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 연합뉴스

 
11회 연속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축구 A대표팀 '클린스만호',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하는 24세 이하 대표팀 '황선홍호'의 상대가 모두 가려졌다. 

지난 27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과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추첨이 각각 말레이시아와 중국에서 열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C조에서 중국, 태국, 1차 예선 싱가포르-괌전 승자과 만난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E조에서 바레인, 태국, 쿠웨이트를 상대하게 됐다. 여자 대표팀은 홍콩, 필리핀, 미얀마와 E조에 속했다. 

A팀과 AG 대표팀 모두 일단은 무난한 조 편성이라는 평가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은 오는 11월 시작돼 내년 6월까지 이어진다. 한국은 오는 11월 16일 싱가포르-괌 승자와 홈에서 2차 예선 1차전을 치르고, 같은 달 21일 중국 원정에 나선다. 이어 2024년 3월 21일과 26일에 각각 홈과 원정으로 태국을 상대하는 클린스만호는 내년 6월 6일과 11일에 각각 싱가포르-괌 승자를 원정에서 만난뒤 중국과의 홈경기를 끝으로 2차 예선 일정을 마무리한다.

조 1·2위 팀에는 3차 예선 직행과 2027 아시안컵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한국은 엄청난 이변이 없는 한 무난히 다음 단계로 올라설 것이 유력시된다. 한국은 피파랭킹 28위로 C조에서 가장 높고 경쟁국들과 차이가 크다. 조 2위가 유력한 중국(80위)과 역대 전적에서 22승 12무 2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태국(113위)에 31승 5무 9패, 싱가포르(21승 3무 2패), 괌(3승)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껄끄러운 상대가 있다면 중국 정도다. 축구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악명높은 '소림축구'로 대표되는 중국의 거칠고 비매너적인 플레이 스타일 때문이다. 

중국축구는 오래 전부터 한국 축구만 만나면 작아지는 공한증(恐韓症) 콤플렉스에 시달려왔고,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한국을 만날 때마다 더욱 과격한 플레이나 홈 텃세를 부리기 일쑤였다.  

한국은 중국전에서 압도적인 우위와는 별개로 1998년 월드컵 출정식을 앞둔 평가전에서 황선홍의 부상 사건, 2003년 동아시아컵 '을용타' 사건, 2019년 U-18 판다컵 세리머니 논란과 우승트로피 박탈사건 등으로 여러 차례 악연을 이어온바 있다. 또한 2022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는 중국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며 공안에 의하여 벌써 수개월째 강제 억류되어있다.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서도 중국을 바라보는 여론이 싸늘한 이유다.

불과 얼마 전, 동생인 황선홍호도 아시안게임을 대비하여 홈팀 중국과의 원정 평가전에 나섰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평가전임에도 한국은 중국의 도를 넘은 거친 플레이에 엄원상, 조영욱, 고영준 등 주요 선수들이 큰 부상을 당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무리하게 중국과의 평가전을 강행하고 선수들을 제대로 보호하지못한 황선홍 감독과 축구협회 역시 뭇매를 맞았다. 

A대표팀도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지휘하던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중국과 한 조에 배정되어 1승 1패를 기록했다. 특히 2017년 3월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하며 월드컵 예선 사상 첫 패배를 기록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패배가 치명타가 되어 결국 최종예선 중반에 경질당했다. 

이번 2차예선에서는 11월에 중국 원정을 먼저 치르게 되었는데 시점이 다소 예민하다. 불과 두 달여 뒤에는 2023 AFC 아시안컵이 진행되는데 이때쯤이면 사실상 최종엔트리가 확정되고 주력 선수 대부분이 중국전에 그대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만일 홈경기를 먼저 치렀다면 3차예선 조기진출 확정과 아시안컵 일정을 마무리짓고 나서 중국 원정을 치르게 되어 부담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만일 11월 중국전에서 큰 부상자라도 발생한다면 곧바로 이어질 아시안컵까지도 자칫 전력 구상에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 
 
 황선홍 축구대표팀 감독

황선홍 축구대표팀 감독 ⓒ 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은 올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홈에서만 치른 4차례의 평가전에서 2무 2패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치며 아직까지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벌써부터 클린스만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에 하나 중국전을 포함하여 2차 예선부터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의구심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

북중미월드컵 4강과 63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제시한 클린스만호로서는, 올해가 가기 전에 확실한 성적으로 여론을 반전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다행히 월드컵 출전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 체제가 되고 아시아 출전권이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나면서 예선의 벽이 낮아졌다는 것은 클린스만호에게 호재다.

24세 이하 대표팀이 출전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종목에는 24개국이 참가하며. 4개국씩 6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1, 2위 12팀이 자동으로 16강에 오르고 각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4팀이 합류해 16강전부터는 단판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을 가리게 된다. 

황선홍호는 지난 2014 인천 대회 이광종호,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김학범호에 이어 3연속 아시안게임 우승을 정조준한다. 9월 19일 쿠웨이트와 첫 경기를 시작으로 21일 태국, 24일 바레인을 차례로 상대하며 경기는 모두 항저우 인근인 진화시 진화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지난달 황선홍호가 중국 원정을 떠나 중국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렀던 장소이기도 하다.

디펜딩챔피언인 한국은 1번 포트에 속해 같은 포트에 속한 개최국 중국과 일본, 베트남, 북한, 우즈베키스탄, 2번 포트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부담스러운 상대들을 모두 피했다. 

아시안게임은 전통적으로 병역혜택 문제가 걸려있다. 손흥민 등 수많은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으로 병역혜택을 얻으며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 바 있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한국 축구의 현재이자 미래로 꼽히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망)의 합류와 우승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강인은 아직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항저우 AG 대표팀 명단에는 포함되었으나 새 소속팀 파리 생제르망과 차출 협상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또한 이번 아시안게임은 2024 파리올림픽을 목표로 하는 황선홍호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도 지니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해 AFC 23세 이하 아시안컵 8강탈락과 한일전 참사, 올해 중국전 논란 등으로 축구 팬들의 여론이 곱지 않은 상태다. 

우여곡절 끝에 발표된 아시안게임 최종명단 역시 빈약한 최전방 구성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수비수 이상민의 발탁과 철회 논란, 이강인의 불투명한 합류 문제 등으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만일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납득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황 감독이 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을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상대는 모두 정해졌다. 이제는 증명이 필요한 시간이다. 클린스만과 황선홍, 두 스타 공격수 출신 감독들이 최근의 좋지 못한 여론과 악재들을 성과로서 정면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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