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과 도로공사가 4년 만에 챔프전 무대에서 격돌한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김종민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오는 29일부터 5전 3선승제로 열리는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격돌한다. 양 팀은 2005-2006 시즌과 2018-2019 시즌 두 차례 챔프전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2005-2006 시즌에는 3승 2패, 2018-2019 시즌에는 3승 1패로 흥국생명이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양 팀은 정규리그에서 6차례 맞대결을 펼쳐 흥국생명이 5승 1패로 크게 앞섰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흥국생명에게 5연패를 당하다가 마지막 6라운드 맞대결에서 3-1로 승리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게 2연승을 거두며 사기가 한층 올라간 상태다. 과연 통합우승을 노리는 흥국생명과 '정규리그 3위의 반란'을 꿈꾸는 도로공사 중 최후에 웃게 될 팀은 어디일까.

[흥국생명] 통합우승으로 해피엔딩 완성한다
 
 김연경은 2007-2008 시즌 이후 무려 15년 만에 V리그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김연경은 2007-2008 시즌 이후 무려 15년 만에 V리그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은 프로 출범 후 이번 시즌까지 6번이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여자부의 대표적인 명문팀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만큼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힘들게 정규리그 우승에 도달했던 시즌은 없었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2위를 달리던 지난 1월 권순찬 감독이 갑작스럽게 경질됐고 권순찬 감독 대신 팀을 이끈 이영수 감독대행마저 한 경기 만에 팀을 떠나면서 선수단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두 번째 감독대행이었던 김대경 감독대행과 팀의 기둥 김연경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며 착실히 시즌을 치러 나갔다. 그렇게 힘든 시간들을 견딘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이탈한 현대건설의 부진과 아본단자 감독의 부임 등으로 상승세를 타며 1위로 올라섰다. 결국 현대건설을 승점 12점 차이로 제친 흥국생명은 역대 최다승점 타이기록(82점)으로 통산 6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흥국생명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일등공신은 역시 득점 5위(669점)와 공격성공률 1위(45.76%),리시브 효율 8위(46.80%)를 기록한 '배구여제' 김연경이다. 시즌 후반 인터뷰에서 은퇴에 대한 고민을 밝히면서 배구팬들을 걱정시키기도 했지만 김연경은 코트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활약으로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챔프전에서도 김연경은 당연히 흥국생명의 키 플레이어다.

정규리그에서 득점 3위(821점)와 공격성공률 4위(42.79%), 서브 2위(세트당 0.25개)를 기록한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의 꾸준한 활약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3.20%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진 옐레나는 시즌 내내 김연경과 좌우 쌍포로 활약하며 흥국생명의 주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옐레나는 챔프전에서도 베테랑 김연경 대신 흥국생명에서 가장 높은 공격점유율을 책임질 전망이다.

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전했던 이원정 세터의 몸 상태는 흥국생명의 챔프전 최대변수가 될 것이다. 물론 흥국생명에는 지난 시즌 주전으로 활약했던 김다솔이라는 준수한 세터자원이 있지만 흥국생명은 이원정이 출전한 경기에서 더 높은 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만약 이원정이 챔프전에서 정상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다면 챔프전에서 흥국생명이 크게 고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도로공사] 무서운 막판 기세, 챔프전까지?
 
 지난 시즌 흥국생명의 주공격수였던 캣벨은 이번 시즌 챔프전에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흥국생명을 상대한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의 주공격수였던 캣벨은 이번 시즌 챔프전에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흥국생명을 상대한다. ⓒ 한국배구연맹

 
6라운드 시작과 함께 2연패를 당하며 4위로 떨어졌을 때만 해도 도로공사는 3위는커녕 봄 배구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경험 많은 선수들은 정규리그 마지막 4경기에서 승점 11점을 따내는 저력을 선보이며 정규리그 3위를 확정했고 준플레이오프까지 무산시켰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과 '클러치박' 박정아의 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2위 현대건설을 연파하고 챔프전 티켓을 따냈다.

이번 챔프전은 '캣벨 더비'라고 요약할 수 있다. 지난 2021-2022 시즌 김연경이 없었던 흥국생명에서 활약하며 득점 3위(773점)로 고군분투했던 캣벨은 지난 1월 부진을 면치 못하던 카타리나 요비치의 대체 선수로 도로공사에 합류했다.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18경기에 출전한 캣벨은 37%의 성공률로 376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를 챔프전으로 이끌었고 우승의 문턱에서 지난 시즌 소속팀이었던 흥국생명을 상대한다.

정규리그 32경기에서 526득점을 기록하며 토종에이스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준 박정아는 플레이오프에서도 2경기에서 38득점을 올리며 캣벨과 함께 도로공사의 쌍포로 맹활약했다. 2017-2018 시즌 챔프전 3경기에서 48.53%의 성공률로 70득점(경기당 23.3점)을 기록하며 챔프전 MVP에 선정됐던 박정아는 큰 경기에 더욱 강해지는 선수다. 도로공사 팬들은 박정아가 이번 챔프전에서 다시 한 번 폭발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캣벨과 박정아로 구성된 도로공사의 쌍포는 옐레나와 김연경이 나설 흥국생명의 쌍포에게 앞선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배유나와 정대영으로 구성된 도로공사의 미들블로커 콤비는 경험으로 보나 기록으로 보나 흥국생명의 이주아-김나희 콤비를 확실히 앞선다. 도로공사가 중앙 싸움에서 흥국생명을 압도할 수 있다면 시리즈의 흐름도 충분히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물론 도로공사에는 노장 선수들이 많지만 객관적인 전력과 정규리그 전적에서 흥국생명에게 뒤진 도로공사가 챔프전에서 흥국생명을 잡기 위해서는 시리즈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야 한다. 만약 흥국생명 팬들로 가득한 원정 2연전에서 최소 1경기를 가져올 수 있다면 도로공사에게도 기회는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다. 팬들의 성원이라면 도로공사의 홈구장인 김천 역시 흥국생명의 안방 인천에게 결코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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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챔피언 결정전 미리보기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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