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 한가위인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3쿼터 대한민국 박지수가 북한 박진아, 김소연과 리바운드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23.9.29

'민족의 명절' 한가위인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3쿼터 대한민국 박지수가 북한 박진아, 김소연과 리바운드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23.9.29 ⓒ 연합뉴스

 
한국 여자농구가 추석에 열린 남북대결에서 19점 차의 승전보를 전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29일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조별리그 C조 북한과의 경기에서 81-62로 승리했다. 지난 27일 태국과의 첫 경기에서 90-56으로 완승을 거둔 한국 여자농구는 북한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도 19점 차의 승리를 거두면서 2연승으로 C조 1위 자리를 지켰다.

한국은 대표팀의 기둥 박지수가 18득점13리바운드6어시스트4스틸3블록슛으로 맹활약했고 김단비가 16득점7리바운드2어시스트, 박지현이 12득점12리바운드2어시스트5스틸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슈터 강이슬은 50%의 확률로 3점슛 4방을 터트리며 16득점으로 좋은 감각을 유지했다. 2연승으로 8강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한국은 오는 10월1일 오후 2시반(한국시각)에 대만을 상대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205cm의 북한 장신센터 박진아에게 고전

한국과 북한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11명에 북한의 에이스 로숙영이 가세한 '연합팀'을 결성해 대회에 참가했다. 미완성의 남북 단일팀은 결승에 진출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로숙영은 대회를 치르면서 한국선수들과 나쁘지 않은 호흡을 과시했다. 농구팬들은 멀지 않은 훗날 로숙영을 비롯한 북한 선수들이 여자프로농구 무대를 누빌 날이 올 거라는 기대에 부풀기도 했다.

하지만 5년의 세월이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과 북은 다시 적이 돼 추석 당일에 격돌하게 됐다. 한국은 아직 신인티를 벗지 못했던 박지수가 팀의 기둥으로 성장했고 5년 전 '여고생 국가대표'로 대회에 참가했던 박지현도 대표팀의 주전선수가 됐다. 반면에 북한대표팀에는 새로운 얼굴 한 명이 한국 벤치와 선수들을 긴장시켰다. 바로 205cm의 신장을 가진 2003년생 센터 박진아가 그 주인공이었다.

198cm의 신장을 가진 한국의 센터 박지수를 내려다 볼 정도로 큰 신장을 자랑하는 박진아는 기량도 만만치 않았다. 박진아는 골밑에서 자리를 잡는 능력부터 포스트업을 통한 준수한 득점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골밑을 장악한 박진아를 앞세운 북한의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로 한국은 1쿼터 3분을 남기고 4-10으로 밀리는 등 1쿼터를 11-13으로 뒤진 채 마쳤다.

박진아라는 베일에 싸인 선수에 밀려 고전하던 한국의 정선민 감독은 2쿼터부터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바로 박진아에게 공이 투입될 경우 박지현이 도움수비를 들어가는 작전이었다. 기량이나 신장이 좋은 한 선수를 2명이 막는 '더블팀 수비'는 상대의 한 선수가 노마크에 놓인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한 작전이다. 하지만 만20세에 불과한 박진아는 북한의 비어있는 선수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줄 정도의 노련함은 갖추지 못했다.

19점 차 대승 속 박지수 출전시간 관리 숙제

2쿼터부터 더블팀 수비를 통해 박진아와 북한 선수들을 당황시킨 한국은 북한의 실책과 슛미스를 틈 타 속공득점을 성공시키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고 33-25로 경기를 뒤집은 채 전반을 마쳤다. 한국의 기세는 후반에도 계속 이어졌고 3쿼터에서 강이슬과 김단비,이경은의 연속 3점슛이 터지면서 점수 차를 벌려 나갔다. 박진아를 외곽으로 끌고 나온 박지수도 3쿼터 6분 여를 남기고 깜짝 3점슛을 터트리며 기세를 올렸다.

한국은 3쿼터 중반 박진아를 막던 박지수가 4번째 파울을 저지르며 위기를 맞는 듯 했지만  정선민 감독은 박지수를 빼지 않았고 박지수는 노련하게 파울 없이 박진아를 수비하며 경기를 풀어 나갔다. 결국 한국은 풀타임을 소화한 박진아에게 29득점17리바운드를 헌납하고도 북한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19점 차의 대승을 거두고 조별리그 2연승을 내달렸다. 북한의 또 다른 에이스 로숙영은 풀타임을 소화하고도 4득점에 그치며 부진했다.

스코어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완승이었지만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경기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19점 차의 대승을 거둔 경기에서 팀의 기둥 박지수가 풀타임에 가까운 36분19초를 소화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실제로 박지수는 4쿼터 초반 햄스트링을 만지며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경기 후반까지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 한국의 목표가 4강, 그 이상이라면 팀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박지수의 건강과 체력관리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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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대결 박지수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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