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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과거 고교 재학 시절 제주 출신 동료 학생을 상대로 언어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된 표현 중 하나가 "빨갱이"라는 비난이었다. 

대한민국 역사 교과서에 제주와 4‧3이 어떻게 서술되었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걸까. 대한민국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통해 4‧3의 진실을 밝히는 역사를 살펴본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제주4‧3을 다룬 건 한국전쟁 휴전 이후 1956년 <국사>로, '탐구당'에서 발간한 교과서다. 태영호 의원이 주장하는 내용과 유사한 내용이 담겨있다.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공산분자"를 남한에 침투시켜 일으킨 "폭동"으로 서술되었다. 그리고 '6.25사변'에 편제되어 한국전쟁의 전초전 같은 성격으로 서술되었다.
 
1956년부터 대한민국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제주4?3에 대한 서술의 변화 흐름
▲ 대한민국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4?3 서술 1956년부터 대한민국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제주4?3에 대한 서술의 변화 흐름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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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은 박정희 군부독재 시절까지 맥을 이어갔다. 1982년부터 2000년까지는 북쪽에서 보낸 "공산분자"가 아닌 "공산주의자"들이 "5.10선거"를 반대하여 일으킨 "무장 폭동"으로 서술되었다.

2002년부터는 "좌우세력의 대립 격화"로 발생한 "사건"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교과서는 제주4‧3을 '정부수립' 과정에 넣었지만, 일부 교과서는 '한국전쟁'으로 편제를 유지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교과서가 변화하기 시작한 이유는 1995년과 1997년에 제주도의회에서 발간된 '제주도 4‧3 피해조사 보고서'와 1998년 제민일보가 출간한 <4‧3은 말한다>, 그리고 1999년 12월 16일 여야 합의로 제정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아래 4‧3특별법)' 등 덕분이다. 진실에 접근한 객관적 사실들이 밝혀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인 2002년은 제7차 교육과정으로 교과서 '검인정제'를 도입하면서 냉전주의적 역사관을 넘어 '좌우익의 대립 결과'로 서술되면서 전환점을 맞이한다. 두산과 금성, 대한 교과서는 제주4‧3특별법과 4‧3의 배경과 원인, 주도세력과 전개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고, 많은 제주도민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도 서술했다. 그리고 서술된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는 출처들도 제시했다.

2011년 검정제 <한국사> 교과서에는 교과서별로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한반도가 분단되는 '남한만의 단독 선거'를 막기 위한 '좌익 세력'의 반대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많은 도민의 희생되었음을 밝히면서 제주4‧3의 원인과 과정, 주도세력, 제주도민의 희생 등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데 천재교육과 미래앤의 교과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역사적 상황을 알리고 있다.

2011년부터는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아래 4‧3진상보고서)'와 노무현 대통령의 제주4‧3사과 등도 조금씩 서술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사용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총 8종인데 대부분 교과서들은 4‧3진상보고서를 토대로 하여 기술했으나, 국정 교과서 논쟁의 중심이었던 교학사는 냉전주의적 역사관을 토대로 원인과 가해 결과에 대해 두루뭉실하게 서술했다.

박근혜 정부가 역사의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2015년 역사 교과서에 대한 국정화를 고시했다가 폐기된 바 있다. 해당 교과서에는 항쟁의 원인과 주체를 제대로 서술하지 않았으며, 냉전주의적 관점에서 서술한 바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정권마다 정치적 논리로 왜곡되는 역사 교과서의 서술을 바로잡기 위해 2017년에 '검인정 역사교과서 4‧3집필기준개발 연구용역'을 통해 중등 역사 교과서의 '집필기준안'을 마련하여 교육과정 학습요소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밟았다.

현재의 역사 교과서가 제주4‧3의 진실을 다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현재 역사 교과서는 냉전주의와 분단을 악용한 반공주의적 역사관에서 벗어나 정부가 발행한 4‧3진상보고서에 기초하여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역사 교과서에 제주4‧3의 진실이 제대로 서술되려면 제주4‧3의 배경과 원인, 주도세력, 진행 과정, 희생자 및 피해 정도, 진압에 대한 헌법과 법률의 정당성 여부, 가해자(국가와 명령권자), 진상 규명 노력 등을 담아야 한다. 70여 년 동안 "속솜(침묵)" 할 수밖에 없었던 고통의 역사를, 진실을 접근하는 서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 

태그:#제주4.3, #4.3항쟁, #4.3교육, #역사 교과서,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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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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