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13일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 경남공익사람책도서관’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13일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 경남공익사람책도서관’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경남 창원마산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의 이름은 왜 길까.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를 찾은 여성들에게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가 한 설명을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 경남공익사람책도서관이 여성들을 모아 지난 13일 인권자주평화다짐비를 찾았다. 다짐비는 일본군위안부추모조형물건립추진위원회가 시민 성금을 모아 2015년 8월에 세워졌다.

마창진시민모임은 최근 윤석열정부가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어겨 제3자 변제 방침을 밝히고 '굴종외교' 비난을 받으면서 다짐비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경희 대표는 "다짐비가 세워질 때 주변 일부 상인들의 반대가 있었다. 이 거리가 지금은 조금 바뀌었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래방, 술집이 많았다"라며 "일부 상인과 주민들은 다짐비가 세워지는 것에 대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도 다짐비를 없애려는 사람들이 있고, 지방의원을 통해 이전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 말이 저한테까지 들린다"면서 "일부는 이전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다짐비가 세워져 있는 땅은 시유지다. 다짐비가 세워지기 전에는 주변 상인들이 차를 세워 놓거나 이곳에서 장사하기도 했다"라며 "그래서 그런지 당시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고 공사 방해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다른 상인이나 주민들은 이곳에 다짐비가 세워져야 한다고 했고, 몇몇 분들의 그런 목소리가 건립에 많은 힘이 됐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의 이름은 대부분 '평화의 소녀상' 내지 '소녀상'이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조형물은 그런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전국에 있는 조형물 가운데 아마도 가장 긴 이름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며 "이름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토론을 거쳤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때  여성들 배 타고 간 마산항과 가까워"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13일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 경남공익사람책도서관’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13일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 경남공익사람책도서관’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저 혼자 이름을 결정한 게 아니었다. 우리가 조형물을 세우면서 정했던 몇 가지 원칙이 있었는데, 모든 결정을 민주적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조형물의 이름을 정하기 위해 시민토론도 열고 인터넷 설문조사도 했다. 당시 위치에 대해서도 시민들한테 물어봤던 것이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여성들이 배를 타고 끌려갔던 마산항과 가깝고, 문화거리이기도 해서 가장 적당한 위치라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처음에 이름을 논의할 때 우리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며 "그러나 인권·자주·평화 가운데 무엇 하나라도 양보할 수 없이 모두 중요한 가치라는 인식을 가졌고, 결국에는 모두 합의해서 다 넣자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제 식민치하에 있으면서 국가의 자주권이 빼앗겼다. 지금도 미국에 의해 우리는 완전한 자주권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2015년에 했던 '한일합의'는 피해자를 배제한 채 그야말로 굴욕적 합의를 했다. 그것은 당시 미국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금도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 패권을 위해 군사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과거사 문제를 해치우려고 했고, 그래서 굴욕적인 한일합의가 나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한일합의를 보더라도, 미국은 내용상 일본편이다. 미국은 우리 정부를 지원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의 자주와 직결된 문제이고, 나아가 평화통일운동도 같이 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짐비에 '평화'가 들어간 이유를 두고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제 식민 시기의 전쟁 때 일어난 것이었다"며 "이 세상 모든 전쟁이나 분쟁에서는 힘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여성이 대표적이다. 여성들이 성적으로 끌려가고, 여성이 1호 전리품인데다 최후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성평등, 여성에 대한 존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전쟁이 일어나면 여성은 늘 희생이다. 그래서 이 조형물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희 대표는 "인권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다짐비라고 한 이유는 여기를 찾아와서 그냥 둘러보는데 그치지 말고 인권·자주·평화의 가치를 다짐하고 가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다짐하자는 것이다. 수동적이거나 객관화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고 함께 하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 대부분 '(평화의) 소녀상'은 의자에 앉아 있는 형태인데 이곳의 소녀상은  있다. 또 사람 키 높이 정도로 세워져 있다.

이에 대해 이경희 대표는 "일제강점기 당시 사람의 평균 키 높이로 제작했다"며 "다짐비를 보면 주먹을 쥐고 있다. 쥐고 있는 건 흰 천"이라며 "흰 천이 바닥으로 흘러 내리도록 해놓았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가슴에까지 닿아 있다는 의미다. 피해자들의 역사가 곧 우리의 역사이다. 천이 흘러내린 바닥에는 조형물 제작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름이 다 새겨져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다른 지역의 조형물은 대부분 의자에 앉은 단발머리 형태다. 처음에 우리가 건립운동을 할 때도 비슷한 형태로 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지역에 있는 작가를 선정했고, 지역 정신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13일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 경남공익사람책도서관’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13일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 경남공익사람책도서관’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느냐. 그것은 바로 올바른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고, 왜곡되고 오염된 역사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며 "올바른 역사를 알아야 올바르지 않은 역사를 가려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 이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한 작품공모전을 해보면 응모자 50~60%가 위안부 역사를 '배운 적 없다'고 대답했다. 알아도 그냥 뉴스에서 들은 정도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각급 학교 교육에서도 거의 하지 않고,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아주 간단히 언급하는 정도다"며 "담당교사의 재량에 따라 관련 단원에서 가르쳐도 되고 그냥 넘어가도 된다. 입시 중심의 학교 교육의 현실이다. 일부 위안부 단체나 여성단체, 동아리 등에서 교육하고 있는 정도다"고 했다.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이경희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성격과 본질을 제대로 알려야 하고, 이는 여성인권, 민족차별, 계급차별 등의 문제가 혼재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성격은 여성인권 문제이다"고 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 그는 "역사를 잊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 실천으로 연결될 때 의미가 있다. 오늘의 현실에서 인권, 자주, 평화를 위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고, 위안부 역사 속의 성폭력, 인신매매, 성노예 문제가 오늘날도 계속 되풀이되고 여자의 몸을 소비하는 성상품화는 불황없는 성산업의 현실이며, 그 근본배경인 성차별적 생활문화와 인식은 그대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경희 대표는 '경남도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운동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2010년 경남도지사에 당선되었던 김두관 전 지사(현 국회의원)한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요청했고 그때 역사관 건립을 약속받았으며, 2019년에 지역 98개 단체가 모여 건립추진위를 출범하면서 다시 시작되었다"며 "김경수 전 도지사가 2020년 8월 14일 역사관 건립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것"이라고 했다.

박완수 도지사 취임 이후 역사관 건립은 불투명한 상태다. 이경희 대표는 "경남도는 '경제적 타당성이 낮자'는 용역(1차) 결과에 따라 역사관 건립계획이 없다고 한다"며 "용역 발주와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경남은 전국에서 위안부 피해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우리는 역사관 건립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13일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 경남공익사람책도서관’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13일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경남공익활동지원센터 경남공익사람책도서관’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태그:#일본군 위안부, #인권자주평화다짐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