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OTT나 VOD서비스의 빠른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볼 수 있어 오히려 극장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감상'이라는 말보다 '극장구경'이라는 단어가 대중들에게 더 익숙했을 정도로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체험'이었다. 

특히 과거에는 영화산업이 발달한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동경이 매우 컸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까지 멜로영화나 청춘영화, 또는 에로영화를 주로 만들었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1977년에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처럼 차원이 다른 스케일의 영화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실제로 <스타워즈>는 '문화체험'이라는 표현에 전혀 손색이 없는 대작이다).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과 함께 할리우드에서 상업영화를 가장 잘 만들었던 인물이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1970년대부터 <죠스>와 < E.T. >,<인디아나 존스>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영화가 줄 수 있는 새로운 '체험'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할리우드 최고의 상업 감독으로 꼽히며 많은 흥행작을 만들었던 스필버그 감독의 역대 최고 흥행작은 바로 1993년에 개봉했던 <쥬라기 공원>이다.
 
 <쥬라기 공원>은 스필버그 감독 영화 중 유일하게 세계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쥬라기 공원>은 스필버그 감독 영화 중 유일하게 세계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영화에서 부활한 멸종동물, 공룡

공룡은 기원전 6600만년 경에 멸종했다고 알려진 고대 생물이다. 공룡의 멸종 원인은 현재 '거대 운석 충돌설'이 가장 유력하지만 그 외에도 기후 변화설과 화산 폭발설, 전염병설, 지구 빙하기설 등 많은 가설들이 있다. 사실 공룡이 멸종된 원인은 워낙 오래 전 일이라 이를 정확히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공룡은 멸종된 지 한참 지난 현재도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고대동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적지 않은 영화들에서 공룡을 등장시켰다. 

지난 2005년 피터 잭슨 감독이 연출한 <킹콩>은 <쥬라기 공원> 이후 가장 다양한 종류의 공룡이 등장한 영화로 꼽힌다. <킹콩>에 나오는 해골섬에는 무려 173종의 생물이 살았는데 그 중에는 10여 종이 넘는 공룡도 포함돼 있었다(물론 <킹콩>은 콩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룡들은 콩보다 약하게 설정돼 있다). 특히 콩과 V-렉스의 대결은 관객들을 긴장시켰던 영화 <킹콩>의 중반부 최고 명장면이다.

2006년에 개봉해 세계적으로 5억7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던 코믹 판타지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도 공룡이 등장한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망한 사업가 래리(벤 스틸러 분)는 자연사 박물관의 야간경비일을 하다가 박물관의 전시품들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목격한다. 살아 움직이는 박물관의 전시품 중에는 포악한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도 있었는데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이기 때문에 관객들을 크게 긴장시키는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

2015년에 개봉해 세계적으로 3억32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픽사의 16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 역시 공룡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굿 다이노>는 '만약 지구가 운석에 부딪히지 않아 인간과 공룡이 공존하는 세상이 됐다면?'이란 설정으로 출발하는 작품이다. <굿 다이노>에 등장하는 공룡 알로는 여러 영화들에서 인간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여느 공룡들과 달리 겁이 많고 마음이 여린 성격을 가진 공룡으로 나온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제작된 공룡영화는 심형래 감독이 <쥬라기 공원>의 영향을 받아 만들었던 1994년작 <티라노의 발톱>이었다. <티라노의 발톱>은 서울관객 5000명으로 흥행에 크게 실패했지만 심형래 감독은 <티라노의 발톱> 이후 괴수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2012년에는 3D 애니메이션 <점박이:한반도의 공룡>이 한국 3D 애니메이션 최초로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선전했다.

60억 달러 흥행의 <쥬라기> 유니버스
 
 <쥬라기 공원> 촬영을 위해 제작한 공룡로봇들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순회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쥬라기 공원> 촬영을 위해 제작한 공룡로봇들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순회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서널 코리아

 
상상은 자유이기 때문에 누구나 공룡이 등장하는 실사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스필버그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누구나 상상은 해봤지만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쥬라기 공원> 같은 영화를 실제로 만들어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쥬라기 공원>은 제작비도 63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상당히 경제적인 영화였다.

개봉 당시부터 영화계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쥬라기 공원>은 1993년에 개봉해 세계적으로 9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으로 당시 역사상 최고흥행영화로 기록됐다(1997년 <타이타닉>이 기록경신). <쥬라기 공원>은 2013년 20주년 기념으로 재개봉해 세계흥행 10억 달러 흥행을 돌파했다. <쥬라기 공원>은 국내에서도 서울관객 106만으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제치고 1993년 개봉작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쥬라기 공원>은 뛰어난 특수효과와 CG가 결합된 공룡들의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당시 전 세계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실제로 <쥬라기 공원>은 상당히 많은 양의 CG를 사용했지만 공룡의 머리 등이 클러즈업 되는 장면은 실제 로봇을 제작해 촬영했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병든 트리케라톱스는 전신을 로봇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이 때 만들어진 로봇들은 지난 1994년 한국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물론 공룡들의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이 <쥬라기 공원>의 최대 볼거리지만 그렇다고 <쥬라기 공원>이 공룡들만 보여주면서 런닝타임을 채운 영화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쥬라기 공원>은 '상업영화의 대가'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답게 앨런 그랜트(샘 닐 분)와 엘리 새틀러(로라 던 분), 이안 말콤(제프 골드블룸 분)이 개장 전의 '쥬라기 공원'을 답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표현했다.

<쥬라기 공원>은 1997년 <잃어버린 세계>, 2001년 <쥬라기 공원3>이 개봉했지만 흥행성적이나 완성도 면에서 1편보다 한참 못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4년의 휴식기를 가진 <쥬라기 공원>은 2015년 스케일이 더욱 커진 <쥬라기 월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쥬라기 월드>와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으로 이어지는 <쥬라기 월드> 3부작은 39억81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이 된 서브 주인공 말콤
 
 제프 골드블룸이 연기한 말콤 박사는 <쥬라기 공원>과 <쥬라기 월드> 시리즈 중 4편에 직접 출연했다.

제프 골드블룸이 연기한 말콤 박사는 <쥬라기 공원>과 <쥬라기 월드> 시리즈 중 4편에 직접 출연했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사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에는 당대 최고의 인기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쥬라기 공원>은 인간이 아닌 공룡이 중심이 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사실 배우의 힘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쥬라기 공원>의 그랜트 박사를 연기한 샘 닐 역시 <쥬라기 공원>시리즈를 제외하면 대표작이 썩 많지 않다. 샘 닐은 2001년 <쥬라기 공원3> 이후 작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통해 21년 만에 그랜트 박사로 복귀했다.

<쥬라기 공원>의 히로인이라 할 수 있는 새틀러 박사 역을 맡았던 로라 던 역시 <쥬라기 공원> 전까지는 크게 유명한 배우가 아니었다. <쥬라기 공원> 이후 <퍼펙트 월드>와 <아이 엠 샘>,<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등에 출연한 로라 던은 TV영화 및 드라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5번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엔 <결혼 이야기>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프 골드블룸이 연기한 이안 말콤은 <쥬라기 공원> 1편에서 서브 주인공에 가까웠지만 <쥬라기 공원> 3부작과 <쥬라기 월드> 3부작 중 4편에 출연한 <쥬라기> 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이 됐다. 특히 다리를 다친 말콤 박사가 셔츠를 풀어헤치고 옆으로 누운 장면은 인터넷 밈으로 크게 유행했고 해당 장면을 구현한 피규어와 머그컵까지 발매됐다. 제프 골드블룸은 지난 2020년 개인 SNS에 27년 만에 말콤의 시그니처 포즈를 재현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쥬라기 공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샘 닐 제프 골드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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