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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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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에서 10년을 넘게 일했어요. 회사에서 먼 곳에서 살다가 5살 아이도 있고 해서 올 1월에 회사 근처 아파트 분양권을 사서 입주했는데, 3개월 만에 해고됐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막막하기만 합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대량해고가 발생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한국타이어 사내 하청 노동자 260여 명이 권고사직을 당했다. 지난 3월 12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2공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고, 공장가동을 멈춘 결과가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로 나타난 것이다. (관련 기사: 한국타이어 사내하청 노조 설립... "화재 후 권고사직, 이렇게 못 쫓겨나")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사내하청 S기업에서 10년을 일한 김겸호씨도 지난 9일 권고사직서에 사인했다. 입사 후 9년 5개월 동안 제3공장에서 재료운반 업무를 하던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제1공장에서 자동화창고 관리 업무를 해왔다.

17일 <오마이뉴스>와 전화를 통해 인터뷰에 응한 그는 "불이 난 이후 계속 휴무상태였다. 관리자들이 카톡방에 '내일은 휴무입니다'라고 매일 올렸다. 3주 정도를 계속 대기 상태로 있었다"며 "그러더니 사장님과 부장님이 4월 9일 한 카페로 부르셨다. '권고사직서'에 사인하라고 부른 거였다"고 말했다.

약속 장소로 가기 전 그는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미 '권고사직 대상자'임을 알고 있었다. 동료들은 절대 사인하면 안 된다고 서로 약속했지만 사장님을 만나니 거부할 수 없었다고 한다.

"처음엔 안 쓴다고 거부했죠. 그러니까 '법적으로 우리는 한 달 임금만 주고 바로 해고 통지 하면 된다. 어차피 원청과 계약도 해지되고 회사는 폐업을 하기 때문에 이게 최선이다'라고 하셨어요. 화재로 설비가 전소되어 계약해지가 되어 어쩔 수 없다고 하셨어요. 한국타이어와의 계약서에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하시면서 답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화재 안 난 1공장 근무자인데도 해고, 억울해"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는 17일  한국타이어대전공장 앞에서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 설립 보고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타이어는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는 17일 한국타이어대전공장 앞에서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 설립 보고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타이어는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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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씨는 화재가 나지 않은 제1공장 근무자였다. 화재사고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회사를 그만 두게 된 것이다. 자신을 포함해 4명이 1공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가 권고사직을 당해야 했다. 회사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었다.

"너무 억울하죠. 불을 우리가 낸 것도 아니고... 저는 설비가 탄 것도 아닌데 왜 그만 둬야 하는 지 정말 답답하고 억울합니다."

원청인 한국타이어가 휴업급여를 주지 않으려고 하청회사 직원들만 희생시키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동료들 사이에서 나온다. 함께 뭉쳐서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당장 생계를 해결해야 해서 다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들 가장이고 자녀들도 있으니까 뭐라도 해야 하잖아요. 어디 일자리 없냐는 게 거의 인사에요. 저도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는 10년 동안 멀리에서 살다가 결혼도 했고, 5살 아이도 있고 해서 지난 1월에 회사 근처 아파트 분양권을 사서 입주했어요. 이제 입주해서 3달 됐는데 해고 통보를 받았네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합니다. 이 동네에서는 일자리 없고..."

그의 동료들도 대부분 공장 근처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자녀들이 이미 근처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이사를 가는 것도 쉽지 않으며, 한꺼번에 260여 명이 실직을 했으니 근처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는 것. 특히 해고됐다는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고 그는 말했다.

"주변 분들은 대부분 회사에 불이 난 것을 아니까 걱정을 많이 해 주시죠. 그래도 자식들에게는 말 못하는 거잖아요. 저도 처갓집에는 말도 못했어요. 어른들 걱정하시니까. 다른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아이들이 아빠 눈치 본대요. 그게 더 마음이 아프다고 해요."

위로금 지급마저 차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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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자신의 회사에서 84명이 권고사직을 당했다. 회사에서 주는 위로금이라도 받으려면 사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위로금은 10년 이하 근무자는 3개월, 10년~20년 근무자는 6개월, 20년 이상 근무자는 8개월 치 월급이 지급된다. 그런데 위로금 지급도 차별이 존재한다고 그는 억울해했다.

"협력업체에는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다가 온 인수사원이 있어요. 그 분들은 위로금으로 60개월 치 월급을 줬어요. 또 그 분들 중에는 계속 일하는 분들도 있어요. 1공장으로 가서... 우리 회사에 인수사원이 4명 계셨는데, 2명은 퇴직하고 2명은 1공장으로 가셨어요. 이건 정말 너무 불합리한 것 아닌가요?"

끝으로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답답하다"면서 "10년을 넘게 일했는데, 불 났다고 하루아침에 나가라니 정말 억울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화재사고 이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하청업체 직원들이 대량으로 해고를 당하자 사내하청·협력업체 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했다.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지회장 강현규)는 지난 13일 노조를 설립 총회를 열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이들은 17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화재사고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한국타이어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태그:#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대전공장, #한국타이어대량해고, #사내하청협력업체, #한국타이어화재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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