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이초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2일까지 매주 토요일 교사들이 모여 교권 회복을 위한 시위를 열었다. 특히 7차 시위엔 20만 명이 모였다. 그러나 7월 이후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교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지난 8일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교사의 죽음,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편이 방송되었다. 4일 49재 때 서이초 풍경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서이초 외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교권이 회복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짚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1일 해당 회차를 연출한 박영미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선생님들 보호해야 하는 교육부가 처벌 말하는 건..."
 
 KBS 1TV <추적 60분>의 한 장면.

KBS 1TV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 1TV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다른 편보다 마음이 무거웠을 것 같은데.
"맞아요. 사실 이번 방송 준비하면서도 여러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져서 더 조심스럽게 제작에 임했습니다. 무엇보다 돌아가신 선생님들과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드린다는 사명감과 더불어 아직도 진상규명과 아동 학대법 개정 등 해결되지 않은 상황을 다루었기 때문에 다른 방송보다도 조금 더 신중하게 제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방송 마치고 난 다음에도 전현직 선생님들이 댓글로도 문자로도 많은 응원과 더불어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 최근 스스로 목숨 끊는 교사들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일단 서이초 선생님 사건 이후로 교권 추락 실태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논란이 있었고 선생님들도 매주 토요일마다 나오셔서 집회를 열었잖아요. <추적 60분>은 '지금까지 조명받지 못했었던 분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누구보다 가까이서 현장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당연히 지금, 서이초 사건으로 발발된 교권 침해에 대한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는 공통적인 목표 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런 책임감으로 취재에 임하게 됐습니다."

- 프롤로그에서 7월에 스스로 목숨 끊은 박아무개 선생님에 대한 내용이 나오던데 왜 이렇게 구성하셨어요?
"저희 프로그램 제목이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인데요. 서이초 선생님 사건으로 지금의 교권 침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서이초 선생님'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고유명사처럼 부르게 되었잖아요. 이 프로그램에서만큼은 박아무개 선생님께서 '서이초 선생님'이라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아이들을 사랑했던 선생님', '보석 같은 내 딸', '웃음이 밝고 따뜻했던 아이' 등 우리 이웃이었던,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시청자분들이 좀 더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 49재 때 서이초 풍경이 어땠나요?
"지난 9월 4일 당시, 서이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의 49재가 열렸고 동시간대 국회 앞에서도 추모제가 열렸었어요. 서이초에는 동료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과 학부모들이 데리고 온 아이들도 많았었어요.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선생님들의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이 돼주겠다고 오신 분들이 정말 많으셨습니다. 서이초등학교의 49재는 교사, 학부모, 학생 등 모든 사람이 한마음 한뜻으로 그 자리에 모여 뜨거운 애도의 눈물을 흘렸던 현장으로 기억합니다."

- 학부모도 많이 왔나 봐요. 이유가 뭘까요?
"일반 시민들이나 학부모님들, 아이들 입장에서도 이 일은 정말 초유의 사태였잖아요. 추모 행렬에 동참하고 지금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더 힘을 실어준다는 목적이 크셨던 것 같아요."

- 7월 17일 이후 매주 토요일 교사들의 시위에 늘어나고 있는데 이례적인 것 같거든요. 왜일까요?
"집회 규모가 점점 커진 이유는 집회가 거듭되는데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각 교육청과 교육부에서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교장 직속의 민원 대응팀'을 꾸린다든가 '민원 예약제'를 한다는 대책이요. 이런 대책이 일선의 선생님들이 보시기에는 전혀 실효성이 없었던 거였죠. 선생님들이 지금까지 외치신 건 아동학대 처벌법이 너무 개괄적이고 이게 오히려 선생님들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니 개정하기를 원하시는데 이거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위해 계속 더 많은 선생님이 모이면서 목소리를 높이셨던 것 같습니다."

- 49재 때 교육부가 시위 참여하는 교사들 징계하겠다고 하고 49재 지난 후 처벌 안 하겠다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사실은 저희가 방송에는 넣지를 못했는데 49재에 참여하셨던 그 사촌 오빠분께서 교육부 관계자분 계실 때 사촌 동생 여동생 죽음을 추모하러 오신 분들이신데 처벌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무릎 꿇고 사정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호소 덕분인지 결국 처벌은 안 하겠다고 말 바꾸셨죠. 그런데 그 이전에 교육부는 우리 선생님들을 그리고 우리 학교 일선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곳이죠. 선생님들의 외침을 제일 먼저 귀담아듣고 교권 보호를 위해 앞장서야 할 교육부가 선생님들의 권리를 찾겠다고 모인 이 집회에 참여하신 분들을 다 처벌하겠다는 게 정말 말 안 되는 행태였다고 생각합니다."
 
 KBS 1TV <추적 60분>의 한 장면.

KBS 1TV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 1TV

 
- 김은지 선생님과 이영승 선생님도 악성 민원에 시달린 건가요?
"그렇죠. 사실 김은지 선생님은 정확하게 어떤 악성 민원이 있었다고 아직 밝혀진 건 없어요. 다만 학교생활을 시작하며 우울증이 생겼다는 것, 담임이 아닐 때 호전되었고 또 담임을 맡고 우울증이 심각해졌다고 하는 진료기록을 봤을 때 학교생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다는 걸 알 수 있죠.

이영승 선생님은 페트병 사건으로 알려진 악성 민원이 있었어요. 2016년도에 처음 발령 받았을 때 일어났던 그 사건으로 군대에 가시고 또 복귀하셔서까지 계속 시달렸던 거죠. A학부모님이 그 페트병 자르느라 우리 아이가 다쳤으니까, 성형비를 내달라고 하셨대요. 근데 사건 이후에 합의된 치료금이 지급됐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께 개인적으로 계속 연락이 왔었다고 하고요. 또 학교에 복귀하고 나서도 이번엔 B, C학부모 등 여러 악성 민원에 시달리셨대요. 돌아가시기 바로 전날 그리고 돌아가신 후 그 오전까지도 계속 민원에 시달리셨다고 해요."

- 이영승 선생님 경우는 아이의 실수로 다친 것 같던데 그걸 왜 학부모가 문제 삼은 건가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책임이 선생님들한테 청구가 되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생각과 시스템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영승 선생님 페트병 사건 외에도 저희가 여러 가지 사례를 바라봤을 때 학교가 아니라 복도에서 일어나는 일도 그리고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일어나는 폭행 사건들도 다 학부모님은 담임 교사의 문제라고 민원 제기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 악성 민원 학부모가 이영승 선생님 사망한 게 맞는지 장례식장에 확인하러 온 거잖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알려진 바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학교 측의 해명으로는, 학교에서 이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고 학부모 총회 쪽에 먼저 알렸고 그래서 그 학부모님이 학부모 대표 자격으로 장례식장을 찾아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여기서 저희도 의아한 부분은 그 학부모님이 장례식장에 검은 옷 입고 가셨잖아요. 그러면 선생님께 마지막이라도 죄송한 마음으로 조의를 표하고자 갔을 거라고 기대하게 되는데, 유가족분들 얘기로는 빈소 안에 안 들어오시고 바깥에서 노려보고 계셨다는 거예요. 유가족분들이 이상하게 느끼시고 들어와 인사라도 하고 가시라고 했더니 자기는 안 들어가겠다고 하고 자기가 못 올 데를 왔나 보다고 하는 등 빈소 앞에서 실랑이를 벌였다고 하더라고요. 유가족분들은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

- 김은지 선생님은 악성 민원으로 우울증까지 앓은 건가요?
"맞아요. 근데 학교 측에서는 원래 김은지 선생님은 우울증이 있었고 남자친구와의 문제 때문에 우울증이 커져서 돌아가신 거라고 알렸더라고요. 하지만 김은지 선생님의 진료 기록 및 일기장에 쓰이는 이야기를 보면 우울증은 학교에 가시고 난 다음부터 시작이 됐거든요."

"학교에서 오남용되고 있는 아동 학대법"
 
 KBS 1TV <추적 60분>의 한 장면.

KBS 1TV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 1TV

 
- 아까 말씀하셨는데 아동 학대법이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죠. 아동 학대법이 사실은 드러나지 않는 가정 같은 곳에서 아동에 대한 학대를 막기 위해서 생긴 건데 학교에서 오남용이 됐던 거죠. 일부 학부모님들이 선생님들을 자기 입맛대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쓰이고 있잖아요. 그래서 되게 어이없는 이유로도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가고 있고요. 아동학대 처벌법 이후에 무고죄로 반박할 수도 없다고 해요. 그러니 정말 사소한 것으로도 선생님들을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아니면 말고 식이 되고 있던 거예요."

- 방송 보니 멀리 있는 학생들에게 큰 소리로 뛰면 위험하니 뛰지 말라고 말해도 아동 학대라고 한다던데.
"그렇죠. 그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아이들이 뛰어다닐 때 저기 멀리 있으니까 큰 소리로 말해야 들리니 '아이들아 뛰지 마'라고 하면 '그 큰 소리로 말했다는 거에 상처받는다. 우리 아이가 기분이 나빴다'고 해서 아동학대라고 하기도 한다고 해요. 아동학대라는 기준이 되게 애매한 거죠."

- 학부모들이 왜 그럴까요? 학부모도 상식이 있다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 거 아니에요.
"사실 일부 부모님들이 문제고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두 악성 민원을 제기하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일부 학부모들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예전에 한참 폭력을 쓰셨던 선생님들이 있었을 때 학교의 모습을 계속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을 공동 양육자로 신뢰 속에 협력하는 존재가 아니라 본인이 어렸을 때처럼 때리는 선생님일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아요."

- 교편을 놓은 선생님들도 만나셨는데 어땠어요?
"교편을 놓으신 두 선생님을 만났어요. 두 분 다 악성 민원으로 힘들어하셨죠. 그런데 아이들과 있었던 그 시간은 너무 행복했다고 하셨어요. 만약에 아동학대 처벌법에 대한 선생님들을 위한 보호 장치가 있었다면 그리고 중간 관리자들이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해줬다면 아이들과 계속 행복한 학교생활을 했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런 선생님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되게 좋았던 선생님들이 이렇게 무분별한 아동학대 처벌법과 관리자들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서 교편을 놓고 있구나, 이거는 한 선생님의 커리어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매우 안타까운 낭비가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이번 취재를 하면서 교권이라는 게 교사만의 권리가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 받을 수 있는 권리, 안전한 학교생활할 권리 등이 다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느꼈어요. 선생님들의 교권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과 건강한 교실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계속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데 조금이라도 저희 방송이 선생님들께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어요?
"사실 취재 동안 수많은 교사분이 제보를 해주셨고 응원을 보내주셨는데 방송 이후 다시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리실까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촬영이나 인터뷰는 응하기 어렵다고들 하셨어요. 사실 너무 슬픈 현실이죠. 매주 토요일마다 목소리를 높이는 선생님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아직 이 선생님들 보호해 줄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반증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내어 제보해 주신 모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제작 중에도 교사분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 들려 왔었어요. 그래서 혹시나 저희 방송으로 인해서 위로와 응원뿐만 아니라 이런 안 좋은 선택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시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과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 부분들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게 있나요?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예비 교사분들을 추가로 취재했었어요. 그런데 전현직 선생님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다 보니까 예비 교사분들 얘기가 빠지게 됐어요. 예비 교사분들 중 절반 이상이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다른 진로를 생각하게 됐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우리 교실의 상황을 이 예비 교사분들의 이야기로 다루려고 했었는데 분량과 메시지의 명확성을 위하여 제외하게 되었습니다."
박영미 추적60분 교권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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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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