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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25일 창원 한서빌딩 앞 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행동"을 벌였다.
 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25일 창원 한서빌딩 앞 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행동"을 벌였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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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책임을 묻겠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시민들이 10·29 이태원 압사 참사 1주기를 맞아 이같이 다짐했다. 이태원 참사 경남대책회의는 25일 창원 한서빌딩 앞 광장에서 '1주기 추모행동'을 열었다.

경남대책회의는 희생자 159명의 얼굴사진과 국화꽃을 새긴 펼침막을 걸어 놓고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먼저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부터 했다.

박민주 진보대학생넷 경남지부 회원은 "그날 저녁 기억이 생생하다. 집에 돌아와서 마주한 뉴스는 사람이 한데 뭉쳐 있는 장면이었고, 인터넷 기사에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가득했다"라며 "1년이 지난 지금도 제 주변의 많은 사람은 충격이 여전하고 말을 잇기 어렵고, 일이 있은 지 벌써 1년이 지났다는 사실에 허탈하기만 하다"고 가슴 아파했다.

그는 "책임은 대체 누가 져야 하는지. 지방자치단체장과 경찰, 행정안전부와 국무조정실, 용산 대통령실까지 어느 하나 자기 일이라고 나서는 자가 없다. 참사 수사 기록과 공판 기록을 보면 죄다 토씨 하나 따져 물으면서 '네 탓이오'라고 외쳐댄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감을 못하고 슬픔을 보듬지 못하는 공권력이 유가족들의 아픔도 방치했다"라며 "유가족들은 1년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간담회를 하고 선전전을 하며 해결을 위해 나섰다. 그러면서도 '너희가 겪었던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엄마가 힘들지만 노력하면서 살게'라고 말한다"라고 덧붙였다.

박민주 학생은 "이제 윤석열 정부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전 대책을 마련하라.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당시 몰릴 인파 예견과 안전관리계획 실패했다면 하루빨리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가 나자 정부는 조기를 달지 못하도록 해 추모보다 막말과 혐오만 남도록 했다. 추모하지 않아 진실은 돌아올 수 없도록 했고, 안전은 사라졌다"라며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봉열 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1년이 지났지만 그때 아픔은 지금도 생생하다. 사회적 참사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다. 참사에 대해서는 누구든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라며 "사과와 책임이 있는 비참함만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밝혀야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투쟁해야 하는데, 그 길에 앞장서지 못했던 거 같아 반성한다"라고 미안해했다.

경남대책회의는 이날 낸 성명을 통해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시간은 흘렀지만, 기억과 아픔은 1년 전 그때 그곳에 머물러 있다. 흔적은 옅어졌지만, 씻기어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우리의 마음 깊은 곳으로 스미어 점점이 박혔다"라고 했다.

이어 "조금의 관심과 주의만 있었더라면, 누군가의 가족, 친구, 이웃들이 주검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차가운 거리의 죽음을 마주해야 했던 이들은 없었을 것이다"라며 "무리죽음에 머리 조아리고, 책임을 말하지만 그때뿐이다. 언제나처럼 우리는, 이러저러한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들을 마주한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을 알지만, 혹여나 하던 우리들을 자책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남대책회의는 "진실을 향한 걸음, 멈출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죽어간 이들이 우리에게 남긴 유언이자 명령이다. 그날의 기억과 고통에 발이 묶인 살아남은 자들의 호소이다"라며 "더딜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유가족, 피해자의 몫으로 남겨 두지 않겠다. 손잡고 함께 갈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김유철 시인은 '행복해야 할 젊음이 사라졌다'라는 제목의 추모 시를 낭송했다. 다음은 추모 시 전문이다.
  
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25일 창원 한서빌딩 앞 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행동"을 벌였다. 김유철 시인.
 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25일 창원 한서빌딩 앞 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행동"을 벌였다. 김유철 시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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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야 할 젊음이 사라졌다

김유철

그날 저녁도 그랬지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173으로 들어설 때 / 행복은 곁에 있었고 마음은 즐거웠지 / 3년 만에 마스크 없는 토요일이었어 / 축제처럼 여겨지던 그날 / 골목에서 골목으로 웃음은 넘쳤어

무엇이 잘못된 거야 / 도대체 무엇이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들 / 우린 젊었을 뿐이라고 소리쳤고 / 우린 기뻤을 뿐이라고 아우성쳤고 / 우린 사랑했을 뿐이라고 발버둥 치는 동안

우리의 손은 허공을 부둥켜 잡았고 / 우리의 발은 무릎을 꿇었으며 / 우리의 가슴은 막히고 터졌어

막을 수 있었잖아 / 뻔히 예상한 일이잖아 / 젊음이란 혈기가 그날 어디로 향하는지 / 너희가 신봉하는 도사들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 너희가 풍수지리로 찾아든 용산이기에 / 사람들을, 젊은이들을 잘 보호할 수 있는 거리였잖아

국가는 없었어 / 진도 앞바다 세월호의 텅 빈 메아리처럼 / 또 그날 그 시간 그 자리에 국가는 없었어 / 책임져야 할 순간이 다가오면 / 너희는 매번 어디로 사라지는 거야 / 도대체 너희의 정체는 무엇이냐

있어야 할 국가가 사라진 날 / 10대가 바다에서 죽고 / 있어야 할 국가가 사라진 날 / 20대가 땅바닥에서 죽고 / 그래, 다음은 무엇이냐 / 도사들아, 개봉박두냐

사라진 책임자들아 / 숨어버린 책임자들아 / 억울한 영령들 앞으로 나와 한 맺힌 목소리를 들어라 / 자신이 있거들랑 영정속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로 보라 / 희생자들이 구천을 떠돌지 않도록 진상조사 특별법을 제정하라

행복해야 할 젊음이 사라진 것은 / 희망의 불씨를 짓밟아 꺼트린 것이다 / 10월의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 떠나간 영령들이시어 / 그날의 진실을 끝내 밝혀내리다 / 잊지 않고 함께 하리다 안녕

 
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25일 창원 한서빌딩 앞 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행동"을 벌였다.
 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25일 창원 한서빌딩 앞 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행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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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25일 창원 한서빌딩 앞 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행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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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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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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