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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문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문건
ⓒ 블라인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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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이것이 경찰 최상위기관 '경찰청'  수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일부 내용이 검게 칠해진 문건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하달하는 공문에 맞춤법이 다 틀렸다"면서 "있어 보이려고 강대강 한자를 썼으나 '큰 대'"라고 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문건의 제목은 '경비국장 주재, 최근 대규모 집회 사후평가 회의 결과'이다. 공문을 보면 "최근 대규모 집회 시 경찰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난이 있으며 경찰청장 담화문에 대해 민주노총은 强大强(강대강) 대치를 예고"라고 적혀 있다. 

원래 상대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일컫는 '강대강'에 나오는 대 자의 한자는 대할 대(對)이다. 그러나 이 공문에는 큰 대자가 적혀 있다. 강대강이라는 한자를 잘못 알고 사용한 것이다. 

해당 문건의 오타보다 현장 기동대원들을 분노하게 한 것은 내용이었다. 문건은 현장 직원들의 대응을 문제 삼았지만, 출동한 기동대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경찰청 지휘부의 만행'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또 다른 게시글의 글쓴이는 "경찰청 지휘부에서는 '노숙집회' 안일대응의 원인을 현장 기동대 직원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며 "현장 기동대 직원들은 지휘부 판단에 의한 명령을 받고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고 반박했다. 이어 "노숙집회 현장에서 지휘부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말만 엄정대응인, 경고방송만 수십 수백 차례 했을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이제 와서 이런 협박성 문구까지 만들어가며 문서를 만들고, 이번 집회의 안일대응의 내부적 원인을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기동대 직원들의 '정신해이' '훈련부족' 탓을 합니까?"라며 "언론을 대하는 태도와 내부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하늘과 땅차이인 지휘부들 당신들이 현장 직원들의 사기를 꺾어 놓는다"고 비판했다. 

글쓴이가 첨부한 문건을 보면 "이번 기회에 모든 기동대원들의 정신재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강도 높은 훈련 추진으로 인한 현장활력소, 블라인드 등을 통한 직원들의 불만 및 비난은 감수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양식이나 오탈자 등을 보면 본청에서 작성한 문건은 아니"라며 "작성 주체가 12개 시·도청 경비과인지, 일선서인지 혹은 누군가 임의로 작성한 문건인지 등은 알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경향신문>은 지난 22일 서울경찰청 기동본부를 방문한 엄성규 경찰청 경비국장이 해당 문건에 쓰인 내용과 비슷한 취지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강경 대응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찰청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윤희근 경찰청장 건설노조 집회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찰청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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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석열 정부는 집회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정부와 여당은 심야시간 집회를 금지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경찰은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단됐던 '불법 집회 해산 및 검거 훈련'을 다시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한겨레>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경비국장 주재로 지난 22일 열린 회의에서  경찰은 5월 25일부터 6월 6일까지 전국 시·도 경찰청 소속 경찰 기동대 131개 중대에 집중 훈련을 지시했다. 회의 후 작성된 문서에는 '극렬행위자 이격·차단', '경력 폭행자 검거 훈련' 등이 포함돼 있어 앞으로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집회·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을 예고하고, 국회에선 국민의힘이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각에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큰 데다,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경찰청, #집회, #시위, #기동대원, #집회 해산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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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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