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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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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발언으로 혼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15일 교육개혁 상황을 보고받은 후, 수능 출제를 언급했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교육개혁 및 현안 추진 상황' 관련한 업무보고에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6일 오전 서면브리핑을 내고 전날 윤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15일 브리핑에서 소개한 발언, 대통령실이 16일 추가 소개한 발언 모두 문제입니다. 해석의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수능 150여 일 남았는데... 무슨 말 하고 싶었나 

경제가 심리이고 신호인 것처럼, 교육도 심리이고 신호입니다. 반응이 빠르고 큰 만큼, 신호는 정확해야 합니다. 타이밍과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배제하라" 발언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우선 교육과정 범위 출제는 지금도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의 공식 입장입니다. 이 의미라면, 대통령 발언은 하나 마나 한 이야기입니다. 정책 변화도 적습니다. 교육당국은 '수능 킬러 문항 축소'와 'EBS 연계 체감도 제고' 입장이고, 이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만약 그 이상을 의미했다면, 그러니까 킬러 문항뿐만 아니라 준 킬러 문항 배제나 쉬운 수능을 말한 것이라면 불안과 혼란이 우려됩니다. 수능이 불과 150여 일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6월 모의평가, 9월 모의평가, 11월 수능의 주요 변곡점 중에서 벌써 6월 평가가 치러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수능 출제 문제를 건드렸습니다. 9월 모의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 수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러면 수험생의 입시 전략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 등 과목별 유불리를 다시 따지거나 공부 루틴을 바꿔야 할지 모릅니다. 행여 '쉬운 수능'이라도 되는 날에는 '문제 하나라도 틀리면 나락'이기에 중상위권 학생의 불안은 커집니다. 대통령의 신호가 학생과 국민의 삶을 흔들었습니다. 

타이밍 뿐만 아니라 내용도 문제입니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표현으로 논란을 키웠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 것인지 정확하지 않습니다. 대충 지시해놓고 알아서 이해하라는 직장 상사 느낌입니다. 당장 올해 수능부터 바뀔 수 있다는 건지, 제도 변경이 예정된 2028학년도 입시부터 바뀌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불안을 키우는 건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1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1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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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하지 않고 불안할수록 사교육은 커집니다. 대통령은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했지만, 불안을 키워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윤 대통령은 학교를 잘 모르면서 발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대선후보 시절 "고등학교 때는 학교를 나눠야 한다"며, "기술고등학교, 예술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라고 말해 현실을 모르는 것 아닌가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박순애 장관의 만 5세 취학 학제개편 당시, 박 장관은 돌봄센터를 다녀온 윤 대통령이 아이들을 학교에서 담당하는 게 더 낫겠다며 "(대통령이) '입학 연령하향이라는 것이 그런 취지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것을 조금 빨리 집행해 볼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교육부를 경제부처로 여기고 교육을 산업인력 공급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지니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쉬운 수능' 의미가 아니라며 수습 중입니다. 이런 수습 자체가 처음부터 신호에 결함 있었다는 뜻입니다. 윤 대통령은 잘 모르는 분야에 관한 것을 뜬금없이 말해 불안과 수습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학교교육에 대한 이해와 수험생에 대한 배려가 필요해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윤석열 대통령, #수능 발언, #사교육비, #킬러문항, #쉬운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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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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