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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상당수를 비난("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하고, 적으로 내몬 윤석열(대통령). 2023년 8월 28일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 모습.
  국민 상당수를 비난("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하고, 적으로 내몬 윤석열(대통령). 2023년 8월 28일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 모습.
ⓒ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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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게 이념입니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입니다."

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리 당은 '이념보다는 실용이다' 하는데, 기본적으로 분명한 철학과 방향성 없이는 실용도 없다"며 여당에도 실용을 뒷받침할 이념을 주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러한 이념 중시 발언은 과거 본인의 발언과 배치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7월, 윤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장·차관 국정과제 워크숍에서 "새 정부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이념이 아닌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기대는 이념이 아니라 민생임을 강조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권 주자로 관심을 모으던 2021년 7월에도 스스로를 가리켜 "저는 보수·진보 등 이념과 지향을 따지지 않는다"며 탈이념적 인물이라 소개했다.

후보 시절에도 그는 "낡은 이념으로 국민 편 가르지 않고 경제 도약을 이루는데 모든 역량을 모으겠다(2022년 1월)", "국민을 편 가르는 분열과 이념을 넘어 통합과 상식으로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원칙으로 기득권을 넘어 혁신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2022년 2월)"고 얘기하며 이념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념 전면에 내세운 윤 대통령 

하지만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때는 곧잘 이념을 언급했다. 올해 들어 이념과 전 정부를 연관 짓는 발언들만 추려도 다음과 같다.

"과거 정부가 부동산 문제, 환경 문제를 어떤 정치와 이념의 문제로 인식했다. 그러면 결국 국민이 힘들고 고통을 받는다. 정치와 이념에서 출발할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과학에 기반해서 일을 해야 될 것" (2023년 1월)
"정치나 이념에 사로잡혀 무리하게 세금을 거두지 않겠다" (2023년 3월)
"이념과 정치 논리에 매몰된 정책과 시스템으로는 혁신과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그 피해는 국민께 돌아갈 것" (2023년 5월)


이처럼 윤 대통령은 그동안 전 정부에 대해 지적할 때마다 잘못된 이념에서 비롯된 것이라 규정하며 '이념'을 현 정부가 결코 가까이 해선 안 될 부정적인 성격의 단어로 인식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이번 연찬회 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그러한 기존의 시각을 벗어나 그릇된 이념에 실용이나 민생이 아니라 마찬가지로 이념으로 맞서야 한다는 시각을 여실히 드러냈다. 즉 윤 정부의 이념은 문 정부의 이념과 달리 좋은 이념이자 옳은 이념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반공 매카시즘'과 유사한 '반윤 매카시즘'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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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윤 대통령의 이념이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허구한 날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철 지난 이념' 그 자체인 반공 매카시즘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당장 이번 연찬회에서 "우리가 지금 국회에서 여소야대에다가, 언론도 지금 뭐 전부 야당 지지 세력들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만 봐도 자유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언론의 비판을 야당 지지 세력의 목소리로 치부해버리고 무시하는 것이 어찌 자유민주주의란 말인가.

여태껏 윤 대통령이 해 온 발언들에 따르면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은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힌 집단이다. 정부 비판에 목소리를 높이는 민주주의 운동가나 인권 운동가 역시 광복절 기념사에 따르면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다. 마찬가지로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 역시 야당지지 세력에 불과하다.

대선 당시 자신과 단일화를 이루어 낸 안철수 의원조차 지난 2월 여당 당대표 경선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비판하자 "이념 정체성이 없다"며 비판한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이다. 

이쯤 되면 사실상 반공 매카시즘을 넘어선 '반윤 매카시즘'이라해도 무방하다. 윤 대통령과 측근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전부 잘못된 이념의 인물이라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절대왕정이나 독재체제의 지도자와 같이 '나는 항상 옳다'는 생각에서 비롯한다. 

이렇듯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중시 발언은 비판세력을 향한 매도와 비난을 넘어서 이젠 스스로에 대한 우상화로 치닫는 그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토록 비판한 공산 전체주의에 지금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람이 윤 대통령 자신은 아닌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태그:#윤석열, #국민의힘,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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