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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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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시간, 참으로 우리가 잔인하고 비정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 정치 상황인지 참담하기조차 하다. 문민정부가 세워진 이래 이렇게 오만한 정권이 있었나."

18일 오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작심한 듯 원고에 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단식 19일째인 오늘 아침 건강이 매우 악화돼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고 전하며 "이 모든 상황을 국민들께서 바르게, 매섭게 판단하시고 심판하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어진 연설문에서도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지나침은 화 불러"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여러분께서 촛불혁명으로 만들어주신 정권을 지키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정치는 없고, 경제는 나쁘고, 민생은 힘들다. 탄압과 증오와 분노와 갈등이 온 사회를 지배한다"며 "모두의 불행"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정부는 국정을 쇄신하라는 이재명 대표의 절박한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응수한다"며 "브레이크 없는 폭주다. 법이든 정치든 지나침은 화를 부른다"고 짚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혐의를 인정할 수 없지만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려거든 비회기에 청구하면 법원에 나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며 "그런데도 굳이 정기국회 회기에 체포동의안을 보내겠다는 것은 나쁜 정치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니 어느 길이든 민주당을 궁지로 밀어 넣으려는 정치적 올가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허술하고 잔인한 올가미에 걸려들 정당이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 국민의힘에 말씀드린다. 5년은 긴 것 같지만 짧다. 해야 할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국가가 특정 정권의 전유물은 더더욱 아니다. 검찰통치는 잠시 힘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재차 "국무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한다"며 "민주당은 우선 오늘 국무총리 해임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은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시작하시라"며 "그것이 엉킨 정국을 풀기 위한 길이고, 국민과 소통을 시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대화하지 않는 역대 첫 대통령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며 "대통령의 이런 자세 대문인지 국무위원들이 국회에 와서 의원들을 조롱하고 싸우려 든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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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내대표는 연단 앞에 두 개의 투명자막기가 설치돼 있어 양쪽을 번갈아 살펴보면서도 다소 국민의힘 쪽을 많이 바라본 채로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윤 대통령께 묻는다. 어떤 대통령으로 남길 원하나?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나"라며 "그렇다면 지금의 국정기조, 인사, 시스템을 모두 폐기하시라. 지금 이미 대통령께서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법치의 위험선, 상식의 위험선, 보편적 가치의 위험선을 다 넘었다"고 일갈했다. 

그는 "지금 대통령이 바뀌지 않는다면 단순히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는 것이 아니다. 이번 임기 5년은 직선제 이후 최악의 민주주의로 기록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년 4개월이다. 언제까지 무슨 일만 생기면 전임 정권의 탓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또 "대통령 임기의 헌법적 엄중함과 무한책임은 임기가 시작된 날로부터 임기가 끝난 마지막 날까지 단 하루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전임 정권 탓을 한다고 책임을 모면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처리 의지도 천명했다. 그는 "(현 정부의) 언론에 대한 무차별적 탄압은 방송장악을 넘어 언론파괴"라며 "정임정부에서 민주당이 방송법을 완수하지 못했다. 반성한다. 반드시 방송법을 통과시켜서 최소한의 언론의 자유,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또 "대법원 판결이 이미 (노란봉투)법 개정 내용을 담고 있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없다. 국회가 응답해야 할 책임만 남았다"고 했다.

외면하거나, 항의하거나... 국힘 "아이고 뻔뻔하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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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몇몇 의원들은 박광온 원내대표 연설 내내 휴대폰을 보거나 중간중간 반발했다. 그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언급하며 "수산업자의 한숨 소리가 들리나"라고 발언하자 일부는 비웃었고 "아이고 뻔뻔하다" "회 많이 드세요"라고 소리쳤다. 박 원내대표가 고 허대만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을 언급하며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할 때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또 웃었다. 위성정당 원천금지, 비례성 강화 등의 원칙 합의를 요청할 때도 항의했다. 

박 원내대표는 원모양으로 돌다가 음악이 멈추면 재빨리 의자에 앉아야 하고, 의자를 차지못한 사람은 원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의자놀이'에 청년일자리 문제를 빗대며 "능력 있는 부모는 자녀가 20개의 의자에 앉을 수 있게 온갖 스펙을 채워준다"고 지적했다. 곧바로 국민의힘 쪽에서 "딱 조국이네"란 반응이 나왔고, 민주당에선 "이동관!"이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가 성평등을 강조할 때에도 고 박원순 시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연설 말미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국민의힘 정부가 있었고, 그전에는 국가부도의 위기에서 경제를 살린 민주당 정부가 있었다. 또 그전에는 최초의 문민정부를 세우고 격변의 시대에 북방외교의 지평을 연 국민의힘 정부들이 있었다.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민주당이 있었고, 낙후된 경제를 일으킨 국민의힘 정부도 있었다"며 다시금 '협치'를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목에서 잠시 조용했다. 하지만 연설이 끝날 때 박수는 대부분 민주당에서만 나왔다.

태그:#박광온, #민주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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