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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위터를 통해 화제가 된 셀프계산대 현수막. 셀프계산대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연수지회에서 점포 앞에 게시했다고 한다.
 최근 트위터를 통해 화제가 된 셀프계산대 현수막. 셀프계산대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연수지회에서 점포 앞에 게시했다고 한다.
ⓒ 마트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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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계산하면 싸게 주나요? 고객에게 일 시키고 계산원 줄인 그 이익은 누가 봅니까?"
"고객님의 셀프노동 이익, 누가 챙기고 있습니까?" 


지난주 트위터상에서 약 1만회 가까이 리트윗되는 등 화제가 된, 마트노조(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연수지회의 현수막에 쓰인 문구들이다. 이런 현수막이 만들어진 데엔 배경이 있었다. 이마트 측이 최근 공격적으로 '셀프계산대'를 도입하면서 근무 직원(계산원)을 줄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지점의 한 직원은 이런 이야기를 전해왔다.

"일반계산대 투입 인원은 5명인데, 셀프계산대 투입에는 8명이 들어가도록 (사측이) 스케줄을 넣어놨어요. 일반계산대 사원들은 다들 힘들다고 아우성이에요."

이마트는 지난 2022년 7월, '셀프계산대 처리율을 당시 34%에서 50%까지로 끌어올리라'는 취지의 지시가 담긴 문건을 전국 19개점에 보낸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관련 기사: "이마트 셀프계산대 도입으로 계산원 1100명 감축" https://omn.kr/1zrw0). 각 지점의 셀프계산대 처리율을 숫자화해 실적 압박에 나선 것이다.

사측은 이후에도 셀프계산대 이용률을 높이게 하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아예 일반계산대를 운영하지 않는 지점을 만들기도 했다. 즉, 의도적으로 일반계산대 투입 인원을 줄이면서 계산을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이 결국 셀프계산대로 향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셀프가 '스피드'? 거기 숨겨진 이야기  
 
지난해 7월 12일, 마트노조와 대전지역 단체 등은 이마트 대전 둔산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마트는 고객을 줄 세우고 길들여 계산원을 감축하는 셀프계산대 확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7월 12일, 마트노조와 대전지역 단체 등은 이마트 대전 둔산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마트는 고객을 줄 세우고 길들여 계산원을 감축하는 셀프계산대 확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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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얼마 전부터 이마트는 셀프계산대의 이름을 '스피드 계산대(빠른 계산대)'로 변경하며 고객의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정말 셀프계산대가 더 빠를까? 겉으로 보면야 그렇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측에서 일반계산대를 일방적으로 줄이고, 일반계산대에서 근무하는 계산원들을 셀프계산대 지원으로 투입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면 자연히 근무 인원이 적은 일반계산대에선 업무 처리가 느려지고, 여기에선 계산을 기다리는 고객들 줄이 늘어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일반계산대가 사라지고 셀프계산대만 남는다면, 그때도 빠를까? 그때에도 이걸 '스피드 계산대'라 부를 수 있을까? 이건 고의적으로 고객의 직접 계산 등 고객이 자기 노력과 시간을 들이게 하고, 이를 통해 셀프계산대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마트 일부 점포에서는 셀프계산대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일반계산대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 일부 점포에서는 셀프계산대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일반계산대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 마트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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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연수점, 셀프계산대는 18대로↑ 계산원은 줄줄이↓

특히 눈에 띄는 사례는, 앞서 온라인상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인천 지역이다.

"평일은 주말 같고, 주말은 명절 같아요.", "힘들어서 골병 날 것 같아요."

최근 이마트 연수점 계산원들을 만날 때마다 듣게 되는 이야기다. 연수점은 2023년 4월, 리뉴얼 재개장을 앞두고 셀프계산대를 12대에서 18대로 늘리고, 일반계산대는 22대에서 10대로 줄이면서 계산원 13명을 일방적으로 감원했다.   

연수점에 남은 계산원들은 어떨까. 이들은 동료들 일자리를 빼앗고, 곧 자신의 일자리마저 위협하는 셀프계산대에서 오늘도 이용 실적을 올리라는 회사의 압박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으며, 줄어든 일반계산대로는 감당하기 힘든 고객수를 맞이하며 높아진 노동강도에 신음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즉 조합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마트의 2018년 대비 2022년 계산원 수는 1100명 이상 줄었고, 2022년 대비 2023년 계산원 수는 또 다시 700명 이상 줄어들었다.

이마트는 셀프계산대 도입으로 인위적인 계산원 인원감축은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지만, 이미 1년에 700명이 넘는 계산원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이마트 셀프계산대... '고객엔 공짜노동, 직원에겐 인력감축, 회사에겐 이윤극대화'

혹자는 셀프계산대가 마치 다가올 미래 트렌드인 것마냥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이마트는 고객이 당연히 받아왔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마치 시대의 트렌드인 것처럼 포장하고, 높아진 시민의식을 악용해 고객 스스로 계산에 나서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만들고 있다.

이마트의 이런 전략은 그동안 계산원들이 해오던 계산노동을 오롯이 고객에게 전가하고, 계산원 인원감축으로 줄어든 인건비를 고객으로부터 착취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셀프계산대와 같은 기술의 진보가 무조건 나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진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기술은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많은 이들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기업의 탐욕에 사용되기도 한다.

만약 이마트에서 일반계산대를 줄이지 않고, 다시 말해 계산원의 인력감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에게 메리트를 주는 방식으로 셀프계산대를 확충한다면 어떨까. 그 때의 셀프계산대는 계산원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줄이는 동시에 고객의 편의를 증대시키는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마트식 셀프계산대는 노동자와 고객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결과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고객엔 피해를 주고 기업에만 이익을 주는 셀프계산대가 아니라, 노동자와 고객, 나아가 사회 전반에 유익을 줄 수 있는 방식의 셀프계산대가 되도록 시민 사회와 노동조합이 연대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명호씨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 교선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그:#셀프계산대, #이마트, #셀프계산대 현수막, #셀프계산대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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