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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입니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페이스북 글이었지만, 격앙된 어조였다.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지청천·이회영·이범석·김좌진 등 항일무장투쟁의 주역 5인의 흉상이 철거·이전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설치를 추진했던 전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이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은 정치 현안과 관련한 나름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그 표현 수위도 점차 강해지는 모양새다.

해당 흉상들은 문재인 정권 당시였던 2018년, 제99주년 3‧1절을 맞아 우리 군 장병이 썼던 5.56㎜ 소총 5만 발 분량의 탄피 300㎏을 녹여 제작했다. 그러나 국방부 측은 해당 독립운동가들의 소련 공산당 활동 이력 등을 문제 삼아 이를 철거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문 전 대통령은 27일 오후 본인의 페이스북에 "육사 교정 항일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 철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며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국권을 잃고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떠돌며 풍찬노숙했던 항일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이 오늘 대한민국에서도 이리저리 떠돌아야겠느냐?"라며 "여론을 듣고 재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부디 숙고해 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아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육사 교정 항일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 철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입니까?
국권을 잃고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떠돌며
풍찬노숙했던 항일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이
오늘 대한민국에서도 이리저리 떠돌아야겠습니까?
그것이 그분들에 대한 우리의 예우이며 보훈입니까?
여론을 듣고 재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부디 숙고해 주기 바랍니다.
 
지난 2021년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고 홍범도 장군 훈장 추서식에서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우원식 이사장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고 의장병이 들고 있는 추서판에 부장을 걸어주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고 홍범도 장군 훈장 추서식에서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우원식 이사장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고 의장병이 들고 있는 추서판에 부장을 걸어주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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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철 지난 색깔론... 차라리 을사오적의 흉상 세워라"

여당인 국민의힘이 관련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는 가운데, 이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항일 독립 투쟁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 군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역사적·반헌법적 처사"라며 "국방부의 설명대로 '공산주의 경력'이 흉상 철거의 이유라면, 남조선로동당 조직책 출신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숱한 흔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답하시라"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군의 뿌리인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지우는 것은 철 지난 색깔론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여 총선에서 이득을 보려는 윤석열 정부의 천박한 정치선동으로 보인다"라며 "선열들의 숭고한 독립 정신마저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하는 윤석열 정부는 당장 석고대죄하고, 독립 영웅 흉상의 철거 방침을 거두시라"라고 요구했다.

선다윗 상근부대변인 또한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방부와 육사가 '자유민주주의' 운운하며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흉상을 철거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라며 "냉전이 끝난 지 20년이 넘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왜 대한민국을 시대착오적 이념전쟁으로 몰아넣으려고 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공산주의 색출'이라는 미명 하에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에게도 사상검증을 강요하는 국방부의 만행을 규탄한다"라며 "윤석열 정권의 정체성은 보수정권이 아니라 친일정권인가? 차라리 이럴 것이면 국방부와 육사 교정에 을사오적의 흉상을 세우겠다고 하시라"라고 꼬집었다.
 
2018년 6월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과 항일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 등의 흉상에 신흥무관학교 107주년을 맞아 꽃목걸이가 걸려 있다.
 2018년 6월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과 항일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 등의 흉상에 신흥무관학교 107주년을 맞아 꽃목걸이가 걸려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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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재인, #대통령, #독립운동가, #육군사관학교,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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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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