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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벌써 이렇게 컸나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때는 늘 부모가 옆에 붙어 다니며 챙겨줘야 했는데 어느새 훌쩍 커 버린 남자아이가 되었다.

자아를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지만 아직은 부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강요보다는 자율을 추구하고 싶고 야단보다는 친구처럼 공감을 만들어가고 싶고 공부보단 배움이란 의미를 전달하고 싶다.

아이는 주중과 주말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한다. 어느 때는 숙제가 너무 많다고 투덜되다가도 어느 때는 모바일 게임에 빠져 불만이 없어지기도 한다. 게임하고 있는 아들을 보면 눈 걱정, 자세 걱정이 앞서고 적당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내가 나서기 전 엄마가 한 소리 한다.

학원 숙제의 양이 너무 많다는 불만을 이야기하면서도 꾸역꾸역 마무리하고 학원을 급하게 달려 나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어느 날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유튜브에 나오는 수천억 원의 자산을 가진 부자들을 보며 그들처럼 공부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한다.

모바일게임은 그에게는 매우 재미있는 시간이다. 숙제는 해야하고 숙제를 하다보니 놀 시간이 적어지고 유튜브를 보는데 부자들은 너무 편안하게 살고 공부를 안 하고 돈을 쓰며 재미있게 사는 모습이 부러운 것이다.

인내하고 끈기로 무엇을 해 보고 싶다는 것보다는 지금 이 시간 공부를 하기 위해 학원에 가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이다. 놀면 즐거운데 왜 그 시간에 재미없는 공부를 해야하는지 아들에게는 답답한 것이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공부를 못하기는 싫고 스스로가 모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삶의 여행을 떠나는 가족
 삶의 여행을 떠나는 가족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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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자기 전 이야기를 나눈다.

"공부를 왜 하는 것 같으니?"
"대학 가려고 공부하는 거잖아."

"그럼 대학은 왜 가는거니?"
"돈 잘 벌고 성공하려고 가는거지."

"그럼 넌 공부 안 하면 뭘 하고 싶어?"
"놀고 싶고 여행 가고 싶고 게임하고 싶지."

"그럼 너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려면 넌 뭘 해야 하니?"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어. 그냥 다 세팅되어 있어서 난 그냥 놀고 싶어."

"그래 맞아.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너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을 거야. 사람들은 누구나 너 같이 그런 생각을 해. 그렇게 살고 싶어하지.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너가 생각하는 것들을 하려고 하면 너 스스로도 무엇인가를 준비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진짜로 너가 하고 싶은 걸 못 하고 살 수도 있지. 그래서 공부도 하고 돈도 버는거 아닐까.

공부는 스스로가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하는 거야. 단순히 대학만이 아니라 너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배우는 과정이고 평생 너가 버리지 말아야 할 습관이지. 공부라기 보다는 배우는 과정은 평생 갖추어야 할 필수 습관일 거야. 그래야 배움을 통해 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알아 갈 수 있을 거야.

대학은 가도 되고 안 가도 돼. 그건 너의 몫이야. 하지만 아빠는 너가 그래도 가 봤으면 해. 대학이란 곳에서 세상의 시야를 넓혔으면 해. 괜찮은 대학을 가면 너가 살아가는데 선택이 조금은 넓어질 수 있다고 봐. 너가 아직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기 때문에 학생의 신분으로 지금 공부를 하는 거고 너의 선택의 폭을 넓게 하기 위해 괜찮은 대학을 가려고 노력하는 거지.

대학에 가서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너의 삶을 그려 보는 거지. 대학에서는 지금처럼 공부만 하지 말고 그냥 너가 해 보고 싶은 것들을 도전해 봐. 스스로 삶을 배우고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 지금은 공부를 하며 잘 버텨줬으면 좋겠어.

부자들은 쉽게 된 것 같지만 그들도 늘 삶의 고민을 하며 그 자리까지 올라온 거야.그들도 자존감을 키우고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배우는데. 재벌집 아이들은 돈이 많은데 왜 공부를 할까? 너 말대로라면 공부하지 말아야지. 대학도 가지 말고 놀아야지. 그런데 그들도 자립된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훈련하고 단련시키는 거야.

너가 부자가 되고 싶으면 경제를 배우고 나중에 사업를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누구도 너에게 돈을 무료로 주지 않거든. 지금이야 아빠 엄마가 있지만 언젠가는 네 곁을 떠날 것이고, 너 혼자 살아가야 해. 험한 세상 너 스스로가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야 하니 지금부터 연습을 하고 있는 거야.

만약 너가 공부하기 싫고 제대로 안 할 거라면 학원을 끊고 그 돈을 너 통장으로 월마다 넣어줄게. 그걸로 너가 하고 싶을 걸 해서 자립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할게. 어차피 하기 싫다면 자원을 현명하게 써야 하니. 학원부터 정리하고 너의 방향을 같이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해."
"아직은 나도 잘 모르니 학원 다니며 공부는 할게.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직은 결정할 수 없으니 대학은 가려고 노력할게. 대신 대학에서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거 하며 살거야."

"그래 그건 아빠가 보장할게. 너가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아. 아빠처럼 너무 틀에 박혀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식을 알고 있는 사람은 현명한 아버지다. -셰익스피어
 
아들의 오늘 결심은 다른 날에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대화가 그 친구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갈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냥 선생님보다는 친구처럼, 공부보다는 삶을 배우는 시간처럼 그렇게 대화하고 싶다.

언젠가는 서로 떠나는 것이 삶이라는 걸 알기에 각자의 삶을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한다. 아들이 육체적으로 성장하고 정신적으로 단단해지는 모습을 보며 부모님이 가슴 속으로 다가온다.

부모님이 주신 정신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흔들릴 때마다 지탱해 준 것도 부모님의 정신이었다. 늘 자식에게 하셨던 말씀은 "괜찮아 다음에 잘 하면 되지. 엄마는 너를 믿는다." 

부족해도 야단보다는 칭찬을 걱정보다는 믿음을 공부보다는 품성을 가르쳐 주시면서 아이들을 성장시켰다. 부모가 되어 부모님을 더 깊게 이해하는 것은 아직도 부모의 정신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아이의 성장에 씨앗이 되어 주어 스스로 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훌륭한 부모의 슬하에 있으면 사랑에 넘치는 체험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먼 훗 날 노년이 되더라도 없어지지 않는다. -루드비히 베토벤

태그:#공부, #아이교육, #공부이유, #훌륭한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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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직장에서 고민하는 문제를 글로 표현합니다. pain killer 역할을 위해 사람들과 대화하고 글을 씁니다. 현재 기업 리더로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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