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충남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등이 8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충남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등이 8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일부 보수성향의 단체들이 최근 충남과 충북 등의 공공도서관에서 성·인권 관련 책을 빼라고 민원을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진보성향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5월 자신들을 '학부모'라고 소개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충남도 내 공공도서관에 인권·성·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하는 어린이책들을 "폐기처분해 달라"는 민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일부 도서관들은 해당 책들을 열람실이 아닌 사무실이나 보존서고 등에 비치하고 보호자와 동행했을 경우 열람을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충남도민 장규진씨 외 303명과 책 <Girls' Talk 걸스 토크>(아래 걸스토크)를 쓴 이다 작가는 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이 함께했다.
 
충남도민들은 이날 진정서를 제출한 뒤 ▲충남공공도서관 내 성평등·성교육 도서에 대한 열람제한을 즉각 해제할 것 ▲향후 비슷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 ▲도서관의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할 것 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성평등·성교육 도서에 대한 부당한 낙인찍기와 열람제한은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예술표현(창작한 예술품을 일반대중에게 전시·공연·보급할 수 있는 예술표현)에 대한 창작자들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규진씨는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빼는 것은 시민들의 알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충남 시민들과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의견을 모았고 그 결과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정에 동참한 이진숙 부뜰(충남인권교육활동가 모임) 대표는 "도서관은 시민들이 모두 이용하는 공적인 영역이다. 이런 곳에서조차 차별적인 활동이 활개를 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정치인들까지 맞장구를 치고 있다"며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했다. 시민들의 권리가 억압되고 있다고 판단해 국가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충남 도민은 아니지만 <Girls' Talk 걸스 토크>를 쓴 이다 작가도 공동진정인으로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이다 작가는 별도의 입장문에서 "제가 어릴 때는 아이들을 위한 성교육책이 정말 드물었고 특히 소녀들을 위한 책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늘 답답하고, 궁금했다. 누군가 시원하고 섬세하게 알려주는 언니가 있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걸스토크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혼란스럽고 답답한 소녀들을 위해 쓴 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학부모단체는 자극적인 몇 부분을 추출해 이 책이 마치 아이들의 조기성애화를 부추기는 것처럼 말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성관계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성관계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책이 절대 아니다. 어린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게 도와주고, 연애가 무엇인지 섹스와 임신이 무엇인지 잘 아는 상태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말하는 책"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저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믿는다. 부디 '걸스토크'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나 학부모다, 성교육책 빼라"... 악성민원 시달리는 공공도서관 )

태그:#공공도서관 , #성인권책 빼라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