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 ⓒ TVN

 
6월 20일까지 TV에서는 기묘한 대결이 벌어졌었다. 바로 '김동욱 vs. 김동욱'? 앞서거니 뒤서거니 김동욱이 주연인 작품들이 KBS2와 TVN에서 동시에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후 8시 50분부터 시작되는 <이로운 사기>와 오후 9시 45분부터 시작되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몇 십분의 분량이 겹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4% 남짓 시소를 타던 두 드라마의 시청률은 범인이 밝혀지며 두 주인공이 현재로 돌아오는 마지막 회차에 이르러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5%를 넘기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선방한 반면, <이로운 사기>는 3%로 고전하게 되었다. OTT를 통해 시청하는 세상에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그래도 본방 사수하는 고정 시청층의 고뇌가 느껴지는 시청률의 수치가 아닐까. 이제는 평일 TV드라마에서 4%대라면 안정적 시청층을 확보했다고 보여지는 수치인데, 그런 면에서 '김동욱'이 주연이라면 4% 대의 시청률은 고정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보여진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이로운 사기>, 두 드라마는 전혀 다른 시대와 다른 소재로 펼쳐지는 이야기임에도 두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이 김동욱이라서? 물론 동일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왔으니 그렇겠다. 

다른 듯 닮은 이야기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2021년에서 이른바 '타임머신'을 타고 1987년으로 간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TV 앵커에, 편집자로 나름 사회인으로서 번듯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윤해준(김동욱 분)은 윤해준대로, 백윤영(진기주 분)은 백윤영대로 저마다 삶의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1987년 우정리라는 마을로 이어지고 과거로 돌아간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그곳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의 미로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14회에 이르기까지 범인이 누군지 오리무중이라 시청자들을 애태웠던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 김동욱은 1987년으로 날아간 TV 앵커역을 맡았다. 냉철하고 직선적인 캐릭터이다. 반면, <이로운 사기>에서 김동욱은 그와 반대로, '과공감' 변호사이다. 어린 시절부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정도가 도를 넘어, 걸핏하면 눈시울부터 붉어지는 남자, 그래서 이명과 두통 등 신체적인 증상에 시달려 병원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남자이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이로운 사기>, 두 드라마 모두 이른바 '스토리' 중심의 드라마이다. 그저 오며가며 볼 수 있는 내용의 드라마가 아니란 뜻이다. 시간을 거스른 두 남녀 앞에 펼쳐지는 연쇄 살인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주요한 범인의 힌트를 놓치게 된다. 마찬가지로, 정목이라는 단체를 통해 키워진 이른바 '키드'라는 아이들이 10여 년이 흘러 어른이 되어 다시 모여 복수를 펼치는 <이로운 사기> 역시 과연 '회장'이 누구인가라는 추리를 향해 서사가 달려간다. 

거기에 관계의 서사마저 층층이 겹쳐진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 멀쩡한 앵커인 줄 알았더니, 갓난 아이를 버리고 떠난 엄마, 정신적 학대를 일삼는 할아버지, 유일하게 애정을 느끼게 하는 아버지는 일 년에 한 번이나 올까 말까.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니 그들이 그곳에 있다. 

<이로운 사기>는 또 어떤가, 변호사라는데 알고보니 풍비박산이 난 집안의 외아들이다. 사업을 하다 하루 아침에 망한 아버지도, 그리고 어머니도 그의 곁을 떠났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여주인공은 자신의 부모를 죽였다는 혐의로 지난 10년간 감방에서 지냈는데 김동욱이 분한 한무영이 여주인공 이로움의 복수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겠다고 나선다. 

이 복잡다단하고, 얽히고설킨 서사들의 중심에 김동욱이 있다. 그러고 보면 그는 늘 사연 있는 아이였다. 드라마의 주인공치고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김동욱이 분한 사연은 늘 짠하다.
 
김동욱이라는 장르 
 
 KBS2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한 장면.

KBS2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한 장면. ⓒ KBS2

 
저승사자를 보러 가서 김동욱을 보고 왔다는 세간의 평처럼 김동욱이란 존재의 이름이 세상에 각인된 건 아마도 <신과 함께 - 죄와 벌>이었을 것이다. 악귀인 줄 알았는데, 형 대신 가장이 되어 홀어머니와 둘이 살며 고시를 준비하던 청년, 그 청년이 이제 이승의 한을 풀고 저승으로 가며 어머니를 찾아간 날, 법관의 옷을 입고 어머니 앞에서 수화를 하며 아이처럼 울던 그 모습에 보는 이들 모두 함께 울었다. 

그렇게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자신을 알린 김동욱은 그 여세를 몰아 장르물의 명작 < 손 the guest >의 화평이로 거듭났다. 그리고 <특별근로 감독관 조장풍>을 통해 주연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확고히 한다. 

그리고 이어서 그가 선택한 작품은 <그 남자의 기억법>, 뉴스 시청률 1위를 달리는 인기 앵커 이정훈 , 그런데 알고보니 개인적 상흔으로 과잉기억 증후군 환자? 2021년작 <너는 나의 봄>은 또 어떤가. 정신과 의사인 줄만 알았더니 어릴 적 형의 DNA 창고가 되어 고통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끝내 그가 어머니에게 신장마저 떼어주지 않았다고 해서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이식 받은 남의 심장으로 인해 마음이 이상하다. 

<그 남자의 기억법>을 이른바 '상처 치유 로맨스'라고 하는데, 김동욱의 매 작품이 그렇다. 그는 앵커요, 의사인데, 알고 보면 영혼의 상처가 깊다. 그리고 그 상처는 대부분, '어른들'로 부터 비롯된다. 그는 멀쩡한 어른처럼 살아가지만 그 안에는 '상처받은 아이'가 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상처는 또 다른 '어른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며 함께 회복되어 간다는 식이다. 

하지만 그저 해결되는 상처란 없다. 상처받는 아이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나선다. 바로 그게 '김동욱'이 분한 캐릭터들의 특징이자, 강점이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그저 '레트로' 드라마인가 했는데, 그 찾아간 과거에서 김동욱이 분한 윤해준은, 현재 자신에 드리운 그림자의 근원을 찾아낸다. 그건 바로, 크리스마스 선물같던 아버지가 연쇄살인범이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로 인해 어머니는 아이를 버렸고, 할아버지는 끝내 손주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과거로 간 윤해준은 상흔에 휘둘리는 대신 진실로 향한다. 아버지의 범죄를 밝히고, 그를 통해 자신을 오래도록 흔들었던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이로운 사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병원에 의지하던 한무영이 이로움을 돕겠다고 하자, 더는 과공감으로 고통받는 일이 드물어 졌다. 심지어 이로움과 키드들은 알고보니 자신을 오래도록 고통스럽게 했던 가족사의 원인 제공자들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다시 이로움에게 손을 내민다. 바로 그런 역설의 순간을 설득하는 게 김동욱이다. 

복잡다단한 서사, 그 속에서 상처받은 아이로 남은 멀쩡한 어른, 그럼에도 자신의 상처 속에 머물지 않고, 타인을 위해 손을 내미는 용기를 가진 사람, 그렇게 '김동욱'이라는 장르가 완성된다. 
김동욱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이로운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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