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안방에서 kt를 꺾고 홈경기 첫 승을 거두며 3연패에서 탈출했다.

래리 서튼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2안타를 때려내며 5-3으로 승리했다.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2연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한 후 최근 3경기에서 모두 패배를 기록했던 롯데는 이날 승리로 4연패의 위기에서 탈출했고 홈에서의 첫 승과 함께 시즌 2번째 승리를 따내며 4연패에 빠진 삼성 라이온즈를 제치고 8위로 올라섰다(2승4패).

롯데는 1번 좌익수로 출전한 황성빈이 7회 결승 적시타와 함께 2안타1타점1득점1도루로 활약했고 이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출전한 김민석도 데뷔 첫 멀티히트와 함께 2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롯데 연패탈출의 일등공신은 역시 마운드에 있었다. 일주일 만에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7이닝4피안타1볼넷8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올 시즌 롯데가 따낸 2승을 모두 책임지고 있는 나균안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야구 개막 이틀째인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 1회말 롯데 선발투수 나균안이 역투하고 있다.

프로야구 개막 이틀째인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 1회말 롯데 선발투수 나균안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대적인 투자에도 초반 부진한 롯데

2017년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하며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롯데는 최근 5년 동안 한 번도 가을야구의 향기를 맡지 못했다. 이에 롯데 구단은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의 은퇴 공백을 메우고 서튼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을 맞아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전력보강을 단행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포수 포지션에 유강남, 유격수 자리에 노진혁, 잠수함 투수에 한현희까지 3명의 외부 FA를 차례로 영입한 것이다.

3명의 FA선수를 영입하는데 17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롯데는 작년 10월 아직 군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안경에이스' 박세웅과 5년 90억 원의 비FA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타구단에서 방출된 투수 김상수와 신정락, 차우찬, 윤명준, 외야수 안권수 등을 영입하면서 선수층을 더욱 두껍게 했다. 그리고 작년 후반기 좋은 활약을 해줬던 외국인 선수 3명과 모두 재계약하며 가을야구 재도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 1일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연장 10회말 두산 외국인 선수 호세 로하스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찜찜하게 시즌을 시작했고 8일까지 1승4패에 머물며 기대했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80억 포수' 유강남은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10타수1안타의 빈타에 허덕이다 8일 kt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트렸고 노진혁은 여전히 단 하나의 장타도 없이 1할대 타율에 허덕이고 있다.

마운드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 든든한 1선발 역할을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댄 스트레일리는 2경기에서 11이닝8실점(7자책)으로 부진했고 박세웅도 첫 등판에서 5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좌완 선발 찰리 반즈는 지난 6일 SSG랜더스전에서 2이닝3탈삼진으로 호투했지만 비로 인해 노게임이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데뷔 첫 등판에서 호투하다가 자진 강판한 2년 차 우완 이민석은 팔꿈치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가장 심각했던 악재는 지난 3월에 있었다. 올해 선발후보로 주목을 받았던 강속구 사이드암 서준원이 미성년자 약취 및 유인 혐의로 입건됐고 이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도 않았다. 이에 롯데 구단은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서준원의 퇴단을 결정했다. 이처럼 여러 악재들로 우울한 롯데팬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2019년 투수가 아닌 포수로 1군에서 100경기 이상 출전했던 나균안이다. 

롯데의 모든 승리 책임진 '포수출신' 나균안

마산 용마고 시절부터 고교야구 최고 포수로 불리던 나균안(개명 전 나종덕)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2017 시즌이 끝나고 롯데의 간판포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팀을 떠나자 롯데팬들은 나균안이 자연스럽게 롯데의 주전 안방마님 자리를 이어받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전국이 주목하던 유망주 나균안이 포수로서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균안은 2018년 106경기, 2019년 104경기에 출전했지만 2년 연속 타율 .124에 그치며 타격에서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나균안은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포수 시절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강한 어깨를 살려 투수 변신을 단행한 것이다. 2020년부터 투수로 변신해 퓨처스리그에 등판하기 시작한 나균안은 2021년 1군에서 23경기에 등판해 1승2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6.41을 기록했다.

그리고 나균안은 작년 선발 13경기를 포함해 39경기에 등판해 117.2이닝을 소화하며 3승8패2홀드3.98의 성적을 올렸다. 비록 승리보다 패배가 3배 가까이 많았지만 3.98의 평균자책점은 팀의 마무리 김원중과 같았고 셋업맨 최준용(4.06)보다 좋은 기록이었다. 그리고 올해 포수가 아닌 투수로서 억대연봉(1억900만원)을 돌파한 나균안은 올해 롯데의 선발진에 합류해 시즌 초반 롯데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일 두산과의 시즌 2번째 경기에 선발등판한 나균안은 6.2이닝5피안타2볼넷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롯데에게 시즌 첫 승을 안겼다. 그리고 롯데가 4연패 위기에 빠진 9일 kt전에서 배재성과 선발 맞대결을 벌인 나균안은 7이닝4피안타1볼넷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2경기 연속 선발승을 챙겼다. 시즌 개막 후 13.2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나균안은 올해 롯데가 기록한 2승을 모두 책임졌다.

사실 권준헌과 황두성, 김재윤(kt) 등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선수들은 구종이 비교적 단순한 편이라 강한 구위를 앞세워 선발보다는 불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균안은 포수 출신임에도 포크볼과 투심, 커브,슬라이더 등 여느 전문 투수들 못지 않게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롯데 안방의 '골칫거리'로 불리던 나균안이 어느덧 롯데 마운드의 '희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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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 포수 출신 13.2이닝 무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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