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왼쪽), 리암 갤러거(오른쪽) 형제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왼쪽), 리암 갤러거(오른쪽) 형제 ⓒ 씨네룩스

 

한국의 록 팬들을 붙잡고 '가장 좋아하는 밴드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오아시스(Oasis)라는 대답을 꽤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이들을 밴드 음악의 세계로 인도했다. 'Live Forever', 'Wonderwall', 'Don't Look Back In Anger' 등의 감성적인 멜로디는 시대의 벽을 건너 뛴다. 난해하지 않고, 서정적인 그들의 음악은 영국을 넘어 전세계의 록 팬을 매료시켰다.

오아시스는 너바나(Nirvana)와는 다른 의미로 1990년대를 관통하는 밴드였다. 너바나가 자기 혐오와 열등감을 노래했다면, 오아시스는 대책없는 낙관주의를 노래했다. 아일랜드계 노동자의 아들이 만든 씩씩한 음악은 '쿨 브리태니아(Cool Britannia)'라고 불렸던 90년대 영국 대중문화의 황금기와 어울렸다.

특히 '너와 나는 영원히 살거야'(Live Forever)라는 가사는 오아시스의 음악을 관통하는 정신을 담고 있다. 밴드를 견인한 노엘 갤러거 - 리암 갤러거 형제의 관계성, 그리고 거침없는 어록 역시 록스타의 신화를 완성했다. 다큐 영화 <슈퍼소닉>(2016)에 언급된 것처럼, 이들은 "빈 손으로 왔지만 온 세상을 원했던 밴드"였다.

오아시스의 역사는 창대했지만, 해체는 허무했다. 2009년 파리 공연을 앞두고 형제 간의 갈등이 극심해졌고, 공연장을 떠난 노엘 갤러거는 그대로 밴드를 떠났다. 그렇게 90년대 가장 위대한 영국 밴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14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오아시스의 생명력은 여전하다. 오아시스 멤버들의 독설은 '짤'이 되어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있고, 오아시스의 옛 노래는 백예린, 잔나비 등 젊은 가수들에 의해 커버되기도 한다.
 
 리암 갤러거의 첫 솔로 앨범 'As You Were'

리암 갤러거의 첫 솔로 앨범 'As You Were' ⓒ 워너뮤직코리아

 

형제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오아시스의 히트곡 대부분을 작곡한 노엘 갤러거는 원맨 밴드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를 결성해 성공 가도를 달렸다. 오아시스의 록을 계승하면서도, 싸이키델릭,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관심 역시 드러냈다. 그는 최근 발표된 네 번째 정규 앨범 (2023)를 비롯한 모든 솔로 앨범을 모두 UK 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동생 리암 갤러거 역시 큰 성공을 거뒀다. 노엘 갤러거가 팀을 떠난 이후 남은 오아시스 멤버들로 결성한 비디 아이(Beady Eye)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채 해체했다. 그러나 첫 솔로 앨범과 함께 화려한 반등이 시작되었다. 관리 실패로 망가진 목소리 역시 상당히 회복했다. 이 앨범의 대표곡 'Wall Of Glass'만큼 그의 귀환을 잘 상징하는 곡은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오아시스가 전성기 시절 공연했던 평원 넵워스(Knebworth)에서 이틀 동안 16만 명을 모으는 위업을 달성했다. 단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공한 두 형제는 서로 만나지 않았다. 간단한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고, 앙금을 해소할 기회는 없었다. 그 사이 공개된 리암 갤러거의 솔로 영화 , 그리고 넵워스 공연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오아시스의 노래가 삽입되지 못 했다. 저작권자인 노엘 갤러거가 곡의 사용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형제는 다시 무대에서 만나게 될까?
 
 지난 6월 7일, 리암 갤러거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형 노엘에게 "내 트윗을 모두 확인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니, 전화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6월 7일, 리암 갤러거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형 노엘에게 "내 트윗을 모두 확인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니, 전화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 트위터 캡쳐

 

'오아시스의 재결합'은 수많은 록팬의 숙원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로 이어지리라 기대하는 팬은 많지 않았다. 동생 리암 갤러거는 언제나 그랬듯이 오아시스의 재결합을 고대했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축구팀 맨체스터 시티 FC가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한다면, 형에게 직접 전화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그리고 지난 6월 11일, 맨체스터 시티 FC는 마침내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거머쥐며 '트레블'을 완성했다!).

그러나 재결합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가장 먼저 이를 차단하는 것은 노엘이었다. 그는 재결합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오아시스는 과거의 그룹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아프리카의 모든 어린이를 살릴 수 있다 해도, 재결합을 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가 구설수에 휩싸이기도 했다.
 

▲ Oasis - Live Forever (Official HD Remastered Video) ⓒ Oasis

 

하지만 최근에는 온도가 조금 바뀌고 있다. 노엘 갤러거는 인터뷰에서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리암은 지난 10년 동안 트위터로 재결합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만, 트위터에 글을 쓰지 말고 대신 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라"라고 말했다. 심지어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2024년 연말까지 (재결합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말도 했다. 이에 리암은 다시 트위터를 통해 "노엘이 내 트위터를 모두 확인하는 것을 알고 있다. 나에게 전화를 걸어라"라며 화답했다.

아직은 말 뿐이다. 재결합을 확언하기에는 섣부른 단계다. 재결합을 위한 확실한 행동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앨범 활동에 바쁘다. 다만, 이만큼 재결합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은 적이 없었기에, 팬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물론 재결합이 성사되지 못하더라도, 형제의 솔로 공연에서 오아시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오아시스의 흔적을 느끼는 것과, 오아시스를 마주하는 것은 다르다. 90년대의 록 음악이 재조명받고 있는 요즘, 50대가 된 형제가 부르는 90년대 청춘의 송가 'Live Forever'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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