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22년 4월 25일 당시 진교훈 경찰청 차장이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소위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 법사위 소위 출석하는 진교훈 경찰청 차장 2022년 4월 25일 당시 진교훈 경찰청 차장이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소위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검찰수사관·청와대 특별감찰관 출신인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복권을 통해 구청장 복귀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모에 '대통령실 이전 치안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인사가 지원해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추가 공모에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이전 치안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이 응모했다. 이를 두고 "줄곧 대통령실 이전을 반대한 민주당의 정체성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차 공모에 13명 지원했으나 2차 공모 진행… 민주당 "전략공천 사실무근"

민주당 공천검증위원회는 지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모에 들어갔다. 권오중 전 세종시 경제부시장, 정춘생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김양정 전 청와대 행정관, 이창섭·경만선·김용연·박상구·장상기·한영희 전 서울시의원, 이현주 강서미래포럼 대표, 문흥선 전 강서구 부구청장, 윤유선 전 강서구의원, 나채용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등 13명이 지원했다. 

그런데 공천검증위가 공모 검증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채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달 21일부터 23일까지 2차 공모를 진행했다. 2차 공모에는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과 이규의 전 이재명 경선후보 대변인이 추가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은 총 14명의 후보(신청 철회한 권오중 전 부시장 제외)를 대상으로 면접(25일)까지 마쳤고, 오는 9월 1일 최종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2차 공모를 진행한 것 관련해 일각에서는 '특정후보 전략공천설'이 나돌았다. 1차 공모에 응모하지 못했던 특정인사들에게 공천의 문을 열어주기 위한 추가 공모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1차 공모 때 '기준일로부터 6개월 이전까지 입당하고 12개월 이내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으로 한정했던 신청자격을 '신청일 현재 권리당원'으로 대폭 완화한 것도 전략공천설을 부추겼다. 진교훈 전 차장은 2차 공모 마지막날인 23일 민주당에 입당하고 공모에도 지원했다.

하지만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측은 "전략공천설 사실무근"라고 일축하고 있다. 강서구의 한 민주당 인사는 "1차 공모에 응모한 상당수 후보들이 자격이 미흡하거나 강서구와의 연고성이 부족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이전에 이바지한 사람을 공천? 당 정체성 역행" 다른 후보들 반발

문제는 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진 전 차장이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이전 치안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3월 20일). 이보다 앞선 3월 11일 경찰청은 '대통령실 이전' 등 윤 당선인의 대선공약 분석 회의를 열고, '대통령실 이전 치안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는데, 그때 위원장을 진교훈 당시 경찰청 차장이 맡았다. 일각에서는 진 전 차장이 대통령실 이전 치안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윤석열 정부 첫 경찰청장 후보군에도 올랐으나, 경찰대 2년 후배인 윤희근 경찰청장(7기)에게 밀려 퇴임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기도 한다.

민주당 예비후보 A씨는 "대통령실 이전 치안대책위원장에 아무나 선택받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만이 발탁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 전 차장이 윤 정권과 함께 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그런 역할을 맡았는지, 아니면 강제로 떠맡았는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정체성 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예비후보 B씨는 "진 전 차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호남 출신을 배려해주면 자신이 경찰청장도 될 수 있겠다 싶어서 대통령실 이전 치안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이라며 "민주당은 당시 시위까지 하면서 대통령실 이전을 적극 반대했는데 이러한 당의 정체성과는 안맞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청장을 하기 위해서 현 정부의 대통령실 이전에 이바지한 사람을 후보로 공천한다면 당의 정체성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렇게 공천하면 구청장 선거는 물론이고 내년 총선도 이길 수 있을지, 차기 대선에서 다시 정권을 찾아올 꿈을 꿀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진교훈 전 차장 "경찰청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 인수위와 관련 없다"

진 전 차장은 2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실 이전 치안대책위원회는 경찰청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는 관련이 없다"라며 "대통령실 이전 치안대책위원장 활동을 근거로 경찰청장이 되기 위해 구명활동을 한 적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용산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이전 준비가 안돼 있었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경찰청에서 자체적인 판단과 필요에 의해서 내부에서 실무적인 준비를 위해 만든 임시 T/F 조직이 대통령실 이전 치안대책위원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준비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고, 경찰청이 이전을 적극 요구하거나 주장하거나 추진한 적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누가 대통령실 이전 치안대책위원회 구성 아이디어를 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본인이 직접 냈나?'라는 추가질문에도 "잘 기억이 안난다"라고 답변한 뒤 "다만 경비국에서 '대책위'라고 써서 보고했던 기억은 난다, 'T/F 조직인데 왜 대책위라고 썼지? 이름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당 정체성 역행 비판에 대해 "정부의 역할과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이야기"라며 "어떤 정부가 와도 정부의 각 기관들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실 이전에 필요한 일을 경찰청 차원에서 실무적으로 준비한 것이고 공무원으로서 필요한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것(대책위 활동)를 내세워 경찰청장이 되겠다고 구명활동을 했다는 것은 뇌피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진 전 차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완산고와 경찰대(5기)를 졸업했다. 이후 정읍경찰서장과 경찰청 기획조정과장, 서울양천경찰서장, 경찰청 새경찰추진단장, 전북지방경찰청 제1부장,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장,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장 등을 지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인 지난 2019년 7월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국장 중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영전했고, 전북지방경찰청장을 거쳐 지난 2021년 6월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에 올랐다.

진 전 차장은 구청장 복귀를 노리고 있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검찰수사관 출신이라는 점과 대비해 '경찰청 차장 대 검찰수사관 대결'이라는 선거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김태우 전 구청장, 김진선 전 강서구청 부구청장 직무대리, 김용성 전 서울시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정의당과 민생당, 녹색당에서는 각각 권수정 전 서울시의원과  김영숙 전 전국어린이집총연합회 부회장, 김유리 전 서울시당 대표 등이 출마를 선언했다. 

태그:#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김태우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