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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일 때는 휴일로 인해 환영받던 명절이 결혼 하나로 웬수가 되는 나라가 있다. 대.한.민.국.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명절을 싫어하게 되는 걸까. 물론 예외도 있다.

하지만 과반수 이상은 명절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사람은 내가 쓰고 싶지 않은 가면을 써야 할 때, 납득이 가지 않는 역할에 배치될 때 불편감을 느끼는데 추석 역시 많은 며느리(아이러니하게도 사위는 볼멘 소리가 적다)들에게 내적 갈등을 안겨줌으로써 어느새 비운의 명절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추석에 경험하는 내적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답은 정해져 있다. 자리를 피하거나 자리에 적응하거나. 대부분 자리에 적응하는 수순을 밟지만 그래도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갑옷
 갑옷
ⓒ Unsplash의Nik Shulia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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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추석 때 겉으로는 괜찮은 척 속으로는 내적갈등을 처리하느라 온 에너지를 쏟아 방전되는 것이다. 이것은 모두 전통적인 가족상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위계 질서에 투입될 때 나의 가치관이 전통적 가치관과 부딪혀 생기는 일종의 부작용이다.

전통적 세계관에 입장함과 동시에 나라는 아이덴티티는 줄어들고 가족의 일부로 소모품화된다. 그러니 전통적 가치관보다는 현대적 세계관에 맞게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인정해주고 그에 맞게 추석 풍습도 미니멀화(?)된 가족들은 대체로 평화롭다.개인의 내적 갈등을 일으킬 일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김없이 매년 명절은 찾아오고 그때마다 전통적 세계관에 입장해야 하는 내적 갈등러들에게는 추석을 짧고 굵게 보내자는 다짐이 최선이다. 그 다짐에 힘을 보태고자 한 번 준비해봤다. 추석을 하나의 전장이라고 표현했을 때 어떤 방탄복을 선택할 것인지. 당신을 위한 맞춤 방탄복을 골라보자.

1. 성역할 전장에 투입된 당신에게, 커플룩을 넘어 가족 티셔츠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가장 큰 트러블의 요인은 성역할이 아닐까 한다. 누구는 놀고, 누고는 일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평등과 자유를 배워온 사람들에게 단지 '관습'이라는 이유로 남자, 여자 구분해 일을 하는 것부터가 부조리다.

게다가 추석은 풍년을 기원하는 자리이자 조상을 기리는 자리인데 다 함께 즐거워야 할 자리가 본질을 뚫고 화목함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본질을 다시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커플룩을 넘어 가족룩을 제안한다.

요즘은 티셔츠도 소량 제작이 가능하다. 티셔츠에 들어갈 문구도 머리를 맞대어 함께 구상해봐도 좋다. 조상님들도 제사상에 불협노동으로 구워진 조기 한 마리 얹는 것보다 차라리 이러한 협동 정신에서 즐거움과 화목함이 꽃피우길 더 원할 것이다.

티셔츠에 들어가는 문구는 어떤 게 좋을까.

'추석은 짧고 굵게'
'추석이란 무엇인가'


2. 전(기름)의 전장에 투입된 당신에게, 고글과 헤어비닐캡
 
고글
 고글
ⓒ Unsplash의Bram Van O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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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사 음식은 기름에 튀긴 만큼 맛있다. 먹을 때는 맛있지만 과한 노동과 불평등한 노동으로 인해 하기 싫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아니, 나의 말로 인해 상대방과의 관계가 틀어짐에 따른 두려움 때문에 말로 표현하기를 꺼려한다. 그럴 땐 그냥 보여주면 된다. 백문이 불여일견!

부쳐도 부쳐도 끝이 없는 전의 전장에서 말하지 않고 의사를 표현하는 법으로는 전투복을 탑재하는 것이다. 추천하는 건 고글과 헤어비닐캡이다. 기름이 올라와서 눈이 따가울 때가 있고 기름 냄새가 머리에 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기왕 할거면 빨리하고 빨리 끝내자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고글이 없으면 수경도 괜찮다. 약간의 튀는 외향?으로 어쩌면 어른들의 마음에 신선한? 근심을 안겨드릴 수 있으니, 전의 전장에서 빠른 퇴각을 원하는 용자라면 시도해볼 것!

3. 장시간 이동/운전 전장에 투입된 당신에게, 코끼리/인견 바지 룩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댁에 갈 때는 늘 예쁜 옷을 입었던 것 같다. 아니면 한복. 둘 다 불편하긴 매 한가지다. 아이들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어른들도 예쁘게 차려 입으면 불편하다.

예쁜 옷일수록 체형보다는 디자인에 초점을, 기능성보다는 옷 자체의 형태에 중심이 있기 때문이다. 내 집이 아닌 만큼 도착해서의 불편함은 또 불편함대로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는 동안만이라도 편하면 어떨까.

일단 최고 편한 건 몸에 붙지 않는 옷이다. 코끼리 바지 혹은 인견 바지라고 치면 많이 나온다. 패턴이 화려하긴 하지만 부부룩, 가족룩(부부와 아이들)으로 맞춰 입는다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착한 자식들은 부모님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한다. 부모님은 뿌듯해하겠지만 어디 사람이 착한 모습만 갖고 있더냐. 그럴수록 피곤해질 뿐이다.

가끔은 코끼리 바지 같은 패션으로 놀라게 할 줄도 알아야 부모님도 자식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다. 관계에서 자유로우려면 상대방이 나에게 갖고 있는 특정한 모양의 알을 깨부셔야 한다.

4. 잔소리 전장에 투입된 당신에게, 블루투스 헤드셋
 
헤드셋
 헤드셋
ⓒ Unsplash의C 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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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제 잔소리하는 사람이 많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꼰대'라는 단어가 미디어에 많이 노출될수록 '꼰대이고 싶지 않은 많은 어른'들이 잔소리를 목구멍으로 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꼭 필요한 말은 어른들이 해주지 않으면 해줄 사람이 없더라. 문제는 '해야 할 말, 못할 말' 구분하지 못하는 어른일 뿐이다. 그러니 주변에 못할 말을 주로 하는 어른들이 있다면 추석에 장착해야 할 필수 방탄복은 헤드셋이다.

SNL의 맑눈광 신입직원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이어폰으로는 자칫 '싸가지없어' 보일 수 있으니 무조건 눈에 잘 띄는 주먹만한 헤드셋을 추천한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헤드셋이 당신의 이목을 보호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업로드 되었습니다.


태그:#방탄복, #추석, #추석패션, #추석옷차림, #추석방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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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악순환 줄이는 옷경영 코치. 건강한 옷장/쇼핑/코디 생활의 시작 <4계절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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