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안방에서 이틀 연속 kt를 꺾고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김종국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5월 31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7-1로 승리했다. 지난달 29일 주력선수 5명을 대거 1군에서 제외하며 고전이 예상됐던 KIA는 kt가 자랑하는 잠수함 선발듀오 고영표와 엄상백을 차례로 꺾고 이날 두산 베어스에게 2-3으로 패한 NC다이노스와 함께 공동 5위로 올라섰다(22승22패).

KIA는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한 좌완 윤영철이 5.1이닝3피안타2사사구2탈삼진1실점 호투로 시즌 3승째를 따냈고 4명의 불펜 투수가 남은 3.1이닝을 책임졌다. 타선에서는 시즌 4호 홈런을 터트린 이우성이 박찬호, 소크라테스 브리또와 나란히 멀티히트를 때린 가운데 이 선수의 결승타가 김종국 감독과 KIA팬들을 기쁘게 했다. 이날 프로 데뷔 후 첫 3안타 경기를 만든 포수 신범수가 그 주인공이다.
 
 기아 타이거즈 신범수.

기아 타이거즈 신범수. ⓒ 기아 타이거즈

 
공격력 좋은 포수가 없었던 타이거즈

KBO리그 역대 최다인 통산 11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을 자랑하는 타이거즈는 수많은 우승의 역사만큼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리드했던 뛰어난 포수들도 많이 배출했다. 하지만 타이거즈의 왕조시대를 이끌어온 안방마님의 계보에서 유독 공격력이 좋은 포수는 드물었다. 이는 각 포지션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 선수들을 대거 배출했던 타이거즈의 유일한 아쉬움이자 현재 KIA의 큰 고민이기도 하다.

1983년 재일교포 포수 김무종을 앞세워 첫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타이거즈는 1986년 장채근(홍익대학교 감독)이라는 듬직한 체구를 가진 포수가 입단했다. 김무종의 전성기가 지난 1988년부터 타이거즈의 주전포수가 된 장채근은 3번의 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228의 통산타율이 말해주듯 장채근을 공격력이 좋은 포수였다고 평가하긴 힘들다.

1990년에는 현재 2군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있는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의 아버지 정회열(동원대학교 감독)이 해태에 입단했다. 해태에서 8년,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해 2년 동안 활약한 정회열은 현역 시절 3개의 우승반지를 따냈지만 정회열 역시 통산 타율 .246 369안타로 공격은 평범한 수준에 불과했다. 안정된 수비에 비해 타격이 아쉬웠던 것은 통산 타율 .217로 은퇴했던 '해태의 마지막 주전포수' 최해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0년 타이거즈에 입단한 김상훈(KIA 배터리코치)은 2014년까지 현역으로 활약하며 2000년대 타이거즈를 이끈 안방마님으로 활약했다. KIA가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9년엔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이는 현재까지도 KIA의 마지막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 기록이다). 하지만 김상훈은 15년의 프로 생활 내내 한 번도 .280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지 못한 채 통산 타율 .242로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 차일목(북일고 코치)이 안방을 책임졌던 KIA는 2015년 젊은 포수 이성우와 백용환이 나란히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려내며 공격형 포수의 등장을 예고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끝내 1군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었고 2017년 KIA의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은 수비가 좋은 김민식(SSG 랜더스)이 이끌었다. 그리고 작년 FA시장에서 KIA가 놓친 포수 박동원은 현재 리그 홈런 1위(13개)를 질주하고 있다.

부진한 주효상 대신 합류한 신범수의 깜짝활약

동성고 출신의 신범수는 2016년 신인드래프트2차8라운드 전체78순위로 KIA에 입단한 평범한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고교 시절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야구팬들의 눈도장을 찍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전국구'로 불릴 정도의 특급유망주는 아니었다. 신범수는 루키시즌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을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 받았지만 프로 2년 차까지 한승택과 김민식에 밀려 1군 데뷔 조차하지 못했다.

2018년 1군에 데뷔해 19경기에서 4안타4타점을 기록한 신범수는 2019년 39경기에 출전해 .211의 타율과 함께 12안타7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5월2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는 프로 데뷔 1,2호 홈런을 멀티홈런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신범수는 2019년 12안타 중 7개를 장타(홈런2개,2루타5개)로 터트리며 범상치 않은 타격재능을 뽐냈지만 2019 시즌이 끝난 후 상무지원에서 탈락하며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2021년에 전역한 신범수는 작년 시즌 박동원(LG트윈스)이 트레이드로 가세하면서 1군에서 단 두 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그렇게 신범수는 KIA팬들에게도 점점 존재감이 약해졌고 김종국 감독은 박동원이 떠난 올해도 기존의 한승택과 트레이드로 영입한 주효상으로 포수진을 꾸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새로 가세한 주효상이 시즌 초반 19경기에서 타율 .063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신범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5월 14일 주효상을 대신해 1군엔트리에 등록된 신범수는 한승택과 함께 번갈아 가며 KIA의 주전마스크를 쓰고 있다. 콜업 후 10경기에서 타율 .174에 그치며 기존 포수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활약을 이어가던 신범수는 5월의 마지막 날 오랜만에 자신의 타격재능을 뽐냈다. 2회1사3루에서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된 적시 2루타를 때린 신범수는 5회 좌전적시타, 7회 2루타를 때려내며 프로 데뷔 후 첫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174로 시작했던 신범수는 단 한 경기 만에 시즌 타율이 .259로 치솟았다. 물론 단 11경기의 성적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KIA의 포수가 시즌 .250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것은 지금은 팀을 떠난 작년 5월의 박동원 이후 약 1년 만이다. 분명한 사실은 KIA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한 경기에서 안타 3개를 몰아칠 정도로 타격에 재능을 보인 만 25세의 군필 유망주 포수 신범수를 잘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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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신범수 3안타2타점 공격형 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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