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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31일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 카프카스 지역을 여행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여행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입니다.[편집자말]
고부스탄 박물관 살펴보기
 
고부스탄 암각화 입구 표지석
▲ 고부스탄 고부스탄 암각화 입구 표지석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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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스탄은 바쿠 남서쪽 카스피해 연안에 있다. 이곳의 '고부스탄 암각화 문화경관'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산 중턱 바위에 새겨진 그림들이 역사․문화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기준 10가지 중 세 번째인 '이미 사라지거나 살아있는 문명이나 문화 전통을 보여주는 유일하거나 예외적인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바위와 동굴에 새겨진 암각화에는 수렵과 어로 관련 생활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암각화를 통해 우리는 5만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9세기까지 이 지역에 살던 주민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다.

고부스탄으로 가려면 해안을 따라 난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중간에 비비헤이바트(Bibiheybat)를 지난다. 이곳 길 양쪽으로 모스크, 공동묘지, 등대가 보인다. 이 지역은 바다에서 안쪽으로 쑥 들어와 만을 이루고 있어 항구와 조선소가 발달해 있다.

고속도로는 서남쪽으로 계속 이어지고, 중간중간 원유 시추장비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다 쪽으로 철도가 지나간다. 이 철도는 남쪽의 이란, 서남쪽의 나흐치반, 서쪽의 간자로 이어진다. 철로 너머로는 폭이 넓지는 않지만 갯벌도 보인다. 아즈페트롤(Azpetrol) 같은 정유공장도 보인다.
 
고부스탄 암각화박물관의 그래픽
▲ 고부스탄 암각화 고부스탄 암각화박물관의 그래픽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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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고부스탄이라는 표지판이 보이자 차가 오른쪽 나들목으로 빠져나온다. 길은 고부스탄 소재지를 지나 서쪽으로 이어진다. 차는 고부스탄 암각화 박물관에 선다. 이곳 박물관을 살펴보고 고부스탄 암각화 현장으로 올라갈 것이다.

박물관 입구에는 선사시대 주민들이 살던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그리고 암각화 복제품도 만들어져 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시원하다. 바쿠 지역이 아열대 사막기후여서 건조하고 덥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여섯 개의 원통을 이어 붙인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각각의 공간에 고부스탄의 자연환경, 선사인들의 삶과 문화, 고부스탄 암각화, 암각화 발굴과 연구 결과 등이 패널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지역 선사인들이 수렵과 어로를 하며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전시물을 보면 과거 이곳에는 표범, 사슴, 늑대, 여우 같은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소와 말 그리고 양 같은 동물의 방목을 알려주는 그림도 있다.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고부스탄 암각화박물관의 석기
▲ 고부스탄 고부스탄 암각화박물관의 석기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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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전시된 고대인의 생활용품으로는 석기, 골각기, 토기가 있다. 석기로는 돌도끼 돌칼 등이 눈에 띈다. 골각기로는 바늘, 빗 같은 생활도구와 목걸이 같은 장신구가 보인다. 토기는 민무늬 토기로 갈색과 검은색 계열이 주를 이룬다.

박물관의 유물이 굉장히 빈약한 편인데, 그것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기 위해 구색을 갖추는 정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박물관 옆에 책과 기념품을 파는 안내소도 있지만 가치 있는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다.

바위 언덕의 암각화 찾아보기 
 
고기잡이 배와 사람들
▲ 고부스탄 암각화 고기잡이 배와 사람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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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보고 나오면 다시 언덕 쪽으로 길이 나 있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고부스탄(Qobustan)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바위를 볼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어에서는 고부스탄의 첫 자를 G가 아닌 Q를 쓴다. 그것은 발음이 고와 꼬의 중간음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곳부터가 암각화 지역이다. 가이드는 먼저 우리를 바위 앞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작은 돌로 바위를 두드려보도록 한다. 바위가 울리면서 큰 소리가 난다. 석기시대 이 바위가 마을 사람들에게 경보 또는 알림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또 탬버린 소리를 내는 악기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고부스탄 암각화 구역은 넓이가 537ha 정도나 되고, 암각화가 6000여 점이나 있다. 이곳에 기원전 5만 년 이후 인류가 사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활과 창으로 동물을 잡는 모습, 전투에 나가는 모습,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가는 모습, 낙타 카라반을 이끈 모습 등이다.

이를 통해 고부스탄 사람들이 수렵 어로 그리고 상업에 종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춤추는 모습을 통해 고대인들도 오락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소와 말 같은 동물들
▲ 고부스탄 암각화 소와 말 같은 동물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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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 중에는 동물 표현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소와 말이 가장 많다. 이것은 소가 우유와 고기를 인간에게 주고, 말은 수렵과 목축용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사슴과 염소가 보이는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야생성을 지녀 사냥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벡스로 불리는 뿔이 긴 산양도 보인다. 이들 동물 그림은 기원전 2만 년 이후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암각화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보육다쉬(Boyukdash) 산, 아나자가(Anazhaga) 주거지, 오쿠즐러(Okuzuler) 주거지, 오브출라(Ovchular) 주거지다.

이들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컵 모양으로 파인 암석도 볼 수 있다. 이것은 한반도에서도 보이는 기자공으로 여겨진다. 소원을 빌면서 돌을 갈아 만들어진 구멍이다. 그런데 이곳 설명에는 빗물을 모은 흔적, 희생된 동물의 피를 넣는 구멍, 음식을 넣는 구멍으로 해석하고 있다. 관점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입구 쪽으로 더 내려오면 묘지석을 만날 수 있다. 이 돌은 잘 다듬어져 있고 조각이 정교해 고대 유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안내판을 보니 중세 유물이라고 한다.
 
묘지석의 문양: 말과 사람
▲ 고부스탄 묘지석의 문양: 말과 사람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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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육면체 묘지석의 가장자리는 식물 문양으로 장식했다. 그 안쪽으로 사람과 말, 칼과 창 등이 새겨 있다. 새겨진 그림을 통해 귀족, 군인, 성직자의 묘지석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귀족은 무장을 한 채 말을 타고, 그 주위를 관리와 하인들이 따른다. 군인은 말을 타고 전투를 하는 모습이다. 또 마차와 칼을 표현하기도 했다. 성직자는 어떤 모습인지 그림으로는 잘 이해하기 어렵다.

진흙화산 체험하기
 
진흙화산 들여다 보기
▲ 진흙화산 진흙화산 들여다 보기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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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스탄 암각화군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진흙화산이 있다. 그렇지만 그곳에 가려면 까라코사(Qarakosa)에서 사륜구동 승합차로 갈아타야 한다. 가는 길이 비포장이고 상대적으로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풀이 보이지 않는다. 화산지역이기 때문이다. 몇 굽이 언덕을 돌아 도착한 곳에는 분화구 같은 나지막한 언덕이 형성되어 있다. 알고 보니 그것이 진흙화산이 분출하면서 높아진 일종의 오름이다. 그 중 일부에서 아직도 묽디묽은 진흙의 분출현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고부스탄 지역에는 진흙화산이 300군데나 있고, 우리는 그 중 한 곳을 찾아온 것이다. 진흙화산을 찾는 사람들은 두 부류다. 하나는 우리 같은 관광객이고 다른 하나는 진흙화산의 효용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다. 관광의 목적은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려는 것이고, 또 진흙목욕을 해보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화산에서는 불과 용암이 분출되는데, 이곳에서는 액체 형태의 진흙 방울이 분출된다. 그런데 그게 뜨겁지 않고 시원하다. 그러니 더운 지방에서 그 속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는 것이다.
 
머드팩 체험하기
▲ 진흙화산 머드팩 체험하기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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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의 진흙 속에 들어가 머드팩을 한 다음에는 씻어내야 하는데, 바로 옆에 물웅덩이가 있어 그게 가능하다. 그렇지만 관광객들은 옷을 벗고 몸을 씻는 일을 할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거기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감히 진흙 웅덩이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렇지만 젊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은 안으로 들어간다.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기념촬영을 한다. 우리들도 그들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다. 진흙화산은 그 지역 일부에서 분출되고 있어, 전혀 위험하지 않다. 그리고 분출이 강하지 않아 흙이 튈 염려도 없다. 그 때문에 아주 가까이 가서 살펴볼 수 있다.

태그:#고부스탄, #암각화, #진흙화산, #수렵어로, #소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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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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