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페디 1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NC 에릭 페디가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페디 1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NC 에릭 페디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NC가 외국인 에이스를 앞세워 KIA를 꺾고 5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강인권 감독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는 25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9안타를 때려내며 6-0으로 승리했다. 지난주 1위로 시작했다가 주말 롯데 자이언츠에게 스윕을 당하는 등 최근 5연패에 빠지며 5위까지 떨어졌던 NC는 KIA를 제물로 길었던 연패에서 탈출하며 4위 롯데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줄였다(11승 10패).

NC는 8번 3루수로 출전한 도태훈이 2회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된 밀어내기 사구를 얻어내는 등 2안타 2사사구로 4출루 경기를 만들었고 리드오프 박민우도 멀티히트와 함께 2타점을 기록했다. 2회 선취점을 올린 NC는 6회 대거 4점을 뽑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는데 사실 이날 NC에겐 그렇게 많은 점수가 필요하진 않았다. 외국인 에이스 에릭 페디가 7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KIA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NC의 10년을 이끌었던 외국인 에이스들

2011년에 창단해 2013년부터 1군 무대에 참여한 NC에게 외국인 투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NC의 첫 외국인 에이스 찰리 쉬렉은 2013년 리그 평균자책점 1위(2.48)에 오르며 11승을 따냈고 2014년 6월 24일 LG트윈스전에서는 외국인 선수 최초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하기도 했다. 2014년 심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징계를 받는 등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찰리가 NC의 첫 외국인 에이스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NC의 외국인 에이스 계보는 2013년부터 활약했던 에릭 해커가 이어 받았다. 2013년 4승, 2014년 8승에 그치고도 두 번이나 재계약에 성공한 해커는 2015년 19승 5패 3.13의 성적으로 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해커는 NC가 처음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2016년에 13승, 2017년 12승을 기록하며 NC의 듬직한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해커가 NC유니폼을 입고 따낸 56승은 여전히 NC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기록으로 남아있다.
  
NC는 해커가 떠난 후 2018년 왕웨이중(웨이취안 드래곤스)과 로건 베렛으로 새 외국인 듀오를 꾸렸지만 두 선수는 한 시즌 동안 13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KBO리그의 신흥강호로 떠올랐던 NC는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했던 2018년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NC는 드류 루친스키(오클랜드 어슬레틱스)라는 새 에이스의 등장과 함께 다시 빛을 되찾았다.

2019년 NC에 입단한 루친스키는 KBO리그 첫해 9승으로 두 자리 승수를 채우지 못했지만 두 번의 완투를 포함해 177.1이닝을 책임지며 NC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NC 구단은 안정된 투구내용을 선보인 루친스키와 재계약했고 루친스키는 2020년 30경기에서 183이닝을 소화하며 19승 5패 3.05의 성적으로 NC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2승 1세이브 0.62로 'MVP급' 활약을 펼쳤다.

NC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2021년 7위, 2022년 6위에 머물며 2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루친스키는 NC의 부진과 별개로 2021년 15승10패 3.17, 2022년 10승 12패 2.97의 성적으로 외국인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22년 시즌이 끝나고 리그 정상급 에이스 루친스키와의 재계약이 무산됐을 때 많은 야구팬들은 올 시즌 NC가 루친스키의 부재 때문에 성적이 하락할 거라고 전망했다.

와이드너 부재 느껴지지 않는 페디의 존재감

193cm 92kg의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미국 출신의 우완 페디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된 후 3년 만에 마이너리그 과정을 마치고 2017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2019년까지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자주 오갈 정도로 빅리거로서 입지가 다소 불안했던 페디는 2021년과 2022년 워싱턴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각각 7승과 6승을 기록했다. 

2022년 빅리그에서 215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페디는 FA자격을 얻은 후 2022년 12월 NC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물론 페디가 다년 계약을 보장받을 수 있는 거물급 선수는 아니지만 최근 2년간 빅리그에서 54번의 선발등판을 경험했던 선수가 연봉의 절반도 되지 않는 100만 달러에 한국무대를 선택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페디는 워싱턴 시절 동료였던 에릭 테임즈로부터 KBO리그와 NC의 장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페디를 영입한 NC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시범경기부터 12.2이닝 1실점(평균자책점0.71)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예고한 페디는 시즌 개막 후 2경기에서 13이닝 무실점으로 2승을 따내며 '현역 빅리거'의 위용을 과시했다. 13일 kt 위즈전과 19일 LG전에서는 각각 6이닝 3실점, 5이닝 2실점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두 경기 모두 자책점 1점으로 기록되면서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0.75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페디는 신인왕 출신 3년 차 좌완 이의리와 맞대결을 펼친 25일 KIA전에서도 리그 최고 외국인 투수다운 호투를 선보였다. 페디는 부상에서 돌아온 주전포수 박세혁과 호흡을 맞춘 이날 경기에서 7이닝 동안 103개의 공을 던지면서 3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투구로 KIA타선을 압도했다. 페디는 이 경기 전까지 0.75였던 평균자책점을 0.58까지 낮추면서 평균자책점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NC는 현재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테일러 와이드너가 허리 부상으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NC 구단은 버치 스미스를 교체한 한화 이글스나 에니 로메로의 교체가 임박한 SSG랜더스처럼 급한 상황은 아니다. 물론 이는 와이드너의 대체선발로 4경기에서 1승 1.45로 호투하고 있는 이용준의 깜짝활약도 있지만 무엇보다 외국인 에이스 페디가 시즌 초반 와이드너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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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 외국인 투수 평균자책점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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