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과의 대화 영화 ‘차별’ 상영회-김지운 감독과의 대화.

▲ 김지운 감독과의 대화 영화 ‘차별’ 상영회-김지운 감독과의 대화. ⓒ 최정미

 
한글날(9일) 대림연회루 2층에서 영화 '차별' 상영회+대림동 에스닉타운 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박동찬 선생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부산에서 올라오신 김지운 감독님, 패널이신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안정아 선생님, 서울대 비교문학협동과정 보메이 박사가 함께했다. 공동 감독인 김도희 감독은 감기로 불참했다.

2010년부터 실시된 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 하지만 아베 정권 이후 조선 고급학교 10개교는 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유일하게 제외되었다. 조선학교에 지급될 취학지원금이 어떻게 유용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반발한 5개교 조선 고급학교가 2013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으나, 1심에 1번 승소한 것 외에는 모두 패소하고 말았다. 이후에는 유치원 교육까지도 모두 무상화 교육에서 배제되고 말았다. 초기 4만여 명에 달하던 학생 수는 700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지금까지 정당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찾기 위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갈 이들의 자녀, 후손들의 미래를 위한 일이었던 것. 이들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찾아가 아이들의 인권 탄압을 호소해 일본의 시정을 권고하는 데 성공했으나 권고는 권고에 불과할 뿐, 일본의 시정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선학교는 단지 한글을 배우는 장소로서뿐 아니라 학생들과 졸업생, 재일교포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장소다. 일제강점기 한글 말살 정책을 폈던 당시 정책처럼 일본 정부는 조선인들의 보금자리를 파괴하기 위해 교육을 받을 기본적인 인권조차도 탄압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암묵적 허락 하에 자행되는 일본인들의 한국인 혐오는 일제강점기 일본 정부의 주도하에 '한국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괴소문을 퍼트려 한국인을 탄압한 사건을 닮았다.

일본과 남한에서는 조선학교와 조총련의 관계를 의식해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지만,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조선학교는 공산당 또는 북한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학교 교육에 공산당과 관련된 내용은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아이들은 방탄소년단이나 빅뱅 같은 한류에 심취해 있었다.

일절 지원을 해주지 않는 남한과 달리 북한은 조선학교에 정기적인 지원을 해오고 있었다. 조선학교에서 북한 탐방 견학학습을 가는 모습이 신선했다. 다만 다녀온 이후에 그들이 겪는 수모와 차별은 더 심해졌다. 가방 검사를 하면서 전혀 관계없는 학교 체육복 등 개인 물품까지 압수했다.

아이들의 꿈을 묻는 인터뷰 장면이 있었는데, 그중 한 아이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해외여행 가는 게 꿈이에요 우리나라 견학 갔을 때, 아, 우리나라는 남한 아니고 북한요."

이전까지 눈물 흘리며 감동했던 관객이 이 학생의 발언에 분노해 조선학교에 대한 애뜻함이 사라졌다고 감독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감독은 바로 이 점을 노렸다고 한다. 민족적인 감정에 치우쳐 차별받는 상황을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 자체가 문제적인 상황이 아니냐는 것. 조선학교 학생들이 차별받는 모습에 연민의 마음을 지니면서도 정작 대림동 내 조선족 차별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한 시민 관객의 말처럼 조선학교가 북한을 자국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좀 더 담겼어도 괜찮았겠지만, 감독은 그러한 상황을 담는 것이 워낙 방대한 내용이다 보니 2시간짜리 영화에 그 부분까지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의식 있는 몇몇 일본인들이 조선학교에 대한 인권 탄압을 중지하기 위해 함께해 오고 있었다. 감독은 영화 '차별'의 차별점이 바로 이러한 깨어 있는 일본인들의 참여를 조명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처럼 조선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영화 '우리 학교'와 달리 영화 '차별'은 각각의 재판 현장, 집회, 조선학교 공연과 행사, 간담회 등을 통해 조선학교를 도와주는 시민운동가와 변호사들의 모습을 담았다. 하지만 이런 역사 관심이 없는 일본인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 감독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영화에는 영화 '귀향'의 여주인공이었던 강하나 배우, 강하나 배우 어머니로 극단 '달오름'을 운영하는 오미정 배우 등 다양한 재일교포들이 나온다. 그중에서 조선학교 출신으로 변호사가 되어 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을 위해 힘쓰고 있는 재일교포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조선학교의 현실과 상황을 일본 변호사들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돌아오는 건 멸시와 거절뿐. 조선학교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법조인들을 보고 변호사가 되어 조선인의 인권을 위해 투쟁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차별을 법으로 규정한 일본 정부하에서 일본인들의 차별을 감내하며 우리 말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조선인들의 용기와 헌신이 눈물겹다.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금까지 꾸준히 지난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 오고 있는 김지운 감독, 그의 여정을 응원하고 싶다. 
 
영화 ‘차별’ 상영회+대림동 에스닉타운 탐방 프로그램 포스터 영화 ‘차별’ 상영회+대림동 에스닉타운 탐방 프로그램 포스터

▲ 영화 ‘차별’ 상영회+대림동 에스닉타운 탐방 프로그램 포스터 영화 ‘차별’ 상영회+대림동 에스닉타운 탐방 프로그램 포스터 ⓒ 최정미

 
 
영화차별 조선학교 재일교포 일본고교무상화정책 김지운 감독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 만화, 맛집 탐방 등 문화를 사랑하며, 소소한 삶에서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