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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연노조를 지원하는 모임' 오자와 다카시 사무국장.
 '한국산연노조를 지원하는 모임' 오자와 다카시 사무국장.
ⓒ 한국산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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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고 노동자를 돕는 연대활동을 벌이다 구속기소된 일본인 노동운동가의 무죄 판결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한국 국회의원 68명이 일본 법원에 제출했다.

1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지회장 오해진)와 윤미향 국회의원(무소속)실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서명한 오자와 다카시씨의 탄원서를 일본 사이타마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사측인 한국산연 청산인도 해당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경남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있던 한국산연(산켄)이 지난 2020년 7월 청산·해산을 발표했고, 이에 노동자들은 공장과 서울영업소 앞 등지에서 천막·단식농성·1인시위·집회 등을 벌이며 투쟁했다. 한국산연은 일본 산켄전기가 1974년에 설립한 자회사다.

회사의 일방적인 폐업 방침 발표에 노동자들은 반발했지만, 당시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일본 원정투쟁은 할 수 없었다. 앞서 지난 2016년 구조조정 때는 노동자들이 원정투쟁을 벌여 끝내 '구조조정 철회'를 끌어냈다.

결국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원정투쟁을 할 수 없게 되자, 일본에 있는 시민·노동단체들이 '한국산연노조를 지원하는 모임'과 '한국으로부터 쟁의단과 연대하는 사이타마 시민모임'을 결성해 산켄전기 본사가 있는 사이타마 일원에서 한국산연 노동자의 이름을 새기거나 모형을 만들어 들고 다니며 연대 투쟁했다.

당시 오자와씨는 '한국산연노조를 지원하는 모임'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이 모임은 당시 월요일마다 산켄전기 본사 앞에서 항의행동을 벌이면서 '노사 성실 교섭'을 촉구했다. 오자와씨는 항의행동에 참가했다가 지난 2021년 5월 10일 경찰에 붙잡혔고, 이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관련기사: 해고된 한국인 위해 싸우다 구속... 이 일본인은 왜 그랬을까 https://omn.kr/1zzh8)

그는 같은 해 12월 27일 보석으로 석방됐고, 이후 계속해서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 4월 26일 열린 재판에서는 한국산연 노동자 출신인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사이타마법원에 출석해 증언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일본 법정에 가서 증언하고 왔다. 앞서 한국산연 청산인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낸 상태였고, 탄원서대로 오자와씨의 무죄를 주장했다"며 "오자와씨는 개인의 일탈이나 행위가 아니라 한국산연 노사 분쟁 과정에서 연대 활동을 하다 발생한 문제라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도 나섰다. 윤미향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57명, 정의당 5명, 무소속 3명, 국민의힘 1명, 기본소득당 1명, 진보당 1명을 포함해 모두 68명 의원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오자와씨의 투쟁은 한국산연 노동조합의 지원 요청에 따른 정당한 노동쟁의 활동이다. 피고인의 의견과 현장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판단해주시기를 바란다"라며 "오자와씨의 지원에 힘입어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부당해고 사태는 작년 7월 노사 합의로 원만히 해결됐다. 그의 활동이 한국 노동자 권리 회복뿐만 아니라 국제 노동운동 연대 강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호소했다.

탄원에는 강민정, 강성희, 강은미, 김두관, 김상희, 김승남, 김원이, 김의겸, 김종민, 김태년, 김한정, 김흥걸, 남인순, 류호정, 민병덕, 민형배, 박광온, 박대수, 박영순, 박주민, 박찬대, 박홍근, 배진교, 서동용, 서삼석, 서영교, 설훈, 소병훈, 송갑석, 송옥주, 신동근, 신정훈, 안민석, 안호영, 양이원영, 양정숙, 어기구, 용혜인, 우원식, 위성곤, 유정주, 윤미향, 윤영덕, 윤재갑, 윤준병, 윤호중, 이병훈, 이수진(비례), 이수진(동작을), 이용빈, 이용선, 이원택, 이은주, 이형석, 임종성, 장혜영, 전용기, 전청래, 정태호, 조오섭, 주철현, 진성준, 최강욱, 최종윤, 최혜영, 한정애, 허영, 홍익표 의원이 참여했다.

앞서 오자와씨는 지난 2022년 7월 <오마이뉴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노동자에 대한 연대 투쟁은 '노동자는 국경이 없다'는 노동자 국제연대였다. 그것은 곧 일본의 노동자·민중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은 신자유주의 글로벌 경제 시대다. 사람과 돈이 자유롭게 국경을 이동한다"라며 "외자기업이나 해외 진출 기업의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진출했던 기업의 횡포 문제는 곧 일본 노동자에게 놓인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일본의 시민모임과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했고, 우리를 '동지'라고 말했다"면서 "체포·구류 등 탄압을 받았을 때 한국에서 보석금을 모금해 줬고, 자신들의 일이라고 나섰다.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산연지회는 2022년 7월 6일 사측(청산인)과 합의하면서 724일간 긴 투쟁을 마무리했다.

오해진 지회장은 "우리가 원정투쟁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오자와씨를 비롯한 일본 시민·노동단체들이 자기 일처럼 나서서 선전전을 벌이는 등 연대투쟁을 해주었고, 그것은 우리한테 큰 힘이 되었다"며 "오자와씨의 무죄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오는 19일 열리는 공판에서 오자와씨는 최후변론 한다. 이후 재판부가 선고할 예정이다.
 
일본 ‘한국산연노조를 지원하는 모임‘이 오자와 가카시씨의 재판에 김은형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내용을 담아 선전물을 냈다.
 일본 ‘한국산연노조를 지원하는 모임‘이 오자와 가카시씨의 재판에 김은형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내용을 담아 선전물을 냈다.
ⓒ 한국산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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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산연, #오자와 다카시, #윤미향 의원, #사이타마 법원, #산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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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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