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우리는 국가가 잘못하면 시민사회가 매를 들 힘이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에) 대한민국 시민들이 저항을 계속 보여주어야 러시아와 중국도 한국과 관계를 파탄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형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김대중·노무현재단 경남지역위, 6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가 5일 저녁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연 '평화특강'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강연은 10·4남북정상선언 16주년을 맞아 마련됐다.
'격변의 지정학과 한반도 평화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김 교수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유행을 보면서 미국과 서구는 국가가 맞느냐고 할 정도로 위기에 대응이 되지 않았고, 중국은 반대로 시장과 시민이 없이 그냥 통제만 있었다"라며 "우리는 강한 국가와 강한 시민사회를 동시에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의 꽃은 복지이고 외교의 꽃은 평화다"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다. 정치가 들어가면서 약자가 보호를 받는 것이고 그것이 잘 구현되는 게 복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교는 전쟁을 막아야 하고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누구(윤석열 대통령)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멍청한 소리다. 박정희 대통령이 미래의 민주주의를 하기 위해 독재가 필요하다고 했던 말과 같다"라며 "평화를 위한다면 평화가 가능한 요수를 찾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신냉전'을 언급한 그는 "현재 신냉전을 조장하는 3개 세력은 미국 바이든과 일본 우파, 그리고 한국 정부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미국이다. 미국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진보일 줄 알았는데, 중국에 쫓기고 나니 품격을 잃어버렸다"라며 "극우에 둘러쌓여 세계를 신냉전으로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 땅에서는 뉴라이트가 등장해 한미일 극우들이 세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말하니까 저한테 중국하고 같이 가자는 것이냐는 질문을 한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누구를 선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잘못 되었고 신냉전 프레임이 잘못이다"라며 "과거 냉전 때는 확실하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딴 삶을 살았다. 지금 세계는 중국에 중독되어 있고 벗어날 수 없다. 중국은 모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다"라고 덧붙였다.
중국과 관련해, 김 교수는 "중국의 세계 전략은 새로운 실크로드, 과거 중국을 부활한다는 것"이라며 "조만간 푸틴이 중국에 가서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할 거라 본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부딪히는 지역이 한반도와 동중국해, 대만, 남중국해의 네 곳이다. 이 가운데 앞으로 30년 동안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지역이 한반도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꿈은 한미일을 하나로 묶는 것이고, 미국이 말하는 신냉전을 동북아에서 펼치는 것이다"라며 "우리는 한미동맹 속에, 한미 관계는 미국을 활용하는 측면으로 '용미'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친일본 성향을 언급하면서 김 교수는 "아시아주의를 내건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이름을 딴 '나카소네 야스히로상'이 있다. 이 상을 받은 한국인은 3명 뿐인데 모두 현 정부에서 일하고 있다"라며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2009년)과 서울대 교수를 지낸 발철희 국립외교원장(2005년), 고려대 교수를 지낸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2008년)다"라고 했다.
그는 "일본은 평화헌법을 건드리지 않고 안보법을 내세워, 군사비를 지금의 두 배로 늘리려고 한다. 미국의 묵인 하에 북 미사일에 대한 반격능력을 보유하고, 엄청난 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에 대해 김 교수는 "우리가 미국의 용병이 되어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만약 대만 유사시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동의하느냐. 지금 민주당은 이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서 정부를 압박해야 하고, 국회가 대만 유사시 개입에 반대하는 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대만 유사시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언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미국을 버텨내지 못하면 절대 평화가 없다. 미국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하고, 미국의 가스라이팅을 극복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힘이 있어야 평화가 온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을 이겨내는 힘을 길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평화특강에 앞서 열린 기념식에서는 김두관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영상), 김옥기 노무현재단 상임대표, 박재혁 6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 상임대표, 황철하 6.15공동선언실천남측본부경남본부 상임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김지수 전 경남도의회 의장 등이 '10·4 공동선언문'을 낭독했다.
노래패 '소리새벽' 출신의 김희정 가수가 문익환 목사의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를 낭송하고 노래 '오 통일이여'를 불렀다. 노무현 대통령의 영상이 나오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노래 '상록수'를 함께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