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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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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지역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순직한 고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하고 민간 경찰에 이첩했던 해병대 수사단 1광역수사대장(중령)이 '사건에서 혐의자를 제외하라는 대통령 및 장관의 지시가 수사 외압으로 느껴졌고, 비슷한 우려를 경북경찰청에도 전달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1광수대장은 지난 7월 19일 오전 채 상병이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직후 현장에 출동해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같은 날 밤 채 상병이 숨진 채 발견된 후에는 변사사건을 조사했다. 또 8월 2일 오전 관련 기록일체를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로 인계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7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위원 및 보좌진을 대상으로 채 상병 익사사고 수사경과 및 사건처리 관련 대면설명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동행했던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으로부터 '내부사정에 의해 취소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후 1광수대장은 국방위 설명이 취소된 사유에 대해 부사령관에게 물었지만, '이대로 설명하면 안 된다고 한다'라는 대답을 들었을 뿐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고 한다.

해병대사령부 수사단으로 복귀한 1광수대장은 오후 4시경 중앙수사대장으로부터 국방위 대면설명 및 언론브리핑이 취소된 사유에 대해 '대통령이 이런 일에 사단장이 포함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겠냐. 군의 사기는 어떻게 되겠느냐라며 임성근 해병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오후 6시경 1광수대장은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중앙수사대장(중령), 중앙수사대 수사지도관(준위)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는 대통령이나 국방부 의견에 따라 임성근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게 되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또 사망사건 원인범죄 수사의 관할은 경찰에 있기 때문에 사건이 경찰로 넘어간 후 경찰이 입건 전 조사를 통해 혐의자를 추가하거나, 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군사경찰 수사단계에서 혐의자를 제외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포항지청 검사가 해군 군 검사에 연락' 소식 듣고 외압 느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10월 2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 출석해 있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10월 2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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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수사단장이 김계환 사령관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해당의견을 정리해 <고 상병 채OO 익사사건의 관계자 변경시 예상되는 문제점> 문서를 작성해 박정훈 수사단장에게 보고했다.

1광수대장은 포항으로 복귀한 뒤인 8월 1일 대구지검 포항지청 검사가 해군 군 검사에게 연락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 외압을 느꼈다고 한다. 1광수대장은 "지난 8월 1일 군검사로부터 '본 사건과 관련이 없는 대구지검 포항지청 검사에게 전화가 와서 변사 사건 기록을 보고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고 기록열람을 요청해 난감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사실확인서에 적었다.

그는 이어 "이런 말을 듣고 1사단장의 사촌동생이 OO지청 검사장으로 근무했다는 것과 1사단장이 일부 국방위원들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대통령 및 장관의 지시가 더욱 수사 외압으로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8월 2일 오전 다른 수사관 2명과 함께 경북 안동시 소재 경북경찰청에 도착한 1광수대장은 대구지검 포항지청 검사가 변사 사건 기록을 보기 위해 경찰에도 연락했다는 사실을 경찰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1광수대장은 경찰에 추가 수사 필요사항을 넘기며 언론 브리핑이 취소된 이유 등을 설명하고 "군사경찰 입장에서는 수사 외압으로 느껴졌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자 경북경찰청 경찰관도 '해군검찰단 군 검사에게 연락한 대구지검 포항지청 검사가 7월 28일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도 연락해서 사건기록을 인계받았는지, 언제 인계받을 예정인지, 인계받은 이후 기록을 열람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1광수대장은 "같은 검사가 경찰에도 연락했다는 것을 듣고 군사경찰이 느꼈던 것과 동일하게 경찰 수사단계에서도 외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니 투명한 사건처리를 부탁했다"고 사실확인서에 기재했다.

국방부 검찰단 자료 회수 뒤엔 전화 안 한 포항지청 검사
 
국방부 검찰단장 등을 고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왼쪽)이 9월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자수사처(공수처)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 단장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 "국방부 검찰단장 고발" 공수처 출석하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 국방부 검찰단장 등을 고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왼쪽)이 9월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자수사처(공수처)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 단장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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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국방부는 7월 24일 포항지청 검사가 해군 검찰단 소속 군 검사에게 처음 전화를 건 후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관련기록을 넘겼던 8월 2일까지 포항지청 검사 2명이 모두 9통의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 [단독] 포항지청 검사 2명, '채 상병' 경찰 이첩 전에 9번 전화 https://omn.kr/260k3).

이후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는 8월 4일 포항지청 검사가 2차례 더 해군 검사에게 전화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통화 내용은 담당 군 검사의 인사이동으로 변경된 사무실 번호를 알려줬고, '변사사건 처리 전 민간검찰 의견제시를 위해 민간검찰에 알려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지난 20일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조주연 대구지검 포항지청장은 "(변사사건 의견 제시를 위한) 최소한의 파악을 위해서 군검사하고 통화했을 뿐이지, 절대 수사 사건과 관련해서는 저희는 묻지도 의견 제시도 한 적이 없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방부가 박주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2일 오전 해병대수사단이 관련기록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가 같은 날 저녁 국방부 검찰단이 자료를 회수해간 뒤에는 포항지청 검사가 국방부 검찰단이나 조사본부에 전화를 한 사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지청이 11차례나 해군 검찰단에 전화를 했던 이유가 변사사건 의견 제시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후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국방부 조사본부에는 왜 단 한 통의 전화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태그:#채상병, #박정훈대령, #해병대수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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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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