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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소치 허련 작품
▲ 송도 소치 허련 작품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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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농 김광국(1727~1797)은 조선 후기 최고의 서화 수장가고 애호가였을 뿐 아니라 평론가였다. 그는 평생 수집한 한국, 중국, 일본의 역대 그림을 정리하여 화첩 <석농화원>을 만들었다. 

김광국의 <석농화원>에 실린 김진규의 묵매도 등 조선 후기 미공개 작품  4건 12 점을 가족으로부터 기증받아 국립광주박물관에서 고 허민수 기증 특별전 '애중愛重,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오는 12월 10일까지.

조선시대 남종 화가 소치 허련 집안 후손인 허민수는 소장한 그림을 사망하기 전 아들에게 선물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며느리가 보내온 '멀리서 온 편지'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며느리는 고심 끝에 시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산을 보다 많은 이들과 또 다른 추억을 함께 하기를 바라면서 한국에 기증했다.

9월 15일 전시회 첫날 미국에서 건너온 애중의 작품, 석농화원에 실린 그 작품을 보기 위해 국립 광주박물관을 찾았다. 며느리의 시아버지 고 허민수에 대한 그리움과 잔잔하게 묻어나는 스토리가 있다.
 
묵매도 조선시대 김진규 그림. 고 허민수 기증 특별전 전시 작품
▲ 묵매도 조선시대 김진규 그림. 고 허민수 기증 특별전 전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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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나무에 새가 앉아 있는 그림과 글씨가 액자에 담긴 작품은 남편이 1967년 첫 귀국 때 아버지께 선물 받은 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이 그림을 무척 좋아해서 액자로 꾸며 거실에 걸어두고 오래도록 감상했습니다.  김진규 (1658~1716)라는 사대부 문인이 그린 <묵매도>는 조선 후기 대표적이 서화 수장가 김광국이 탁월한 안목으로 수집한 서화들을 모아 엮은 서화 첩입니다. 우리 거실을 장식하던 이 작은 그림이 지금은 모두 흩어진 <석농화원> 속 수많은 작품 중 하나라니 무척 놀라웠습니다. 이번 기증으로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된 이 작품이 많은 이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각각의 그림마다 게일 허(Gail Ellis Huh·85) 여사는 설명과 함께 가족이 좋아하게 된 동기며 설명을 곁들였다. 서화에 전혀 문외한인 사람도 묵매도를 누가 그렸는지, 석농화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소치 허련 '천강 산수도 '병풍 소치 허련의 작품, 고 허민수 친척이자 친구인 의재 허백련이 표제를 썼다.
▲ 소치 허련 "천강 산수도 "병풍 소치 허련의 작품, 고 허민수 친척이자 친구인 의재 허백련이 표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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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소치 허련의 작품 중 8폭의 '천강산수도'는 병풍 뒷면에는 고 허민수 선생과 가까운 친척인 의재 허백련(1891~1977)이 표제를 썼다. 신명연(1808~?)의 '동파입극도'는 송대 문인 동파 소식(1037~1101)이 귀향 시절 삿갓과 나막신 차림으로 비를 피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당시 조선 선비들은 동파입극도를 흉내 내어 존경하는 스승의 모습을 그렸다. 추사 김정희도 동파 입극상을 그리고, 소치 허련은 제주도 유배 중인 스승의 '완당선생해천일립도'를 그렸다. 이번에 선보인 신명연의 '동파입극도'도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음악이나 문학작품도 마찬가지지만 그림도 작가가 있고, 비평가, 수집하는 사람, 보는 이가 없으면 날 수 없다. 김광국이라는 비평가 겸 수집가가 있었고 그림을 좋아하는 선비들이 있었기에 조선의 서화가 꽃피지 않았을까.

70~80년대만 해도 화조도, 산수화, 사군자(매난국죽)도 등을 거실에 걸어놓은 집들이 많았다. 안방에는 한 쪽 면은 그림, 다른 한쪽 면은 글이 새겨진 병풍을 세워 놓았다. 동네마다 액자나 병풍을 제작하는 표구점이 성황을 이뤘다.

요즘은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거실에 걸렸던 그림이며 아이들의 성장 사진은 감춰진 지 오래다. 비워둔 공간에서 창너머로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 그리고 자연 그대로를 바라볼 뿐이다. 변화와 더불어 우리 것이 사라져간다.

#허민수#고허민수기증 특별전#석농화원#김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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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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