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미켈란젤로, 뉴턴, 빅토리아 여왕, 카라 한승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뜬금없는 질문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답은 포메라니안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북방 스피츠 계열의 포메라니안은 사모예드의 후손으로 추정되는데, 풍성하고 두터운 이중모가 특징이다. 물론 아름다운 만큼 관리도 까다롭다. 털 빠짐, 피모 관리, 알로페시아 증후군 등 신경쓸 부분이 많다. 

강형욱 훈련사는 포메라니안을 두고 "싸가지가 없다"고 표현하기를 즐겨하는데, 그만큼 경계심도 많고 예민한 편이다. 지난주 하차한 장도연을 대신해 견습생으로 참여한 카라 한승연은 "포메는 얼굴만 예쁘다"는 강형욱의 말에 자신의 반려견 푸리를 언급하며 포메라니안만의 매력이 있다고 변호했다. 한승연은 12년 차 보호자답게 풍부한 상식을 뽐내며 활약했다.

지난 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 목화(수컷, 3살)는 유달리 산책을 싫어했다. 산책을 나가려고 하면 도망부터 다녔고, 집 밖으로 나가면 아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상할 노릇이었다. 결국 목화는 엄마 보호자의 품에 안겨서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럼에도 목화는 무서운지 발을 덜덜 떨었다. 바닥에 내려놓으면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목화는 왜 이렇게까지 산책을 싫어할까. 밖에서는 마킹을 포함해서 배변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낯선 사람들과 환경이 불안한 걸까. 반면, 집에서는 경계성 짖음을 멈추지 않았다. 제작진을 향해 끊임없이 짖어댔는데, 간식으로 진정시키려 해도 좀처럼 타협하지 않았다. 낯선 사람이 있으면 실내에서도 배변 활동을 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제작진이 밖으로 나가야 했다.

엄마 보호자는 문제 개선을 위해 목화를 유모차에 태워 밖으로 나가봤지만, 목화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었다. 자꾸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목화가 첫 반려견인 엄마 보호자는 동물병원에서 기초 예방 접종이 끝나면 데리고 나가라는 조언을 듣고,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바람에 산책을 늦게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혹시 첫 산책 시기를 놓친 걸까. 

'과잉 애정'이 불러온 산책 거부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이렇게 산책을 안 좋아하는데도 1일 1산책을 지켜야 하나요?" (한승연)
"산책을 좋아할 수 없을 만한 사정에 놓였을 때도 저렇게 행동해요." (강형욱)


강형욱은 개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목화의 경우에는 산책을 싫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목화가 투정을 부리고 귀찮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는 역시 보호자에게 있었다. 엄마 보호자는 목화에게 '과잉 애정'을 주고 있었다. 엄마 보호자가 뭐든 해주기 때문에 목화 입장에서는 안락한 집에서 계속 요구하는 것이 습관이 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소위 '개모차' 산책도 반려견의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될까. 강형욱은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포인트라며, ① 반려견에게 너무 복잡하고 위험한 길을 지날 때 ② 산책이 쉽지 않은 노견의 경우에는 적극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목화의 경우는 좋아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지는 수단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며, 유모차를 타고 나가서 돌아올 때는 걸어서 오면 훨씬 나아질 거라 덧붙였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솔루션을 위해 목줄 착용을 권고했다. 줄을 당기는 연습부터 시작할 요량이었는데, 이는 산책 예행 연습이기도 했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실내에서 충분한 적응 과정을 겪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엄마 보호자가 가져온 건 하네스였다. 그는 목줄 착용을 거부하는 목화를 위해 그동안 하네스만 써왔고, 그마저도 답답해할까봐 느슨하게 맸었다고 말했다. 

"안달복달하면 안 돼요. 매사에 아기 다루듯 돌보지 않아도 돼요." (강형욱)

엄마 보호자는 목화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뭐든지 다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강형욱은 돌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가득한 엄마 보호자에게 '과잉 돌봄 금지'라고 못박았다. 강형욱은 태생적으로 한 사람이나 한 가족만 따르는 성향을 가진 개들이 있다며, 평범한 성향의 강아지들보다 사회성이 부족한 목화를 위해 엄마 보호자의 적절한 대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책이 문제가 아냐" 강형욱의 진단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강형욱이 주먹쥔 손을 갖다대자 목화는 입질을 시도하며 공격성을 보였다. 급격히 흥분한 목화는 배변 실수까지 했지만, 강형욱은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에 몰두했다. 목화는 몸을 들썩이며 끊임없이 입질을 했다. 한승연은 "포메라니안의 고집이 이 정도"라며 훈련에 몰입했다. 결국 강형욱이 손을 물리고 말았는데, "물지 않"는다는 엄마 보호자의 말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당황한 엄마 보호자는 울먹였는데, 강형욱은 놀란 보호자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리고 차분하게 지금껏 이렇게 통제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행동 교정을 위해 하네스를 목줄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강형욱은 목화의 날카로운 송곳니에 엄지손가락을 물리고 말았다. 생각보다 강력한 입질은 예상 밖의 변수였다. 

잠시 후, 목화는 가장 편한 장소인 현관으로 도망쳤다. 그냥 보고 있을 강형욱이 아니었다. 다시 대치 상황이 시작됐다. 강형욱은 자신의 왼쪽 팔을 목화에게 계속해서 내밀었고, 목화는 무섭게 공격성을 보였다. 강형욱은 목화를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텼다. 결국 백기를 든 목화의 상태는 참담했다. 강형욱은 물론 자신의 혀까지 물어버려 털에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목화는 산책이 문제가 아니에요. 대화하는 모든 방식에 문제가 있어요." (강형욱)

강형욱은 목화가 못 돼서 문다기보다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눈앞에 보이는 문제, 그러니까 산책이 문제가 아니었다. 목화는 부정적인 소통에만 익숙했고, 엄마 보호자는 모든 걸 받아주기만 했다. 강형욱은 목화의 요구성 짖음과 짜증에 대해 보호자의 단호함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사료, 간식, 산책 등 과잉 돌봄을 금지하고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요했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그렇다면 목화의 산책은 가능할까. 훈련의 첫 번째 단계는 익숙한 집에서 가까운 복도까지 이동하기였다. 여전히 목화는 걷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 두 번째 단계는 집 앞에서 벗어나지 않는 근거리 이동하기였다. 집을 멀리 벗어나지 않고 짧은 거리에 익숙해지도록 반복했다. 강형욱은 엄마 보호자에게 목화의 고집에 끌려가지 말 것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줄을 느슨하게 잡고 천천히 걷다가 걷지 않고 버틸 때 발이 끌리지 않도록 몸체를 들어 올린다는 느낌으로 한 번에 이동한다

아직까지 마킹이나 노즈 워크에 대한 관심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화는 생각보다 투정 없이 척척 잘 걷어 나갔다. 아직까지 꼬리가 말려 있는 걸 봐서 겁을 내고 있는 듯했지만, 곧 낯섦을 떨쳐내고 산책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터였다. 반복 훈련의 효과였을까. 목화는 집을 지나쳐 갔는데도 끄떡없이 걷고 있었다. 그런 목화의 모습에 엄마 보호자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훈련이 마무리된 후, 엄마 보호자는 "당장 보이는 것만 걱정했던 것 같"다며, "강아지를 키우려면 지식이 필요한 것 같"다고 자책했다. 멋모르고 예쁘다고만 해면 고집스러운 반려견이 된다는 것을 뼈져리게 깨달은 엄마 보호자는 앞으로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목화를 잘 이끌어 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개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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