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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기간 시민단체 활동가와 변호사로 활약하다 도의원이 됐다. 시민단체 출신 변호사라는 다소 이례적인 삶의 경로와 그에 따른 시각으로 경기도를 새롭게 경험하고 있다. 의정활동 중 마주하는 사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기자말]
음식물 쓰레기. 자료사진.
 음식물 쓰레기.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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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음식물류 폐기물, 즉 음식물 쓰레기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장이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음식물류 폐기물을 다량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폐기물의 장거리 이동을 지양하고 되도록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경기도 소재 학교 중 음식물류 폐기물을 자체 처리하는 곳은 손에 꼽는다. 대부분 폐기물 처리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학교가 자체 처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함이다. 잔반통에 담아 놓기만 하면 업체가 알아서 수거해가는 편리한 방법을 두고 굳이 음식물 처리기를 운용할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도 소재 대부분 학교가 소비자인 음식물류 폐기물 위탁처리 산업의 이해관계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일 것으로 생각된다.
 
현행법상 위탁처리 역시 음식물류 폐기물의 합법적 처리 방식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폐기물의 장거리 이동이 수반되고 대규모 처리 시설이 요구되는 위탁처리 방식이 거의 모든 학교에 적용되고 있는 현실을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필자는 지난 8월 성남 출신 문승호 경기도의회 의원과 함께 잔식(잔반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배식하지 않고 남은 음식)을 지역사회 푸드뱅크와 연계하여 사회적 소외 계층에 전달하는 조례를 추진한 바 있다.

푸드뱅크 조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급식의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많은 학교 급식실 담당자와 면담하며 현황을 파악하고 음식물 처리기의 도입을 권해 보았다. 그러나 영양사 등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손사래를 쳤다.
 
학교급식 현장에서 음식물 처리기의 사용을 꺼리는 표면적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첫째는 사후관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음식물 처리기 생산 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보니 수백만 원짜리 처리기를 구매해 놓고도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험이 많았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가격이다. 학교와 같이 음식물류 폐기물이 다량으로 배출되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대용량 음식물 처리기는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몇천만 원에 이르기까지 한다. 일선 학교로서 부담되는 가격임은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안전사고의 위험성이다. 음식물 처리기 중 가열건조 방식은 음식물류 폐기물을 분쇄한 후 건조하여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가 다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고 한다.

현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현장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현재와 같이 대부분의 학교가 위탁처리 방식을 선택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음식물 처리기 생산 업체를 직접 만나 토론하고 설득한 끝에 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
 
우선 사후관리는 리스 방식의 선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리스계약에 사후관리 부실을 계약 해지 사유로 명기한다면 A/S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고가의 비용은 보통 월 50만 원 전후인 현재 위탁업체에 지급하는 처리비용 보다 리스 비용이 저렴한 상품을 찾으면 해결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안전사고는 발효처리 방식 제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발효처리 방식은 분쇄 과정이 없으므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없었다. 더욱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한나절 정도면 음식물류 폐물을 전부 발효시킬 수 있어 학교에서의 사용에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은 조건, 특히 사후관리 미비를 계약 해지 사유로 명기하는 것과 현재 지출되고 있는 음식물류 폐기물 위탁처리 비용 이하의 리스료 책정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업체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다행히 한 업체를 어렵게 설득할 수 있었다.

음식물 처리기를 도입하면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례도 준비했다.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니 이제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음식물 처리기가 "일만 많아지는 애물단지"라는 선입견이 너무 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험시켜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모든 조건을 수용한 업체를 몇몇 지역 교육지원청에 소개해 주며 "지역에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딱 한 곳만이라도 설치해달라"고 부탁했다. 음식물 처리기를 경험해 본다면 현장의 불안함이 희석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은 오히려 "김광민 의원이 특정 업체를 데리고 다니면서 음식물 처리기를 판매한다"라는 제보로 이어졌다. 음식물 처리기 업체와 결탁해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기반한 취재가 빗발쳤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이 이것이다. 현장의, 관료의 변화에 대한 거부감. 행정조직의 경직성. 모든 조건을 맞춘 업체를 찾아, 아니 발굴해 데려다주어도 관행을 바꾸지 않으려는 현실, 오히려 변화의 요구를 비리라 매도하는 현실이 그것이다. 음식물 처리기의 도입은 앞으로 남은 임기는 이러한 학교 현장과 관료의 경직성과 싸우는 과정이 될 것 같은 불안감만 남겨주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은 경기도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현직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음식물쓰레기, #김광민, #푸드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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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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