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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부산 19개 단체가 부산시교육청 본관 앞에 모여 '죽음의 급식실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원탁회의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있다.
 12일 부산 19개 단체가 부산시교육청 본관 앞에 모여 '죽음의 급식실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원탁회의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있다.
ⓒ 부산원탁회의 추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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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진단 검사결과에서 3명 중 1명꼴로 '이상소견'이 나온 가운데,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이 한데 뭉쳐 문제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학부모와 학생 등 교육주체들이 원탁회의를 구성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했는데, 부산의 이러한 시도는 전국적으로 처음이다.

"급식실 폐암 문제는 전 사회적 사안"

지난 3월 14일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 급식실 노동자에 대한 폐암검진 중간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초·중·고등학생들의 점심을 책임지는 이들이 요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입자, 발암물질인 '조리흄(cooking fumes)'에 의해 건강을 위협받고 있단 사실이 공개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통해 나온 폐암 판정 숫자만 31명.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이란 소견도 139명(0.58%)에 달했다. 이외에 양성결절이 6239명(25.93%), 추적검사가 필요한 경계선 결절은 534명(2.22%)으로 파악됐다. 검사 대상자 2만4065명 중에서 28%가 폐에 이상이 있단 검진결과서를 받은 셈이다.

이는 높은 노동강도와 단시간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드는 좁은 급식실에서 무방비로 유해물질에 노출된 결과다. 부침이나 튀김 등 고온의 기름 요리 과정에서 조리흄이 발생하게 되고, 급식 노동자들은 이런 상황에 사실상 방치돼 있다.

그동안 여러 번 열악한 환경, 노동강도의 문제를 제기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경고를 무시하더니 결국 심각성이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폐암에 확진된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급식 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학교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 증언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3.14
 폐암에 확진된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급식 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학교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 증언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3.1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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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와 동시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환기설비 개선, 보호구 검토, 폐암 전담팀 운영 등 대책을 부랴부랴 발표했으나 여론은 엇갈렸다. 뒤늦게라도 급식실의 시설을 바꾸겠단 계획은 환영하지만, 노동자의 과중한 업무 등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단 반응이 터져 나왔다.

12일 부산에서 '죽음의 급식실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원탁회의 추진위'가 발족한 건 이러한 지적의 연장선이다. 지난 2월 토론회를 열어 급식노동자의 건강권·노동권 보장을 외쳤던 지역의 여러 단체는 한발 더 나아가 원탁회의를 열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 회의에는 교육희망네트워크, 부산학부모연대, 사교육없는세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교육단체와 학비노조,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 노동단체, 노동·진보·정의당 부산시당 등 진보정당 등 19곳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추진위를 이끄는 정한철 부산교육희망넷 상임대표는 급식실 폐질환 결과가 사회적 문제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급식실 문제는 단순히 비정규직 노동자만이 아닌 전 사회적인 사안"이라며 "교육청이 내놓은 방안은 환경 설비가 전부로 고강도 노동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으로 추진위는 각 교육 주체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해결방안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의제를 설정해 오는 26일 모두가 모여 원탁회의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확정한 10대 요구안은 하윤수 부산교육감에게 공개적으로 전달한다. 또 서명운동과 함께 요구안을 각 학교운영위의 안건으로 올리는 등 일선 학교에서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급식실 문제에서 노조뿐만 아니라 학부모, 학생, 교사·교직원까지 범위를 넓혀 해법을 찾으려는 첫 시도"라며 "원탁회의 결과를 봐야겠지만 이런 노력이 부산에 그치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태그:#학교급식, #폐암, #부산원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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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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