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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공식 온라인 스토어 및 크림 캡처
 나이키 공식 온라인 스토어 및 크림 캡처
ⓒ 나이키, 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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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창에서 안 넘어가요. 리셀로 구매하려고 해도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네요."

지난 3월 국내 나이키 공식 모바일 스토어 SNKR 앱에서 '래플(추첨식 복권)'을 통해 운동화 '에어포스1X티파니앤코'를 구매하고자 한 A씨. 결제 시스템상 오류로 접속 대기만 하다가 응모 기회 자체를 날렸다고 말한다.

리셀 사이트 '크림'에서 보석 브랜드 티파니앤코가 나이키와 협업해 출시한 이 운동화의 리셀 가격이 300만 원까지 치솟았다. 발매가 52만 9천 원에 비해 리셀가가 정가의 6배 가량 뛴 셈이다. 현재에는 150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2월, 리서치 업체 '알탄인사이트'는 리셀 플랫폼 'StockX'에서 수년간 인기 있던 운동화 100개의 평균 가격이 2022년 한 해 동안 7%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리셀 시장의 거품이 빠졌다고 판단한다.

국내에서도 최고가 기준 55만 원을 기록하여 많은 수량이 거래된 '나이키 덩크 로우 레트로 블랙' 모델이 최근에는 발매가보다 낮은 가격인 12만 5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희소성 있는 상품들의 리셀가는 꾸준히 우상향하는 중이다. 따라서 상품력에 따라 리셀가가 양극화된 것일 뿐이며, 여전히 다양한 운동화들이 높은 프리미엄이 붙으며 거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정판 마케팅 열풍

과거 한정판 제품의 가치 향상을 위해 제품을 불시에 판매하는 '드롭' 방식이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추첨을 통한 '래플' 방식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래플' 마케팅은 추첨식 복권에서 유래된 말로 무작위로 추첨에 당첨된 소비자만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마케팅 방안이다. 지난 '스니커테크'의 열풍으로 운동화 발매일을 앞두고 텐트를 치고 기다리거나 대리구매 알바를 고용하는 '드롭' 방식의 부정적 여론을 보완해 도입하게 되었다.

BMW 그룹 코리아의 고문이자 연세대 경영대학 김효준 특임교수는 "개인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소비 시대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된 제품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단 한 대의 자동차를 적게 공급하라는 말처럼 고객의 구매 열망을 최고조로 만들기 때문"고 말했다. 즉, 제한된 공급량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새벽부터 긴 줄을 서거나, 온라인에 접속하여 끝없는 클릭 전쟁"을 하게 된다. 따라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한정판 상품의 출시는 업계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한정판 상품은 패션·뷰티 업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LG전자의 노트북 그램이 뉴진스와 협업하여 'LG 그램 스타일 뉴진스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발매가는 249만 원이었지만 판매 직후 리셀가는 최대 500만 원에 달했다.

리셀테크, 무엇일까?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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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을 통해 시세 차익을 얻으려 하는 것을 '리셀테크'라고 부르며, MZ 세대 소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한정판 품목이 다양해짐에 따라 샤테크(샤넬+재테크)부터 레테크(레고+재테크), 스벅테크(스타벅스MD+재테크)까지 리셀 시장은 여러 형태로 구성된다. 한정판 제품들은 적게는 10~20%, 많게는 10~20배까지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리셀러들은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행위)'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인기 제품을 싹쓸이하기도 한다. 때문에 실제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업계에서는 오픈런 유도를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여 구매 욕구를 증진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되팔기 위해 다른 구매자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거액의 이윤을 남기는 것이 정상적인 거래 행위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현행법엔 거래로 되파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 대량으로 판매할 경우 처벌 가능성이 있지만, '대량'에는 기준이 없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리셀러로 판단하는 경우 반품과 환불을 거절하는 등의 방법으로 금지하기도 한다.

리셀테크와 암표의 차이는?

A씨는 "신발은 비싸게 되팔면서 암표는 싫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정판 제품을 되팔아 이득을 취하는 리셀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암표 판매도 재테크의 일환으로 여기며 행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경기장, 공연장 등 현장에서 암표를 판매할 경우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형'을 받게 된다. 온라인상 티켓 판매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은 아직 없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기타 경로를 통한 불법 티켓은 주최 측의 권한으로 사전 통보 없이 취소 처리"하며 "티켓 현장 수령시 본인 확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주최 측의 노력 없이 암표 거래를 잡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암표 근절을 위한 법령 재정비는 시급한 사안이다.

암표 매매 행위와 리셀테크의 가장 큰 차이는 콘서트 티켓이나 경기 관람권은 해당 일자가 지나면 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에 재테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점을 제외하고는 거래하는 제품만 다르지, 행위의 목적은 동일한 셈이다. 리셀테크에 대해서도 일부 누리꾼들은 "부당이익을 취하기 때문에 근절되어야", "리셀은 모두 반대해야 형평성에 맞다"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건전한 거래 문화를 위하여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리셀 행위는 엄연히 비도덕적이다. '리셀러'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포장하여 실제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김효준 교수는 "투명하고 공정한 방안을 위해 개인 신원 파악을 통한 매크로 방지 기능을 도입하는 등, 순수 고객들이 제품 구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브랜드는 고객과의 약속이다. 고객의 수요와 브랜드의 포지션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 건전한 문화·예술 산업을 위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를 위한 업계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태그:#리셀, #암표, #리셀테크, #한정판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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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변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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