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15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15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기사 수정: 21일 오전 8시 55분] 

14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운명을 쥐고 있는 숫자다. 21일 국회는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그의 두 번째 체포동의안 표결에 들어간다. 지난 18일 검찰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배임,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관련 뇌물·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 대표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현재 정기국회가 열렸기 때문에 이 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등 절차에 임하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만 한다. 

현재 국회의원 재적 수는 298명이다. 국민의힘 김선교·정찬민 의원의 당선무효형으로 두 자리가 줄었다(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비례대표직은 허숙정 전 중위가 승계). 단식으로 병원에 입원한 이재명 대표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된 윤관석 의원, 순방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하면 출석가능한 의원 수는 295명. 그 과반수가 바로 148명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체포동의안은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기 때문에 가결표가 이 숫자에 도달할지 말지가 관건이다. 

2월 기권·무효 20표, 이번엔 어떤 선택할까

민주당에 부결 '정서'가 많은 것은 맞다. 이재명 대표 단식 내내 여권 반응은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막판에 김기현 대표가 두 번의 페이스북 글로 단식 중단을 요청한 게 전부였다. 게다가 이 대표가 건강 악화로 급하게 병원에 옮겨진 지 2시간 만에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법원→대검찰청·법무부→대통령실을 거쳐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는 과정 역시 속전속결이었다. 그러나 막상 표 계산에 들어가보면 상황은 복잡하다. 

시곗바늘을 2월 27일로 돌려보자. 이재명 대표의 첫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는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와 무효 11표였다. '과반수 찬성'을 못 채웠을 뿐, 부결보다 가결이 더 많은 결과였다. 기권과 무효 또한 사실상 '비이재명계'에 가깝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시 한 비명계 의원은 "기자, 원로들도 '이번엔 이렇고 다음엔 어떻게 할 건인가' 아니냐"며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가 이 사안을 다룬 방식과 태도로는 우리가 빠져나올 수 없다"고 평했다.

이후 약 7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이 대표는 6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 권리를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6월 23일 김은경 혁신위는 불체포 특권 포기를 1호 혁신안으로 요구했고, 7월 18일에야 민주당은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기"로 의견을 모았다. 8월 31일, 이 대표는 단식에 들어갔고 9월 18일 병원에 실려갔다. 이날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폭정·검찰독재 저지 총력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폭정·검찰독재 저지 총력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며칠 동안 침묵하던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입장을 냈다. 그는 "이제 정치의 최일선에 선 검찰이 자신들이 조작한 상상의 세계에 꿰맞춰 저를 감옥에 가두겠다고 한다"며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검찰권 남용"이라고 했다. 또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멈춰달라"며 "이번 영장청구는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다"며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한다.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당하지 않다면 삼권분립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검찰의 정치개입과 헌정 파괴에 맞서는 길이라 확신한다."

이 대표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부결이다.

그런데 2월 당시 '139표'의 구성을 뜯어보면, 가장 확률 높은 분석은 '국민의힘 114명 전원 + 정의당 6명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 양향자 무소속 의원  = 122명 + 민주당계 이탈표'다. 기권과 무효 20표를 더하면 37명이 등을 돌린 결과다. 이 가운데 '가결 17명'이 이번에도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관건은 기권·무효 20명이다.

법원 판결 등으로 9월 현재 국민의힘 의원 수는 총 111명이다. 여기서 박진 장관을 빼고 정의당과 조정훈·양향자 의원, '가결' 민주당 의원들의 표를 합하면 135명이고, 국민의힘을 탈당한 하영제·황보승희 의원도 가결로 본다면 137명에 달한다. 이때 '기권·무효 20명' 중 11명이 찬성표로 돌아선다면? 딱 148표다. 

그 '20명'은 어떤 심정일까. 예측이 둘로 나뉜다. 한쪽은 검찰의 태도가 오히려 반감을 키웠다고 말한다. A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의원들이 정서적으로 가결을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B의원은 "당연히 부결이다. 대표가 (병원에) 실려갔는데 어떻게 가결시키냐"라며 "그런 고민을 할 수 없다. 아니, 사람이 죽어가는데 검찰은...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그거(가결)는 친명/비명 떠나서 못한다"고 했다. 이런 면에서 이 대표의 요청은 '방탄 논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동정-반발 모두 자극한 이재명... 뭐든 후폭풍 

반면 이재명 대표가 가결 심리를 유발한다는 이들도 있다. C의원은 "2월과는 다르다"며 "당시에 '이번엔 부결이 맞고,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벗어나는 전략 등을 보고 다음에 정하겠다'는 이들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 대표가 (친이재명 성향) 특보들을 임명했고, '이재명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수박을 이기겠다'고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 온 사람들이 있다"며 "의원들이 어떻게 반응하겠나"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스스로 6월의 약속을 뒤집었다. 몇몇 의원들이 '가결시켜달라'는 메시지를 기다렸던 것과 정반대다. 가결도, 부결도 부담이었던 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소지가 높은 선택이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체포동의안 가/부결을 문의한 결과 응답한 의원과 아닌 의원'의 명단까지 만들어 돌리는 상황 또한 비명계 의원들을 자극할 공산이 크다. 일부 의원들은 이미 '이 대표가 결국 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 

가결이든, 부결이든 민주당의 미래는 혼돈이다.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라던 박광온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처럼, 민주당은 기로에 서 있다.

태그:#이재명, #체포동의안, #민주당
댓글7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