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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반기에 다섯 분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희생되고 난 후에서야 비로소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아래 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되었고, 부족하지만 전세사기특별법 덕분에 집에서 쫓겨나는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가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전히 집에서 쫓겨나는 신탁사기 피해 세입자

그러나 여전히 쫓겨나는 신탁주택의 사기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보통 사람들은 신탁 사기에 대해서 대부분 잘 알지 못하기에, 신탁 사기에 대해서 먼저 설명을 드려야 할 듯싶습니다.

신탁은, 기존 집주인인 위탁자가 신탁회사(수탁자)에 임대주택에 대한 관리 처분을 맡긴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있다 보니, 주택에 대한 실질적 소유자와 형식적 소유자가 달라지며, 대외적으로는 형식적 소유자인 신탁회사가 소유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집주인인 위탁자가 임대주택을 신탁회사(수탁자)에 잠시 맡겨놓은 것처럼 설명하고, 마치 본인의 주택인양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정규 교육과정에서 신탁 제도를 배워보지 못한 한국의 세입자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속아 넘어가게 됩니다. 신탁으로 인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전국적으로 500세대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 집주인인 위탁자가 신탁 주택에 대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신탁 계약을 통해 확보한 수익권 증서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60%가량의 1차 대출을 받은 후, 2차로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주택 가치의 100% 이상의 자금을 융통하기 위함입니다.

기존 집주인의 세입자에 대한 전세금 반환 채무와 관련하여 신탁 주택에 대해서는 세입자들이 강제집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집주인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제도가 없습니다. 기존 전세 사기 사건 중 전형적인 사건들이 모두 이처럼 주택 가치의 100% 이상을 모두 금융기관 대출금과 전세금으로, 즉 타인 자본으로 충당한 사건들인데, 신탁 사기도 똑같습니다. 
  
구멍 뚫린 법원 등기국. 고통받는 전세 피해자들
 구멍 뚫린 법원 등기국. 고통받는 전세 피해자들
ⓒ 대구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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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 사기 피해 세입자들이 속는 이유

신탁에 따른 법률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기부에 첨부된 신탁원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 신탁 원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며, 직접 등기소에 방문하여 발급받아야 합니다.

신탁원부란 신탁등기시에 신탁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한 계약서로, 신탁 등기를 신청할 때 등기 신청서에 첨부하는 서류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세입자가 실제 신탁원부까지 확인한 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통상 집주인을 믿고 계약한다든지, 공인중개사를 신뢰하는 방식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데, 공인중개사도 신탁 제도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신탁 제도로 인해 매년 수십, 수백 세대의 신탁 사기 사건이 발생하는데, 현재까지는 피해 세입자가 각자 기존 집주인 또는 공인중개사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되고, 결국 세입자는 신탁 주택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신탁원부와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서 표지
 신탁원부와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서 표지
ⓒ 김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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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탁원부상 부동산담보신탁계약서에 주택 임대차 계약은 수탁자인 신탁회사의 사전 승낙을 얻어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으며, 이 규정을 근거로 신탁회사는 세입자들에게 본인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전형적인 신탁 의 구조입니다.

즉 세입자는 기존 집주인인 위탁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신탁회사의 사전 승낙이 필요한 점, 신탁주택에 이미 우선 담보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이 있는 점 등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기존 집주인인 위탁자나 공인중개사의 설명만 듣고 일반 주택의 임대차와 동일하게 전입신고와 임대차계약서상 확정 일자만 갖추면 보증금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보장되는 줄 알고, 기존 집주인과 신탁부동산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후 기존 집주인이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이자를 연체하게 되면, 신탁회사가 금융기관을 대신하여 세입자들에게 주택 인도소송을 제기하게 되며, 이에 대해 대법원은 신탁회사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 현재 신탁 사기의 현실입니다.

신탁 사기 피해자에게 발생하는 더 큰 위험은, 신탁회사의 사전 승낙이 없는 신탁 주택의 임대차계약은 신탁회사에 대해서는 무효이기 때문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에게 보장되는 최우선변제금조차 신탁사기 피해자에게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탁 회사들의 방치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신탁 주택에 대한 임대차 업무나 월세 임대료와 관리비 수령, 임대주택의 청소, 수리 등의 관리업무는 모두 위탁자인 기존 집주인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구 신탁사기의 피해자 정태운씨의 피해 주택도 동일합니다. 2017년 6월경부터 신탁회사와 기존 집주인 사이에 신탁 계약이 체결된 후에도 수년 동안 위탁자가 계속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료를 받아 이자를 납부하고, 관리비를 받아 임대주택 관리를 해 오던 것을 신탁회사가 사실상 방치해 왔습니다.

기존 집주인인 위탁자가 신탁 주택에 대하여 위와 같은 임대차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신탁회사가 수년 동안 모를 리도 없습니다. 결국 위탁자인 기존 집주인은 대외적 소유자인 신탁회사의 방치하에 신탁 주택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여 왔던 것이며, 신탁회사는 신탁계약에도 불구하고 기존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을 통해 신탁 주택에서 수익 활동을 하는 것을 사실상 방치해 왔던 것입니다.

그러한 가운데 신탁 주택에 대한 수탁자인 신탁회사는 신탁 주택에 대한 건설이나 매입을 위해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을 위해 기존 집주인으로부터 이자를 받아 전달하고 신탁보수를 챙기는 것이 실제적인 역할인 것입니다.
 
전세사기피해자 시민사회 대책위가 28일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세사기피해자 시민사회 대책위가 28일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민사회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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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사기 피해자에 대한 주택 인도 소송 중단해야

저는 신탁 전세 사기를 제도권 사기라고 부릅니다. 지난 수십 년간 1년에 신탁 사기 피해자가 수십 명, 수백 명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법률구조공단 통계에 따르면, 신탁 전세로 인한 상담 건이 지난 5년간 1500건이라고 합니다. 언제까지 이러한 임대차 신탁 사기를 방치해야 할까요?

신탁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신탁 사기 피해자들이 전세금 또는 보증금을 날린 채 여전히 신탁 주택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이 신탁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책임보다는, 주택 가치의 100%를 모두 금융기관의 대출금과 전세금으로, 즉 타인 자본으로 충당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현재의 신탁 주택에 대한 전세 제도가 더 큰 문제입니다.

신탁 사기 피해자들이 더 이상 아무런 대책 없이 신탁사기 주택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신탁회사의 신탁 주택에 대한 세입자 퇴거 소송을 중단해야 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아무런 대책 없이 쫓겨나지 않도록 주거 안정을 도모하자는 전세 사기 특별법의 입법 취지에 따르면, 최소한 신탁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강제집행이라도 일시 중지함이 마땅합니다.

법무부는 10월 31일 이러한 신탁사기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탁등기에 관한 부동산등기법 개정안을 제출하였으나, 현재 너무 많은 신탁 사기 피해자가 신탁 주택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신탁사기 피해자들이 더 이상 신탁 주택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전세사기특별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디 도와주세요. 신탁사기 피해 세입자들은 모두 우리의 이웃입니다.

 
부동산등기법 개정안에 대한 2023. 10. 31.자 법무부 보도자료
 부동산등기법 개정안에 대한 2023. 10. 31.자 법무부 보도자료
ⓒ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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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태그:#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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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연구조사, 변론, 여론형성 및 연대활동 등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88년에 결성된 변호사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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