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통일의 시작점은 청소년입니다. 학교와 교실입니다. 충남의 학교와 교실에서는 분단의 선(線)을 넘어 남북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수업과 토론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2023 충남학교 통일교실'(오마이뉴스-충남도교육청 공동캠페인)로 평화통일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았습니다.[기자말] |
충남지역에 거주하는 북한 이탈 청소년과 학부모 7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진로 연수와 문화 체험을 위해서다.
19일, 예년처럼 1박 2일로 열린 '2023 가족과 함께하는 꿈 키움 진로 문화캠프'는 충남 아산에 있는 도고 교원연수원과 파라다이스 도고에서 진행됐다. 참여자는 5세부터 고3까지 자녀들과 그 가족들이다. 이 행사는 충남 교육청(교육감 김지철) 주관으로 충남하나센터(센터장 김경준)가 협력해 개최됐다.
프로그램은 다양했다. 오후 1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학생을 대상으로 한 '나를 찾는 진로여행'과 부모를 대상으로 '나의 행동 스타일로 알아보는 양육 스타일' 주제로 진로학습코칭과 부모코칭이 진행됐다.
이후 플라워테라피가 이어졌다. 저녁 식사 후에는 마술교육과 레크레이션으로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에는 도고문화체험으로 물놀이 등을 즐겼다.
코칭의 경우 참여자를 네 개 조로 나눠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진행은 '자기 다음 코칭 아카데미'가 맡았다. 초등학생은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조를 나눠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성격과 친구의 성격을 이해해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또 중고생들은 행동 양식과 성격, 적성을 분석해 진로를 고민하도록 안내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자기 적성을 알고 진로를 선택할 때 잘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하는 거죠. 학부모들도 자기 성격을 알고 자녀의 성격을 알아서 어떻게 양육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내가 우리 자녀를 좀 더 이해하고 대화했을 때 자녀를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드립니다.
학부모들은 좌담회를 통해 서로의 고충을 이야기하게 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부모코칭을 통해 자녀와 나를 이해하는 양육방식을 찾아가는 시간입니다." (자기 다음 코칭아카데미 이희돈 대표)
"가족들과 소중한 추억 됐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여러 북한 이탈 자녀들은 "내가 좋아하는 일과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지를 고민해 내 꿈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많은 학생이 "학교와 일상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부모와 나누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부모들은 "자녀가 무엇을 꿈꾸는지, 자녀의 고충이 무엇인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한 학부모는 "대학입시제도가 어려웠는데 대학 진학 시 북한주민특별전형 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고 반겼다.
김대성 충남교육청 민주시민과 교사는 "북한 이탈 가정 학생들의 진로 모색과 학부모들의 겪는 고충을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매년 꿈키움 진로 문화캠프를 개최한다"며 "특히 행사 진행 후 가족들과 소중한 추억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가 전하는 행사의 의미는 더욱 컸다.
"사실 어제 충남통일교과연구회(교사 연구모임으로 북한 이탈가정 지원과 다양한 수업사례와 수업 자료, 현장 적용 방안을 연구해 학교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에 갔어요. 갔더니 모임에서 졸업한 탈북 학생들을 초대했더라고요. 24살, 25살 된 사회 초년생 학생들에게 물어봤어요. 학생들이 진로 문화캠프에 참여했던 걸 기억하고 '참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하더군요.
서로 네트워킹도 이루어지고 부모에게 말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공유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마음을 편하게 열고 부모들도 서로 자녀교육을 하면서 궁금한 점이나 사례를 나눌 수 있게 되니 정말 의미 있는 체험 행사라고 생각해요."
최충식 충남교육청 민주시민과 시민교육팀장은 도 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탈북학생 멘토링제'에 대해서도 안내했다.
"충남교육청에서 북한이탈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을 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탈북학생 멘토링제'입니다.
일선 학교에도 교육청에서 일정액을 지원을 해주는데 담당 교사가 한 학생당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줍니다. 예를 들면 '어디 견학 가고 싶어요' 하면 견학, 체험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만족도요? 참 높아요.
이번 '꿈 키움 진로 문화캠프'는 도 교육청에서 예산을 지원하지만, 운영은 충남 하나센터에서 해요. 진로에 대해서 궁금해하면 하나센터의 진로 상담 전문가가 안내를 해주고 가족과 함께하는 행사를 하면서 가족애를 더 돈독하게 도와주죠. 올해도 개별 신청을 받았는데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참여율이 예년보다 더 높았다고 해요."
양선영 충남하나센터 대리는 '꿈키움 진로 문화 캠프'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충남하나센터는 통일부 산하 북한 이탈 주민 지역 적응 센터다. 충남하나센터는 충남에 거주하시는 북한 이탈 주민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이탈 주민 대부분이 자녀 양육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이 때문에 자녀 양육을 어떻게 하고 내 아이의 진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궁금해해요. 물론 학교에서도 진로 교육이나 상담을 하지만 부모들이 참여하기 어려워해요. 이질감이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서로 동질감도 있는 데다 상당 부분 고민도 덜어드리니 이런 자리가 필요하죠."
최충식 충남교육청 시민교육팀장은 더 많은 북한 이탈 가정에서 이 행사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아이가 더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예산 증액 편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올해 예년보다 많은 북한 이탈 가정이 참여했지만, 내년에는 더 많이 참여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