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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둔덕골프장 개발지에서 채취·이식 예정인 대흥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1개체 이식 협의의견을 내고 2개체 이식을 허가해 논란이다.
 거제 둔덕골프장 개발지에서 채취·이식 예정인 대흥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1개체 이식 협의의견을 내고 2개체 이식을 허가해 논란이다.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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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노자산(해발 565m)에 골프장 등 개발 여부를 두고 논란인 가운데, 환경부가 인근에 있는 둔덕골프장 개발지에 대해 멸종위기종 '대흥란'의 이식을 허가하자 주민·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환경·어민 등 30여개 단체로 구성된 노자산키지기시민행동은 8일 낸 자료를 통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둔덕골프장의 멸종위기종 대흥란 이식 허가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낙동강환경청은 둔덕골프장 개발사업자 측이 신청한 '대흥란 채취 이식'에 대해 지난 8월 28일 허가했다. 이미 개발허가가 난 이 골프장은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에 있다. 거제대교에서 가깝고 노자산과는 20km 가량 거리에 있다.

낙동강환경청은 둔덕골프장 개발지 일원에서 9월 30일까지 대흥란 2개체를 채취하여 이식하라고 허가했다. 그러면서 낙동강환경청은 "이번 공사 전 최대한 많은 개체를 이식하고 3년간 사후모니터링을 실시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이에 대해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대흥란 이식 허가는 명백히 위법하며 부당하다"라고 반발했다.

시민행동은 낙동강환경청이 사전 협의의견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낙동강환경청은 지난 1월 3일 협의의견을 통해 "사업지구 남측 대흥란 서식지(약 110개체)는 원형 보전"하고 "사업지구 중앙 계곡부에서 확인된 1개체 대흥란은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른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포획·채취 허가 여부에 따라 이식 또는 원형보전을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시민행동은 "협의의견에서는 분명 1개체를 특정하여 이식 여부를 허가받도록 했다"라며 "그런데도 2개체 이식을 허가하고도 모자라 최대한 많은 개체를 이식하라고 한 것은 스스로 법을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특히 대흥란은 이식 성공사례가 전혀 없어 이식 허가는 멸종위기종을 죽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시민행동은 "낙동강환경청 스스로 '대흥란은 서식환경 조건이 까다롭고 이식할 경우 생존이 어렵고 이식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라며 "많은 학자들이 이식은 사실상 불가능해 '자생지 보전'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흥란은 온도, 습도, 광도, 산성도 등 여러 까다로운 환경 조건 속에서 흙 속의 균류들과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대흥란을 뽑아서 다른 곳에 옮겨서 살리겠다는 것은 마치 사람의 손을 잘라내서 다른 동물의 다리에 붙여서 살게 만들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금까지 대흥란 이식이 성공해본 적이 없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의 검토의견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의 검토의견서.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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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환경청은 대흥란의 채취 허가를 위하여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시민행동은 "정보공개를 통해 확인한 자문의견서는 충격적이다. 멸종위기종을 보호한다는 소위 전문기관이 '본 공사 전 최대한 많은 개체 채취·이식 필요'라고 밝혔기 때문"이라며 "멸종위기종을 최대한 많이 채취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대흥란을 최대한 많이 죽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립생태원이 할 얘기인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둔덕골프장 개발 편의를 위하여 위법부당하게 대흥란 이식 허가를 내준 낙동강환경청과 그 근거를 제공한 국립생태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이번 불법 부당한 대흥란 이식 허가가 노자산 골프장 개발을 위해 대흥란을 이식해주려는 낙동강환경청의 전례 만들기가 아니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들은 "낙동강환경청은 노자산 골프장 개발지 일원의 멸종위기종 공동조사 결과 확인된 727개체의 대흥란에 대해 이식 검토를 중단하고 원형보전하라"고 촉구했다.

거제남부관광단지에 포함된 노자산 골프장의 건설 여부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7월 말 생태환경 공동조사를 벌였다. 시민행동은 노자산에 대흥란과 거제외줄달팽이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며 원형보존을 요구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대흥란 이식 관련 서류.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대흥란 이식 관련 서류.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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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둔덕골프장, #대흥란, #노자산지키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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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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