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를 비난하면서 윤 대통령을 북측 군사력 강화의 '특등공신'으로 '찬양'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측의 군사력강화를 방해한 '교활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북한 국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 부부장의 2일자 담화의 제목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 메세지'로,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발표한 신년사에 대응하는 내용이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의 신년사 중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란 대목을 인용하면서 "가뜩이나 어수선한 제 집안에 '북핵, 미사일 공포증'을 확산시키느라 새해 벽두부터 여념이 없는 그에게 인사말 겸 지금까지 세운 '공로'를 '찬양'해주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고 담화를 낸 동기를 밝혔다.
김 부부장은 "지금 조선반도의 안보 형세가 당장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매우 위태롭게 되고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의 일상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공로'"라며 "집권 후 시종 '힘에 의한 평화'를 떠들고 확장억제력 증강과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몰념(몰두)하며 대한민국의 운명을 백척간두에 올려놓은 것을 두고 입 가진 사람마다 비난을 퍼붓고 있지만 나는 '찬양'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핵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한미 합동군사훈련 확대 실시, 윤 대통령의 '도발 시 북한 정권 종말' 등의 발언 등을 언급한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에 대해 "우리에게는 자위적이며 당위적인 불가항력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공신'으로 '찬양'받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누구에게 겁을 준다고 미국의 핵항공모함이며 핵잠수함,핵전략폭격기들을 숨가쁘게 끌어들인 덕에 우리는 명분당당하고 실효성있게 자기의 군사력을 고도로 발전시킬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북 정권과 군대는 '소멸해야 할 주적'으로 규정하고 떠들어주었기에 우리는 진짜 적이 누구인지 명백히 하고 대적관을 서리찬(날카로운) 총창처럼 더더욱 벼릴 수 있게 되였으며 '자유민주주의체제 하의 통일'을 염불처럼 떠들어주었기에 '민족의 화해단합'과 '평화통일'과 같은 환상에 우리 사람들의 눈이 흐려지지 않게 각성시킬 수 있었으며 제 먼저 9.19북남군사분야합의의 조항을 만지작거려주었기에 휴지장 따위에 수년간이나 구속당하던 우리 군대의 군사활동에 다시 날개가 달리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군사력 키우는데 제약을 조성한 것은 문재인"
"이런 세상을 맞고 보니 청와대의 전 주인이 생각난다"고 한 김 부부장은 "문재인, 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었다"면서 전 정부의 대북정책도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어리숙한체하고 우리에게 바투(바싹) 달라붙어 평화 보따리를 내밀어 우리의 손을 얽어매어 놓고는 돌아앉아 제가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도 우리가 미국과 그 전쟁 사환군(하수인)들을 억제하기 위한 전망적인 군사력을 키우는데 이러저러한 제약을 조성한 것은 문재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우리와 마주앉아 특유의 어눌한 어투로 '한핏줄'이요, '평화'요, '공동번영'이요 하면서 살점이라도 베어줄듯 간을 녹여내는 그 솜씨가 여간이 아니었다"면서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고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북측이 핵·미사일발사시험을 중지한 상황에서 남측이 F-35A 전투기 도입, 최신 잠수함 실전배치, 한미 미사일 협정을 개정한 것을 언급한 김 부부장은 "문재인의 그 겉발린(입에 발린) '평화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제2의 문재인이 집권하였더라면 우리로서는 큰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의 집권을 "우리에게 두 번 없는 기회"라며 "문제인 때 밑진 것을 열배, 스무배 아니 그 이상으로 봉창(벌충)할 수 있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은 이번 신년사라는 데서 올해 상반기까지 '한'미확장억제체계를 완성하겠다고 역설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보다 압도적인 핵전력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또다시 부여해주었다"며 "우리는 참으로 '값나가는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벽두부터 '북풍'과 '총풍'을 일구며 부려대는 대결광태를 보면 가뜩이나 위태위태한 대한민국의 가냘픈 운명을 지난해에는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면 올해는 아예 칠성판(장례 때 시신을 올려놓는 판)에 올리고야말 기세"라면서 "나는 새해에도 대한민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국가의 군사적 강세의 비약적 상승을 위해 계속 '특색있는 기여'를 하겠다는데 대해 쌍수를 들어 크게 환영하는바"라고 담화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면서 '대남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천명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 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이같은 대남정책 기조 변화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현재 한반도 위기 상황의 책임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있다는 걸 주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