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컷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브루클린의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난 마일스(샤메익 무어)의 일상에 스파이더우먼 그웬(헤일리 스테인펠드)이 다시 나타난다. 서로 다른 차원에 살지만 그리워했던 마음을 숨겼던 만큼 반가움은 배가 된다. 오랜만에 그동안 근황을 묻고 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도 잠시.
 
그웬은 다른 차원으로 갑자기 이동하고, 이를 쫓아간 마일스는 빌런 '스팟'과 '벌쳐' 그리고 스파이더맨 소사이어티의 리더 '미겔 오하라(오스카 아이삭)'를 만난다. 그는 흐트러진 다중우주 질서를 다잡으려 마일스와 대립하고 스파이더맨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과연 마일스는 흔들리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MZ세대 취향 가득한 다중 스파이더맨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컷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컷 ⓒ 소니코리아

 
영화는 한마디로 말하면 '힙' 하다는 말로 정의할 수 있겠다. 멀티버스 세계관을 먼저 선보였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의 속편이다. 전작의 에너지와 통통 튀는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스파이더맨의 등장이 계속된다. 때문에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사 영화 버금가는 139분이란 러닝타임을 갖게 되었다.
   
크게는 마일스와 그웬의 가족 서사를 깊게 다룬다. 곁가지로는 모든 차원의 멀티버스 속 스파이더맨의 충돌과 협업을 다루고 있다. 이제는 친숙한 개념 '멀티버스'사용으로 인해 균열된 우주 질서를 바로잡고 빌런과 대결하기 앞서 내적 성장통에 시달리는 MZ 세대의 이야기다.
 
미술과 과학, 음악이 만나 시너지가 터진다. 코믹스에서 튀어나온 듯한 작화와 그래픽 디자인, 실사 영상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장편 애니메이션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은 획기적인 스타일이 숨 가쁘게 펼쳐진다. 2D 일러스트 아날로그 느낌과 3D 애니메이션의 입체적인 느낌을 고루 갖췄다. 황홀하다는 말 이상으로 차원이 다른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영화다.
 
그렇다고 보여주기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매력적인 캐릭터도 수준급이다.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이유는 차고 넘친다. 십 대의 반항과 자유, 모험심과 호기심을 주제로 부모 세대와 갈등을 풀어나가는 슬기로운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왔을 전 세대를 통틀어 공감할 만한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전편에서 흑인, 여성, 동물, 캐릭터 등 다채로운 스파이더맨을 등장시킨 획기적인 작품답게 속편은 기대 이상이다. 끝이 어딘지 궁금한 진화된 상상력을 확인하는 재미도 빠뜨릴 수 없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팬이라면 환호할 이스터에그(제작자가 자신의 작품 속에 숨겨 놓은 재미있는 것들 혹은 깜짝 놀라게 하는 것들)가 곳곳에 숨어 있어 흥미를 더한다.
 
스파이더버스 3편을 위한 다리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컷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MZ 세대가 관심 같고 좋아할 만한 요소가 총망라되어 있지만 어딘지 어수선하다. 20분 정도의 영상과 숏츠에 익숙해져 있는 세대를 두 시간 40여 분 동안 붙잡아 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일까. 긴 러닝타임을 지나 본격적인 충돌과 활약, 해소를 기대할 때쯤 파트 2로 바통을 넘겨 버린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 바로 이어지는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는 2024년 북미 개봉 예정이다. 스파이더 버스로 불리는 애니메이션 트릴로지 마침표를 찍는다.
 
이로써 마블, 디씨, 소니까지. 히어로 장르에 멀티버스 세계관을 들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했다. 영화 팬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시리즈에 인입할 새 관객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좋다는 건 모두 먹었지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 됩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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