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23년 10월 25일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 난민 캠프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 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건물 잔해를 지나고 있는 모습.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 전쟁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민간인 수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0월 25일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 난민 캠프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 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건물 잔해를 지나고 있는 모습.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 전쟁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민간인 수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 AFP/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매일같이 중동에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10월 7일, 팔레스타인 정당이자 준군사조직인 하마스가 기습 공격을 벌이자,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에 나서면서 계속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교회와 병원에 폭탄이 떨어지고, 아이와 여성과 노인이 목숨을 잃는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측은 이 전쟁으로 매일 400명의 어린이가 죽거나 다치고 있다고 경고한다.

솔직히 이런 뉴스를 볼 때면 피로가 몰려온다. 따라잡기도 버거울 만큼 마음을 무겁게 하는 사건들이 연달아 터질 때면, '내가 이런 정신적 피로를 감수하면서까지 나와 직접적인 상관도 없는 이들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라는 의문도 든다.

그럼에도 나는 중동분쟁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아침마다 몇 개라도 관련 뉴스를 찾아보고 있다. 이 글은 내가 왜 중동분쟁에 관심을 갖는가, 중동분쟁은 우리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답변이다.
  
피해 입었으니 가해자 돼도 괜찮다?

나는 중동분쟁을 '피해자는 어떻게 가해자가 되는가'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이해한다. 기나긴 중동분쟁의 역사에서 단 하나의 '결정적 순간'을 꼽으라면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벌인 무자비한 종족 청소,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을 뜻하는 말)일 것이다.

"팔레스타인에 살던 원주민의 절반이 내쫓기고, 마을과 도시의 절반이 파괴되었으며, 그중 극소수만이 가까스로 돌아올 수 있었"(<팔레스타인 비극사> 37쪽)던 비극을 정당화하는 데 홀로코스트가 동원됐다.

훗날 이스라엘 초대 총리가 된 다비드 벤구리온은 건국 당시 팔레스타인인들과 벌인 전투에서 사망한 유대인을 '제2의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들'이라고 불렀다. 역사학자 일란 파페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팔레스타인인과 아랍인 전체를 나치스로 묘사하려는 시도는 의도적인 홍보 책략이었다. 그래야만 홀로코스트를 경험하고 3년 뒤에 유대 군인들이 다른 인간을 청소하고, 죽이고, 파괴하라는 명령을 받을 때 자신감을 잃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비극사> 152쪽
 
그때만의 일은 아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던 엘리 위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막 끝난 2014년 8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에 하마스를 나치에 비유하는 광고를 실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유대계 영국인으로 영국 하원의원을 지낸 제럴드 카우프만의 말을 떠올린다.
 
"나의 할머니는 고향 마을인 폴란드 스타스초프로 나치가 쳐들어왔을 때 병석에 누워 계셨다. 할머니는 침대에 누운 채 독일 병사의 총을 맞고 돌아가셨다. 그런데 가자에서 이스라엘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할머니들을 죽이는 명분이 되어주기 위해 내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은 아니다." 
- 2009년 1월 15일, 가자지구에 대한 하원 토론에서
 
홀로코스트는 물론 반복돼선 안 될 비극이지만, 유대인이 과거 고통을 겪었다고 해서 그게 그들이 현재 저지르는 잔혹 행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비극이 또 다른 비극을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는 현실은 나를 착잡하게 만든다.

'피해자인 나'에 과몰입하는 국가들
 
10월 22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이스라엘 규탄 집회 현장. 79개 시민단체가 공동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팔레스타인인과 한국 시민 500여 명이 참석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10월 22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이스라엘 규탄 집회 현장. 79개 시민단체가 공동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팔레스타인인과 한국 시민 500여 명이 참석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 김경훈

관련사진보기

 
중동분쟁을 비롯한 국제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다.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누구도 생명권을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좀 더 현실적으로 '중동 전쟁이 내 출근길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것도 따져볼 수 있다.

1973년 중동전쟁이 1차 오일쇼크를 불러왔듯, 전쟁 때마다 기름값이 요동을 친다(기름값이 올라 자차 출퇴근을 포기하고 '따릉이'를 타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는 기사마저 나온다). 그렇게 국제 문제가 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는 것이다. 

둘 다 필요한 접근이지만, 한계는 있다. 모든 사람이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말은 옳지만, '그래야 한다'는 당위만으로 생활 속 실천까지 나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와의 실질적인 연관성을 찾는 접근은 현실적이지만, 한국과 관계가 깊지 않거나 중동과 달리 석유 등의 자원이 없는 국가/지역의 문제라면 그런 주장이 힘을 갖기 어렵다.

나는 둘 사이의 어딘가에 놓인 차원을 말하고 싶다. 중동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공통된 하나의 이야기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피해자인 나'에 '과몰입'하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심지어 자신의 가해를 정당화하는 서사 구조는 이스라엘만의 문제가 아니라 차라리 인류의 보편적인 경향에 가까워 보인다.

이를테면 식민 지배를 반성하지 않고 재무장을 추진하는 일본 극우세력의 인식 깊숙한 곳에는 '전쟁에 패한 피해자 일본'에 대한 자기 연민이 깔려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핵폭탄의 피해국이자 승전국 미국에 의해 평화헌법을 강요당한 '불쌍한 우리'에 대한 연민이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는 '저들이 우리의 일자리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논리로 정당화된다. 여성이 역사적으로 당해온 차별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는 '역차별'이란 비판을 받기 일쑤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였던 '공정' 논쟁의 바탕에는 '노력의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나/우리의 억울함'이 있다.

물론 여러 사건이 놓인 구체적인 맥락이 저마다 다르기에 과도한 일반화는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중동 분쟁의 핵심인 '피해가 어떻게 가해를 정당화하는가'라는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는 일은 한국 사회, 나아가 인류가 겪는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과거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을 겪은 '피해자'이기 때문에 가자지구를 공습할 '권리'가 있다는 듯 행동하는 이스라엘인들, 그리고 일본 식민 지배로 인한 '피해'에는 예민하면서 베트남에서 저지른 '가해'의 기억은 부정하는 한국인. 그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먼가, 혹은 가까운가. 이런 질문이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는 데 유효하다고 나는 믿는다.

'나/우리'의 피해가 '너/저들'의 고통을 정당화하는 현실은 슬프지만, 우리가 연루된 이 비극을 이해하고 넘어서려면 그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듯 저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일이 곧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믿기에 나는 내일도 다시 중동분쟁에 대한 뉴스를 무거운 마음으로, 하지만 끝내 눈을 돌리지 않고 찾아 읽으려 한다.

※ 아래는 중동분쟁을 조금 더 잘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팁.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23일(현지시간) 촬영한 가자지구 북부의 모습. 이스라엘군 공습 이후 연기가 치솟고 파편이 날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양측에서 6천500명 이상이 숨졌다.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23일(현지시간) 촬영한 가자지구 북부의 모습. 이스라엘군 공습 이후 연기가 치솟고 파편이 날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양측에서 6천500명 이상이 숨졌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우선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뉴스 카테고리에서 세계/국제 분야 뉴스를 찾아볼 수 있다. 언론사 〈한겨레〉도 메인 화면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관련 뉴스를 모아놓고 있다.

국제 분야 시민단체나 시민단체 활동가의 SNS를 팔로우하는 것도 방법이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플랫폼C,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등이 주로 페이스북에서 현지 상황과 전문가 및 활동가들의 의견을 꾸준히 게시하고 있다.

이 분쟁을 깊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링크 두 개를 추천한다. 첫째는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가 중동분쟁 관련 영상을 모은 '팔레스타인 문제의 이해' 플레이리스트다.

둘째는 〈경향신문〉에서 오랫동안 국제 분야를 담당했던 저널리스트 구정은씨가 중동분쟁을 비롯해 중동사 일반과 이슬람 등에 대한 책들을 소개한 '중동‧이슬람에 대한 책들'이다. 구정은씨의 블로그에는 이 밖에도 '[라운드업]연표로 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다양한 관련 포스팅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한다.

태그:#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 2015.4~2018.9 금속노조 활동가. 2019.12~2024.3 한겨레출판 편집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