기스 공화국과의 두 번째 게임 후반 9분 만에 벤치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어 16강에 다시 수비 조직력을 갖춰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들 수비수들은 앞에 배치된 다섯 명의 미드필더들과 공간과 역할을 나눠 세 게임을 펼치면서 필드 골을 단 1골도 내주지 않았다. 알리 알 불라이히는 태국과의 조별리그 세 번째 게임(0-0)에도 풀 타임으로 뛸 정도로 사우디 아라비아 수비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특히 오만과의 첫 게임 페널티킥 실점으로 70분이 넘어설 때까지 0-1로 끌려다녔지만 수비수들의 놀라운 세트피스, 세컨드 볼 집중력으로 2-1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75분에 교체 선수로 들어간 라인 브레이커 압둘라흐만 가리브가 78분에 동점골을 넣었는데 센터백 알리 라자미가 어시스트했고, 단짝 수비수 알 불라이히가 후반 추가시간 6분에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는 점은 사우디 아라비아 수비수들이 몸 날리는 수비만 잘 해내는 것이 아니라 세트피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대 골문 앞에서 웬만한 골잡이 이상의 위력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이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두 번째 게임에서 코너킥 세트피스로 어이없는 자책골을 헌납하는 순간이 불편하게 떠오른다. 바레인과의 첫 게임에서 내준 동점골 순간도 우리 골문 앞 세컨드 볼 집중력이 엉망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할 문제점이기도 하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3-5-2 포메이션을 숫자로만 보면 수비 지향적인 팀이라고 속단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양쪽 윙백을 잘 활용하여 상대 팀이 감당하기 힘든 역습 속도와 다양성을 갖춘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심에 오른쪽 윙백 압둘하미드가 있다.

압둘하미드는 붙박이 쓰리백, 주장 살렘 알도사리,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 모하메드 칸노, 골키퍼 알 카사르와 함께 조별리그 1, 2차전에 나란히 스타팅 멤버로 뛴 베스트 일레븐 자원이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특히 전반전에 압둘하미드 쪽 측면 플레이로 결정적인 슛 기회를 만들어낸다. 압둘하미드는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얼리 크로스에도 능하며 로빙 크로스 정확도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무리한 솔로 드리블을 즐기지는 않지만 공격수나 가운데 미드필더와 주고받는 공간 패스는 종종 날카로운 컷 백 크로스까지 완성도를 높인다.

부상중인 이기제 대신 김진수가 압둘하미드 쪽을 맡겠지만 왕성한 기동력을 커버할 수 있는 동료와의 협력 수비를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경계 대상 ②] 라인 브레이커 '압둘라흐만 가리브'

압둘하미드 반대쪽인 왼쪽 윙백에는 나세르 알 도사리나 알 부라이크 두 선수 중 컨디션이 좋은 멤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자리는 주장 완장을 차고 뛰는 에이스 살렘 알 도사리가 맡을 수도 있다. 그만큼 사우디 아라비아의 왼쪽은 하이브리드 부분 전술이 가동되는 곳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그들의 후반전 역습이 빠르게 전개되는 구역이 바로 왼쪽 측면이다. 살렘 알 도사리가 직접 역습 공간 침투에 나서기도 하지만 그는 이제 겸손하게 옆이나 뒤에서 동료들을 지원하는 가짜 9번 역할을 맡는 경우가 이번 대회에서 눈에 띄는 점이다. 

살렘 알 도사리는 명목상 3-5-2 포메이션 맨 앞쪽이지만 실제로 그가 서 있던 바로 그 공간으로는 압둘라흐만 가리브가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빠져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패턴의 역습 전술을 여러 차례 시도한 게임이 바로 태국과의 조별리그 세 번째 게임이었다. 

1월 26일 바로 그 게임 직전 한국이 E조 2위로 16강에 올라가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만치니 감독은 거의 2군 멤버에 가까운 라인업으로 태국을 상대로 역습 전술을 여러 차례 시험한 것으로 보였다. 그 배경으로 한국의 측면 수비가 붕괴 직전이라는 정보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세 번째 게임(1월 25일, 한국 3-3 말레이시아)에서 측면 수비 부담을 해결하지 못하고 뒷문에 큰 구멍을 보여주고 말았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조별리그 세 번째 게임 포메이션과 주요 기록

사우디 아라비아의 조별리그 세 번째 게임 포메이션과 주요 기록 ⓒ 심재철

 
압둘라흐만 가리브는 아무래도 교체 멤버로 아껴두었다가 한국 수비의 구멍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시점에 들여보낼 가능성이 있다. 살렘 알 도사리의 공격 파트너로는 멀티 플레이어 알 셰흐리나 뚝심 좋은 알 브리칸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준비할 만한 더 공격적 포메이션을 예상하면 '살렘 알 도사리-알 브리칸-압둘라흐만 가리브'로 쓰리톱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기에 역습 상황에서 라인 브레이킹 실력이 뛰어난 압둘라흐만 가리브를 활용하여 한국 수비수 뒤쪽 공간을 허물려고 할 때 또 다른 위험 지역으로 파고드는 알 브리칸이나 모하메드 칸노, 살렘 알 도사리를 경계해야 한다. 

이번 대회 한국 수비수들이 공과 드리블러에만 시선을 빼앗기다가 세컨드 볼에 집중을 못하면서 어이없는 골을 많이 내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세컨드 볼 수비 집중력이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 박진섭이나 이순민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입장에서 16강을 통과한 직후 겨우 2일 밖에 쉬지 못하는 숨가쁜 일정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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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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