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열린 레드벨벳 콘서트 'R to V'의 한 장면

지난 2일 열린 레드벨벳 콘서트 'R to V'의 한 장면 ⓒ SM엔터테인먼트

 
통통 튀는 사운드를 배경 삼아 "해피니스!"를 외치던 소녀들이 케이팝 팬들을 사로 잡은지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여느 팀들과 마찬가지로 레드벨벳 역시 많은 일을 겪었지만 소위 '마의 7년'을 무사히 넘기면서 장수 그룹의 모범사례를 착실히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레드벨벳의 네번째 단독 콘서트이자 월드투어 < R to V >는 제목에서도 살짝 짐작할 수 있듯이 '레드'(Red)부터 '벨벳'(Velvet)에 이르는 팀의 다채로운 색깔을 담았다. 시간이 쌓이면서 경계가 희미해지긴 했지만 레드벨벳은 데뷔 초반 '강렬하고 매혹적인 색깔' vs '클래식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오가는 활동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후 경험을 차곡차곡 쌓은 레드벨벳은 틀에 묶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콘셉트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2019~2020년에 걸쳐 진행되었던 < La Rogue > 이후 3년 만에 거행된 < R to V >는 '저력'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할 만한 공연이었다. 공연의 마지막 날인 2일 KSPO돔(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천여 명의 관객들은 붉은 물결이 넘실대는 콘서트의 열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월드투어 시작을 알린 서울 공연 마지막 날   
 
 지난 2일 열린 레드벨벳 콘서트 'R to V'의 한 장면

지난 2일 열린 레드벨벳 콘서트 'R to V'의 한 장면 ⓒ SM엔터테인먼트

  ​
이번 < R to V >의 테마를 담은 영상물과 더불어 "Follow The White Rabbit"이라는 문장이 등장함과 동시에 수십 명의 댄서들이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로 공연 시작을 알렸다. 

초반 내용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말 발표된 < The Reve Festival 2022 : Birthday > 등 최근 음반 4장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업템포 댄스팝 'Pose'를 필두로 'Beg For Me', 'Zoom'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살짝 파격이라봐도 무방할 만큼 과감한 선곡이었다.  

이어 현장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표한 멤버들은 'Bye Bye', 인트로 부분을 첨가한 'In & Out' 등의 곡으로 KSPO돔의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특히 발표 당시 5인 무대 퍼포먼스를 거의 접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았던 'Psycho'를 통해 현장의 떼창을 유도했다.   

​대형 스크린을 장식한 두번째 영상물은 흑과 백으로 나눠진 2개 자아를 표현한 듯 했다. 'Magic Red'로 이름 붙여진 댄스 퍼포먼스에 이어진 곡은 지난해 이맘 때를 즐겁게 해준 'Feel My Rhythm'이었다. 분홍빛 감도는 의상으로 갈아입은 멤버들의 열창과 응원봉을 흔드는 팬들의 교감으로 빛났다.  

헛되지 않은 3년여의 기다림​
 
 지난 2일 열린 레드벨벳 콘서트 'R to V'의 한 장면

지난 2일 열린 레드벨벳 콘서트 'R to V'의 한 장면 ⓒ SM엔터테인먼트

 
지난 몇년 사이 발표된 음반 중심의 세트리스트에 살짝 아쉬움이 들려던 차에 울려퍼전 일렉트로닉 댄스 팝 'Ice Cream Cake'은 통통 튀는 2015년 데뷔 2년차 시절의 레드벨벳을 떠올리게 했다. 

레드와 벨벳을 오가는 콘셉트의 정점을 담았던 'Oh Boy'와 더불어 풋풋했던 시절을 다시금 추억하게 해준 곡들을 뒤로하고 공연은 'Queendom', '친구가 아냐'를 거치며 절정에 달했다. 관객들의 떼창에 힘입은 'Birthday', '빨간 맛', 그리고 공연장을 뒤덮은 꽃가루와 화려한 조명은 이날의 가장 멋진 풍경이기도 했다.  

앙코르로 울려퍼진 'Celebrate',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My Dear'로 끝을 맺기엔 레드벨벳에겐 아직 들려주지 못한 곡이 남아 있었다. 레드벨벳은 팀의 정체성을 확립해 준 명곡 '러시안 룰렛'을 부르며 팬들과 교감했다. 그리고 당초 예정된 순서라면 'You Better Know'로 끝맺음을 해야 하겠지만 현장 팬들의 요청에 '짐살라빔'을 깜짝 선곡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관록의 10년차 그룹, 이제 다시 시작이다
 
 지난 1-2일에 걸쳐 'R to V' 서울 투어를 진행한 레드벨벳

지난 1-2일에 걸쳐 'R to V' 서울 투어를 진행한 레드벨벳 ⓒ SM엔터테인먼트

 
​많은 팀들이 계약 기간 7년의 고비에서 좌초하거나 뿔뿔이 흩어지는 게 다반시인 케이팝 시장에서 레드벨벳은 어느덧 데뷔 10년 차에 도달한 저력있는 팀이 되었다. 다채로운 콘셉트, 실험성과 대중성을 오가는 절묘한 줄타기 속에서 레드벨벳의 음악은 좀처럼 흉내내기 힘든 독자성으로 규정지을 만하다. ​

멤버 부상, 코로나 등으로 인해 국내 및 해외 공연을 자주 갖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듯 이번 < R to V > 공연은 최신 발표곡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선곡 속에 즐거운 무대로 거듭났다. 물론 다소 찢어지는 듯한 현장 음향, 댄서들의 단체 군무에 대한 호불호 등 아쉬움도 존재했지만 서울 기준으로 무려 3년 반 만에 진행된 레드벨벳 콘서트는 이들의 10년 활동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시작부터 마지막 앙코르 곡에 이르는 동안 시원시원한 고음을 쏟아 부어낸 웬디, 언제나 믿고 바라보는 육각형 멤버 슬기, 음색으로 늘 귀를 사로 잡는 조이, 이제는 막내의 틀에서 확실하게 벗어난 예리, 그리고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아이린 등 이들 5인은 케이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 매김했다. 그리고 < R To V >를 시작으로 다시 한번 세계 무대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레드벨벳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